방 쪼개기 이젠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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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왜 나만 못살게 구냐. 우리 집뿐만 아니라 옆집도, 앞집도 불법 천진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건축법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부서에서는 조금 과장하면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다. 시민의 준법정신은 끊임없이 높아져 왔지만, 아직도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억울해하고 오히려 단속이 잘못됐다고 항변하는 분야가 건축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내려다본 전경 / 한수빈 기자

서울 강북 지역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내려다본 전경 / 한수빈 기자

걸쭉한 욕설을 늘어놓는 분의 말씀은 사실일까? 얼마나 많은 집이 건축법을 위반했기에 그분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옆집도, 앞집도 불법 천지라고 하는 걸까? 불법건축물이 많이 모인 곳은 십중팔구는 불법건축물이다. ‘십중팔구’는 관용어가 아닌 통계상 수치다.

‘불법’의 세가지 유형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불법건축물의 유형을 보면 이해가 된다. 낭만적 공간으로도 표현되는 옥탑방은 대부분 불법이다. 옥탑방은 열악한 주거시설의 대명사가 된 ‘지옥고’, 그러니까 지하층, 옥탑방, 고시원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예전 낮은 수압에 대비해 지은 물탱크실을 상수도 여건이 좋아지자 너도나도 주거용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임대한 게 옥탑방이다. 애초 불법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집주인이 단열 등에 큰돈을 썼을 리 없다. 이 때문에 옥탑방은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건물의 북쪽 면에 새시로 지어진 보일러실이나 다용도실에서도 ‘불법’은 발생한다. 건축법에는 일조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웃집에도 햇빛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집을 지을 때 어느 정도는 띄어 짓도록 한다. 햇빛이 들어가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아래층보다는 위층을 좀더 많이 트이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건물의 북쪽에는 계단식의 외형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곳을 증축해 보일러실이나 다용도실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유형은 줄곧 사회문제인 불법 방 쪼개기다. 방 쪼개기란 주로 다가구주택 내부에 벽을 설치해 불법으로 방을 나눠 늘리는 행위다. 대학가 주변이나 산업단지 주변 등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많은 불법건축물의 유형이다. 건물주는 불법으로 거주공간을 나눔으로써 주차장 추가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끼면서 더 많은 세입자를 유치해 고액의 임대 수익을 얻는다. 120㎡(36평)짜리 방 하나에서 나오는 월세가 한달에 100만원 내외인데 그걸 쪼개 20㎡(6평)짜리 원룸 6개로 나눈 뒤 30만원에 월세를 주면 80만원이 더 이득이다. 3개 층이면 월 240만원을 몇십년 동안 추가로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너도나도 불법 방 쪼개기를 하는 이유다.

불법 주택으로 단속된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와 우편함 / 한수빈 기자

불법 주택으로 단속된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와 우편함 / 한수빈 기자

누가 쪼개는가

불법 방 쪼개기는 멀쩡한 주택의 거주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나의 거주 공간을 여러개로 쪼개다 보니 소음과 단열에도 취약하다. 또한 주차장 부족 등으로 인근에 주차난을 유발하고, 1인 가구의 특성상 쓰레기 분리배출도 잘되지 않아 동네 전체가 지저분해진다. 동네가 점차 슬럼화되고 범죄율도 높아진다. 대부분 건물을 원룸으로 쪼개다 보니 아이가 있는 가난한 가정도 이런 원룸을 얻어 산다. 방 하나에 3~4인 가구가 거주하는 것은 최소 주거기준 미달로 아이를 제대로 기르기 힘든 여건이다. 건물주의 이익 앞에서 온갖 사회제도가 무력화된다. 일부 지자체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단속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렇게 불법건축물이 넘쳐나는 이유는 법과 제도를 어겨서라도 이득을 꾀하는 사람의 욕망 때문이다. 건축법은 각종 규제를 담고 있다. 그러한 규제에 맞추려면 비용이 수반된다. 사람들은 비용을 아끼는 방법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건축법을 지키지 않으면 적은 비용으로 내가 필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공익에는 맞지 않지만 사적 욕망을 충족하는 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사적 욕망을 채우는 데 법적 제재도 크지 않고 너도나도 법을 안 지키다 보니 타인에 의한 비난 가능성도 낮은 게 문제다.

20여년 전 일이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는 단독주택부지에 다가구주택을 지을 경우 3층 이하 3세대 이하로 제한했다. 건축업자들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불법 방 쪼개기를 찾아냈다. 행정당국이 강하게 단속했으나 실패했다. 처음엔 건축물 사용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단속 공무원이 현장을 확인했다. 점차 사용승인 이후에 방 쪼개기를 하자 단속 공무원들이 사용승인 이후에도 집중 순찰해 불법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바로 벽체를 철거했다. 그러자 사용승인 후 한두 달 뒤에 현관문을 잠그고 창문을 가린 채 공사했다. 심한 경우에는 몇차례 단속당하자 세입자를 입주시키고 나서 벽체공사를 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방 쪼개기를 하고 세입자가 들어가면 더 이상 철거는 불가능하다. 고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단속이 마무리된다.

그런 불법건축을 한 사람 중에는 서울의 민선 구청장도 있었다. 물론 단속이 되자마자 바로 자진 철거했다. 불법행위자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경찰 고위직을 정년퇴임한 분이다. 자식 3명이 모두 판·검사를 하고 있는데 자식들에게 1채씩 준다며 3채를 방 쪼개기를 하다가 연달아 단속됐다. 세 번째 건축이 단속되자 그분 부인이 아이를 업고 나타나 필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말씀하셨다. “하위직 지방공무원 나부랭이가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날뛴다”고. 그래서 남편을 따로 불러 조용히 한마디했다. “문제가 커지면 하위직 지방공무원 나부랭이가 문제가 될까요? 아니면 판·검사 아드님, 따님이 문제가 될까요?” 결국 그다음 날 3채 모두 자진 철거가 완료됐다. 몇년 뒤 궁금해 그 건물들을 찾아보니 결국엔 불법 방 쪼개기가 돼 있었다.

불법건축물은 넘쳐나는데 단속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건축물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청에 있다. 자치단체장은 4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관내 불법건축물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 박수칠 사람은 있겠지만 바로 표로 연결되진 않는다. 반면에 단속당한 건물주들은 절대로 표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열혈 반대자가 된다. 이렇게 손해나는 일을 할 단체장이 몇이나 될까?

서울의 한 불법 주택의 가스 파이프 라인이 이어져 있다.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불법 주택의 가스 파이프 라인이 이어져 있다. / 한수빈 기자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불법 방 쪼개기는 대부분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여러가구가 모여 살지만 소유주가 1명이기 때문에 불법 방 쪼개기로 주차장이 부족해져도 이에 항의하거나 신고할 이해당사자가 없다. 불법으로 방을 쪼갠 건물의 소유자들은 이전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모은 재산을 용감하게도 불법건축물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음을 깨고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면 거센 저항은 당연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IMF 구제금융 사태 때 이자폭등으로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의 다수가 빈털터리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다가구주택 소유자의 대량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전수조사부터 시작해야

방법이 없는 걸까? 먼저 불법건축물의 단속 필요성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전수조사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건축물의 모든 불법행위를 한꺼번에 조치하는 것은 행정여건이나 인력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정조치를 수반하지 않는 실태조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건축법 질서를 회복할 장기적 계획을 짜야 한다. 물론 그 내용은 전문가 그룹과 함께 기준을 잡고 중앙정부가 결정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표를 깎아 먹는 일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맡겨 될 일이 아니다.

신도시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부터 철저히 단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신도시의 경우 누적된 불법행위도 많지 않고 생계형 불법이라며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신도시부터 불법건축물을 통한 사적 이익을 철저히 봉쇄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신도시가 아닌 지역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특정 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불법행위가 지속되는 것을 끊어내야 한다.

불법행위를 단속하면 과태료와 유사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그 액수가 불법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극히 적다. 이행강제금만으로는 불법으로 얻는 이익을 모두 환수하지 못한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을 리가 없다. 이를 감안해 불법건축의 행위자에 대해서는 탈세행위까지 처벌해야 한다. 하려면 확실히 준비해 더 이상 불법건축물로는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줘야 한다.

다가구주택 제도 또한 폐지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가구주택은 1990년 노태우 정권이 주택 200만호 공급이라는 물량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소유주가 1명이라는 이유로 단독주택으로 분류해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임대소득에 대한 신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임대목적이라면 다세대주택을 지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면서 임대사업을 하면 된다.

말은 쉽게 했지만 불법건축물 단속은 말처럼 녹록하지 않다. 아직도 “나도 좀 먹고살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속내는 “불법인 건 알지만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한 번만 봐 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속내로 읽어주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누군가가 막무가내로 “나도 좀 먹고살자”라고 하면 “나는 불법을 해서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벌고 싶다”는 의미로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더 이상 불법건축행위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타인의 주거권을 악화시키는 불법행위일 뿐이다.

<최정인 경기도 시흥시 주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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