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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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과학이다. 채소의 생산, 절임, 발효 등 제조의 전 과정에서 과학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중 발효는 과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김치의 발효는 미생물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유산균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젖산발효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유산균은 김치를 막 담갔을 때 1g당 약 1만마리 정도 존재하지만 발효 과정을 통해 10억마리까지 증가한다.

김치,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장지윤 세계김치연구소 박사는 “김치 발효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1단계는 발효의 준비단계다. 유산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로, 생김치 상태를 말한다. 2단계는 저온저장 후 10~30일 사이에 해당하는 주 발효단계로, 유산균이 가장 빠르게 증식하는 시기다. 3단계는 과숙 단계로 전체 유산균의 수가 줄어드는 시기다. 산에 강한 성질을 갖는 내산성 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유산 외에 초산 등 다양한 유기산이 생성한다. 김치의 신맛이 강해진다. 시간이 더 지나면 골마지(김치 표면에 하얀 곰팡이처럼 끼는 것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가 생기는 등 군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최고의 김치맛 유지를 위한 보관법

세계김치연구소가 전국 김치로부터 수집해 분석 중인 김치유산균은 약 3만5000균에 이른다. 연구소에 따르면 김치유산균은 대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용시키는 정장작용과 면역조절 기능이 있다. 또 김치에는 비타민 C, 폴리페놀 화합물, 카로틴 등의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체내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고 제거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한다. 피부 세포의 손상을 억제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발효가 잘돼 잘 익은 김치에서 이러한 황산화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발효과학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또 오랫동안 맛있는 김치맛을 유지하려면 저장을 잘해야 한다.

김치,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공기 접촉 차단해야 유산균 잘 자라

우리 조상들은 김장을 한 후 저온 상태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속에 묻었다. 땅속에 묻기 전 김치를 항아리에 담을 때도 빈틈없이 꼼꼼히 눌러 공기를 뺀 다음 그 위에 우거지를 얹어 공기의 접촉을 차단했다.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유산균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김치가 얼거나 시지 않도록 항아리는 짚으로 쌌다. 눈이나 비로부터도 보호하기 위해 김치광을 만들었다.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돼 있다. 당연히 일반 냉장고보다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 김치냉장고는 영하 1도 정도인 반면, 일반 냉장고는 영상 2~5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김치는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영하 1~2도 정도에서는 얼지 않으며, 이 정도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김치 맛이 유지된다. 김치냉장고가 없다면 일반 냉장고에 김치통을 넣고 뚜껑 위나 통 주위에 아이스팩을 2~3개 놓아두면 김치냉장고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스팩은 다 녹기 전에 자주 교환해준다.

냉장보관할 때도 김치의 맛과 건강성을 좌우하는 발효를 위해선 무엇보다 공기(산소)가 통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밀폐력이 좋은 용기에 담아야 한다. 단 일반 김치통은 뚜껑이 꽉 닫히지 않아 외부 공기가 들어가 김치 맛이 변할 수 있다. 가능한 한 김치전용 밀폐용기를 사용한다. 이때도 뚜껑을 잘 닫는 게 중요하다. 직사각형 용기의 경우 먼저 짧은 면의 양쪽을 잠근 다음, 뚜껑의 가운데 부분을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남은 긴 양쪽 면을 잠그면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밀폐 용기에 담을 때에도 김치가 국물에 잘 잠기도록 꾹꾹 눌러 담은 다음 랩이나 위생비닐 등으로 김치의 표면을 덮어줘야 한다.

김치를 한끼 분량씩 별도로 소분해 보관하면 더 오랫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통째로 냉장고에서 꺼내 김치용기를 여는 횟수가 많아지면 맛이 변할 수 있어서다.

김치,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미래엔 종균으로 가정에서 맞춤형 김치를

자연발효식품인 김치는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하더라도 발효에 관여하는 유산균의 환경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 종균을 이용하면 김치에 영향을 주는 유산균의 발효 패턴이 안정되도록 도움을 주고, 보다 쉽게 원하는 김치맛을 얻을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통 김치가 묵은지가 되려면 담근 지 6개월 이상이 지나야 한다. 하지만 종균을 이용하면 지금 막 담근 김치도 묵은지로 만들 수 있다. 정지윤 박사는 “현재는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김치에 종균이 이용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가정에서도 종균을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발효상태와 맛을 지닌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 김치 마켓 ‘김치온’을 아십니까

김장을 하지 않는 ‘김포족’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포장김치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김치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입맛에 맞는 김치를 고를 수 있도록 김치의 맛과 숙성도를 조절한 다양한 김치를 내놓고 있지만,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김치온(Kimchi On)’은 소비자가 원하는 김치 취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김치 전문 마켓이다. 매운맛, 짠맛, 숙성도 등 3단계로 구분된 맛 지표를 소비자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맞춤 김치 정보를 제공한다.

김치온의 또 다른 특징은 중소 김치업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김치 라인업이다. 맛과 품질이 검증된 김치만을 김치온 상품으로 제공한다.

김치온 모바일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김치온’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운받은 앱은 포털 및 SNS 아이디(카카오톡·페이스북·네이버)를 이용한 간편 로그인이 가능하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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