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바야흐로 ‘대민주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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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의 통합우승으로 2021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다. 이제 FA시장을 포함한 스토브리그가 열린다. 우리 편의 좋은 선수는 지키고, 다른 팀의 좋은 선수는 데려오고 싶은 것이 모든 야구팬들의 마음이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모든 팀의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잘하는 선수들만 모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한시즌 동안 팀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강화하고, 여유가 있는 부분에선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각당의 대선경선이 끝나고 한달 정도가 지났다. 보통은 이쯤이면 팀 구성이 완료되고 경기장에 들어설 때가 아닌가 싶은데, 아직도 양당의 선대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너무 비대한 선대위를 만들었다가 효율적인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고 있고, 국민의힘은 외부영입으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다.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김한길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지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합류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도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쯤 되면 이 팀이 민주당인지, 국민의힘인지 헷갈릴 정도다. 롯데자이언츠 출신 선수가 한국시리즈 엔트리의 27%를 차지한 kt위즈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까지 민주당은 자당 대선 후보를 포함해 이번 대선에 무려 4명의 대선후보를 배출했다. 바야흐로 대민주당 시대라 할 만하다. 이해찬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이렇게 실현되는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 매년 대형 FA를 배출하는 두산 베어스 같다.

타팀으로 가는 선수를 비난하는 야구팬은 없다. 소속팀에 강한 충성심을 보이는 선수도 있지만, 어차피 프로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오직 승리만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팀과 달리 정당은 특정한 이념, 가치, 정책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고, 집권은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정체성 없이 오직 권력을 따라 당을 옮기는 ‘철새 정치인’이 비난받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째서 국민의힘에 가도 어울리는 철새를 키워냈는가. 국민의힘은 어쩌다 철새들에게 서식지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는가. 거대양당에 별다른 정체성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누가 정권을 잡고 누가 빼앗길 것인가의 승부만 남았다.

“지역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계층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 롯데야구단이 프로야구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자기의 삶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다. 지역이 아닌 정책에 따라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거대양당의 정체성이 별 차이가 없다면, 둘 중 하나를 지지하는 것도 결국 기분의 문제일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두 후보의 스토브리그를 구경하기보다 새로운 정책으로 승부하는 제3후보들을 주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진영논리만 남은 정치가 낳은 ‘우승청부사’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기중 서울 관악구 정의당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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