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와 해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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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퍼’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 진단을 넘어 어떻게 고칠 것인가로 초점이 모인다. 공통된 인식은 페이스북(지금은 메타) 스스로 그들의 문제를 수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규모도 권력도 너무 커져버려서다. 해법을 놓고는 백가쟁명이다. 여전히 자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강력한 규제로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중간 지대에서 타협하는 모델도 꾸준히 제안되고 있다. 어찌 됐든 진단 토론이 아니라 해법 경쟁이 벌어진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옛 페이스북 본사 앞 ‘메타’로 바뀐 회사명과 새 로고가 새겨진 간판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옛 페이스북 본사 앞 ‘메타’로 바뀐 회사명과 새 로고가 새겨진 간판 / 로이터연합뉴스

이 가운데 몇가지 눈에 띄는 해결 방안이 있다. ‘재공유 서킷 브레이커’, ‘의미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비용 전가’가 그것이다. 첫 번째부터 보자. 재공유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는 시스템을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응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페이스북에서 음모론이나 허위조작정보가 확산하는 패턴을 보면, 단기간에 빠르게 재공유가 발생한다. 이때 특정 기준점을 넘으면 공유 버튼이 자동으로 사라지게 만들어 공유속도를 급제동하자는 제안이다. 이 기술이 도입된다면 각종 허위정보의 확산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이하 MSI) 알고리즘도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MSI는 심리학과 사회학에서 개발된 개념이다. 학술적으로는 “자신뿐 아니라 상호작용 대상자의 삶 또는 관계를 정서적·정보적·실질적 영향을 통해 향상시킨다고 믿는 상호작용”이라는 정의를 갖고 있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상호작용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페이스북 내 공유 행위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비용 전가’ 방안이다. 페이스북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교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도출됐다. 페이스북이 불러온 사회적 해악의 비용을 모두 페이스북에 전가하자는 접근법이다. 그간 허위조작정보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개인과 정부가 사실상 부담해왔다. 대신 페이스북은 광고 매출을 쓸어담았다. 해악의 비용을 외재화하고 수익은 내재화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거머쥔 것이다. 이젠 이 비용의 분담 주체를 역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기에 더 이상 자정 노력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심리가 강하게 배어 있다. 당연히 정부 규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가장 강력한 해법 중 하나로 통한다.

시시콜콜 미국의 빅테크 규제 방안을 언급한 건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국내에도 빅테크로 손꼽히는 몇몇 기술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비대한 몸집은 독과점과 갑질 횡포의 우려를 낳고 있다. 스스로 고치지 못한다면 새로운 해법을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해법에 대한 세밀한 논의는 진전이 별로 없다. 아이디어의 다양성도 부족하다. 해법 마련에 앞서 필요한 기술적 실증이나 연구도 변변치 않다. 그런 탓에 해외 사례를 근거로 국내 제도를 설계하는 위험한 실험을 감행한다.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도는 해당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연구가 필요하고 실증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해법 경쟁을 벌이고, 최적의 제도를 도출해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 우린 이런 기본 절차에 심할 정도로 무신경하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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