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서 수력으로 핸들 꺾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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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력발전 인한 유속 저하 및 수질 악화 우려… 전문가들 “태양광 보급 더 확대해야”

서울시가 태양광에서 소수력과 수열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4일 한국수자원공사와 협력해 한강 잠실대교 북단에 2.5㎿ 규모의 소수력발전을 설치하고, 수열에너지 보급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수력발전은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수차를 돌려 수차에 연결된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10㎿ 이하의 수력발전을 말한다. 수열에너지는 댐과 하천 또는 수도관의 수온이 여름철에는 기온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특성을 이용해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월 28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을 방문해 태양광 시설 현장을 살펴본 후 주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월 28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을 방문해 태양광 시설 현장을 살펴본 후 주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의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68.8%이다.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냉난방에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소수력발전에 대해서는 그 효과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생산자로 참여해 도시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고, 인식 개선 등 교육적 효과도 큰 미니 태양광 사업을 중단한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크다.

“해체해야 할 수중보에 소수력이라니”

서울시는 잠실대교 북단의 잠실수중보 유휴공간을 활용해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 7개소에 456㎾의 소수력 시설이 설치·운영 중이나 대부분 소규모 시설이라 전력 생산량은 미미하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때부터 소수력 도입을 검토했는데 지난해 타당성 조사결과 잠실수중보에 2.5㎿의 소수력을 개발하면 연간 14G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연간 약 3400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잠실수중보 소수력발전소는 우기가 지난 내년 7월 착공해 2023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예상하는 소수력발전 공사비는 306억원 정도이다. 암사아리수정수센터에도 배수관의 낙차를 이용한 150㎾ 규모의 소수력발전을 2022년 12월 완성할 계획인데 약 2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김광찬 서울시 신재생에너지팀장은 “한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해 균형있게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려 한다”며 “태양광만이 아니라 지열과 수열 등 그간 미활용된 에너지를 발굴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수중보에 소수력발전을 설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소수력은 수차 주변으로 침전물이 쌓이면서 유속 저하나 수질 악화 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국장은 “수중보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수중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서울은 열섬현상으로 기후위기 상태에서도 온난화 속도가 빠른 도시라 수중보를 해체해 물의 원활한 흐름을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도 “다양한 에너지원을 발굴해 에너지 자립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태양광은 물론 소형풍력과 지열, 소수력도 해야 하지만 한강의 수중보에 소수력을 설치하면 보를 철거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소수력보다는 잠재량이 큰 태양광 보급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신재생에너지 728㎿를 보급했는데 태양광이 305㎿로 가장 많다. 서울시가 추정한 연간 태양광발전량은 356.6GWh이다. 설비용량이 1GW인 울진 원전 1기의 연간 발전량(9201GWh·0.9TWh)의 약 3.9%이다. 일부 언론은 8년 동안 원전 한기의 일주일치 분량의 전기를 생산했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1년 동안 원전 한기가 2주일간 생산하는 양을 만들었다. 피크타임 때 발전량이 많아 전력부하를 낮추는 태양광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니 태양광 보급, 중단없이 지원해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붕형과 건물 일체형 등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의 우선공급 잠재량은 2020년 시점에서 85GW(옥상 면적 25% 사용 가정)이다. 평균이용률을 15.38%로 가정하고, 현재의 태양광 모듈 효율(20%)을 적용하면 연간 발전량은 104TWh 정도다. 2018년 국내 총발전량(570TWh)의 18.2% 수준이다. 서울시에서 옥상·벽면 등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건축물의 면적을 전국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10TWh를 생산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은 유휴부지라 환경 파괴와 비용 문제에서 유리하다. 이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이 좁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남산N타워에 올라가서 보면 거의 모든 건물의 지붕이 비어 있다”면서 “관공서와 일반 건축물의 지붕, 외곽의 물류창고 지붕에 태양광을 깔면 원자력발전소 몇기 분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에서 수력으로 핸들 꺾은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해 베란다형 미니 태양광과 주택형 3㎾ 태양광 보급사업에 173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 보조금 액수는 83억원이다. 내년엔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 기존 설비의 유지 보수를 지원하는 예산 8억1000만원만 남아 있다. 오세훈 시장은 태양광 보급사업을 ‘사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일부 업체들이 불법 하도급과 시민 자부담금 대납 등 위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중순 경찰 수사도 의뢰했다. 매달 하던 대금 정산도 최근 석달 단위로 끊으면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면 개선할 일이지, 사업을 중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태양광 예산 전액 삭감은 업체 부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라는 이유도 있지만 보조금 일몰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삼모 서울시 햇빛발전팀장은 “지난 7년간 태양광발전을 활성화하고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며 “2017년 ‘태양의 도시’를 수립할 때 2022년 정도 보조금 일몰제를 예고한다는 당초 계획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시민참여 사업을 꺼리는 오세훈 시장의 성향은 태양광 보급 중단의 배경으로 읽힌다. 지난해와 올해 미니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16개 업체 중 협동조합은 단 한곳에 불과함에도 공격의 날은 협동조합을 향하고 있다. 이규 이사장은 “서울시는 에너지 자립도가 떨어지는데 미니 태양광은 적어도 시민들이 내가 쓰는 전기는 100%는 아니라도 내가 만든다는 생각을 실현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태양광발전은 박원순 지우기나 이데올로기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영경 국장은 “지난해 서울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서울의 에너지 자립도가 잠정치로 11%로 상승했지만 가스발전도 결국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 자립을 고민한다면 당연히 태양광이나 소규모 도심 풍력의 기여도를 높여야 하는데 서울시가 얼마나 그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지 강하게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아직 태양광발전이 양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피크타임의 전력관리의 의미나 에너지 전환에서의 시민 참여를 고려하면 태양광 보급은 보다 더 활성화해야 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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