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오징어게임>은 로컬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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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에서 제작되는 인기드라마 시리즈의 몇분의 일에 불과한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고품질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데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역설적이게도 제작환경이 열악하고 노동강도가 세다는 점이 거론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의적 크리에이터와 전문 인력의 몫을 뺄 수 없다.

제21회 전북독립영화제 포스터 / 전북독립영화협회

제21회 전북독립영화제 포스터 / 전북독립영화협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전성시대라 하지만 영상콘텐츠의 정점은 ‘영화’다. 자유로운 표현과 소재의 ‘독립영화’들은 대중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으나 ‘한국영화’의 젖줄이다. 독립영화 창작자가 배출되는 통로는 주로 수도권에 소재한 ‘명문’ 영화학과였지만 근래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작품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지역’에서 배출되고 있다. ‘로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경쟁을 넘어 연대의 원리’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비수도권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발현되고, 이 흐름에 ‘영화제’가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제가 새로운 영화와 영화인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기능은 물론 상영 기회와 제작 지원까지 나서면서 지역별 독립영화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핵심으로 작동한다. 광역시 급이 아닌데도 국제영화제를 꾸려가는 대표지역인 전주는 그 전형적 예시다.

2021년 21회 전북독립영화제를 다녀왔다. 이런 지역 독립영화제는 전국 곳곳에 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해당지역 독립영화단체가 주도해 그해 독립영화 화제작과 함께 ‘지역독립영화’ 제작지원과 쇼케이스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인기스타나 해외 최신작 프리미어는 보기 힘들지만 이런 영화제들이 지역문화와 젊은 독립영화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번 영화제 대상 ‘옹골진상’은 대구 감정원 감독의 장편 <희수>가 받았다. 영화는 지역 공단의 여성 노동자에게 일어난 일을 소재로 다뤘다. 스태프 대부분은 지역에서 함께하는 동료들이지만 제작 과정에는 강원이나 전주지역 협력이 있었다. 부족한 자원을 동병상련 다른 지역과 연계해 극복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이번 영화제에도 ‘지역초청’ 섹션으로 제주, 인천, 강원, 광주 독립영화단체 추천 영화 상영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다.

영화제는 그해의 얼굴인 개막작 단편들을 모두 전주와 연관된 작업으로 채웠다. SF 풍자극, 퀴어 로맨스, 교육현실, 경제적 격차를 담은 4편의 장르는 다양했지만, <오징어게임>처럼 공통적으로 당대 한국 현실 아래 개인의 ‘권력과 욕망’이 화두로 다뤄졌다.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 흐름을 따라가는 시간인 셈이다. 신진들이 첫 출발에 도전하는 통로이자 문턱을 낮추는 조력자로 영화제가 제공하는 역할은 아무리 ‘온라인’ 공간이 확대되더라도 따라잡기 힘들다.

‘로컬’이 품고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날것들을 그곳 사람들이 직접 ‘이야기’로 정련하는 일련의 과정은 영화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전반의 순기능은 물론,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젊은 인재들의 활동공간 제공까지 무한한 가능성을 숨긴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슨 드라마 촬영지에 사람들이 몰린다거나 ‘천만 영화’의 부가가치를 논하기 전에 새로운 영화의 씨앗을 지역에서부터 뒷받침하는 데 귀 기울일 때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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