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따릉이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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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따릉이는 오늘도 달린다

강바람을 가르며 한강을 따라 싱싱 달린다. 라이더들은 “먼저 지나갈게요”라며 능숙하게 추월한다. 그럼에도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강의 반짝임과 점점 짙어지는 녹음, 색과 모양이 제각각인 대교를 곁눈으로 만끽하는 것으로 충만하다. 도심 속을 달리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는 알지 못했던 서울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청계천 위를 달리며 코로나19의 여파로 문 닫은 곳이 즐비한 동대문의 거리와 어디론가 분주히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을 본다. 야간 통행 제한으로 고요하게 잠든 종로 복판을 달리며 서늘하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우하게 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와 함께 올해를 보내고 있다. 2021년 따릉이 대여 건수는 지난해 대비 36% 늘었다고 하니 코로나19로 자전거와 친해진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0월 19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가 따릉이 신규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따릉이는 건들지 말라는 청원이 빗발쳤고, 결국 22일 시장이 직접 따릉이 시승을 하며 내년까지 총 6000대를 추가 도입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발표를 하여 해프닝은 진화됐다.

따릉이가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적자다. 지역별로 공공자전거가 도입됐으나 재정 적자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공공자전거 도입은 ‘복지정책’이고,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의 경험을 확산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로 따릉이가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충분히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안전을 담보한 자전거도로가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민영화 서비스가 도입됐을 때 따릉이만큼 이용자 수가 확보될지 의문이며, 자전거전용도로 확충 또한 동인이 낮아질 것이다. 정책 또한 ESG의 관점에서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비재무적 이점을 균형 있게 살필 필요가 있다. 2015년 도입 후 따릉이는 점진적으로 성장해왔고 많은 시민에게 자전거의 매력을 홍보했다. 일주일에 1번만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2㎞를 이동하면 연간 약 25.1㎏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하니 확대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덴마크의 도시 설계 전문가인 미카엘콜빌레-안데르센이 2015년 출간한 책 <사이클 시크>(Cycle Chic)는 자전거를 이용하면서도 패션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도시의 삶과 자전거가 상충 없이 녹아든 문화를 선보인다. 또한 “속력보다는 품격, 기력보다는 기품”을 모토로 사이클 시크 선언문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풍경 안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격조 있고 우아하게 자전거를 탈 것이다.”

따릉이가 준 무형적인 가치는 셀 수가 없다. 알면 사랑한다고 자전거로 서울을 누비며 이것저것 보다 보니 도시를 향한 애정과 걱정이 자라난다. 나 또한 이 도시의 풍경임을 상기하며 따릉이는 오늘도 달린다.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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