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걸? 유통 빅2의 ‘경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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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온오프라인 세계 확장…롯데, 디자인·디지털 경영 위한 실험

메타버스(metaverse)는 ‘한계없음’이 가능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를 비대면 사회구조로 밀어 넣었고, 십수년에 걸쳐 일어나야 할 변화가 단번에 압축돼 벌어졌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메타버스에선 가능해졌다.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서 연 마블매니아 ‘내 안의 히어로를 찾아라’ 행사 현장/연합뉴스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서 연 마블매니아 ‘내 안의 히어로를 찾아라’ 행사 현장/연합뉴스

‘신세계 유니버스’ 시작을 알리는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랜더스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신세계그룹 뉴스룸

‘신세계 유니버스’ 시작을 알리는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랜더스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신세계그룹 뉴스룸

일단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가상의 파티장에서 만나고 싶어했던 셀럽과 대화를 하고 샴페인을 마셨다. 현실에선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명품 브랜드 옷을 메타버스 안 ‘또 다른 나’에게 입혀주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새로운 나로 태어나게 했다.

코로나19는 기업 경쟁 문법도 다시 썼다. 우리 일상생활과 직결된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필생의 라이벌인 두 기업은 성장시대 백화점 매출 규모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해왔지만 이젠 이들도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신세계 유니버스’

과거 백화점들이 소비자들이 구매하기만을 바랐다면 지금은 ‘경험’을 꺼내들고 있다. 대형 매장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선보이고, 예술을 비롯해 하루종일 머물러도 볼거리가 충분한 체험형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기업명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 대신 ‘체험’도 꺼내들었다. 소비자들의 경험 안에 신세계와 롯데가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려는 전략에서다.

신세계그룹은 메타버스만큼이나 강력한 세계(Universe)를 구현 중이다. 이름하여 ‘신세계 유니버스’다. 온라인의 편리함과 오프라인의 경험가치가 상호작용하며 신세계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다. 신세계의 서비스와 상품, 공간 안에서 ‘소비자가 먹고·자고·보고·사고·놀’ 수 있도록 했다. 로마만큼이나 강력한 확장성을 가진 이 세계는 소비자가 어디를 가든 ‘신세계’로 통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기자가 경험한 ‘신세계 유니버스’는 이렇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야구를 관람하고 스타필드에선 레저와 쇼핑, 맛집을 즐겼다. 신세계 통합몰인 쓱닷컴(SSG닷컴)에선 새벽배송으로 먹거리를 사고 패션몰 W컨셉에선 장바구니에 넣어둔 원피스를 결제한다. 발길이 닿는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도 신세계 유니버스의 일원이다. 스벅 특유의 안락한 휴식공간은 너무나 익숙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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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현재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을 준비 중인 것도 신세계 유니버스에 들일 새 ‘행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온오프라인의 길이 모두 신세계로 통하는 중이다.

신세계는 올해 들어 온라인 ‘행성’을 보충했다. 네이버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고 네이버에 입점에 상권을 만들었다. 고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정보기술(IT) 영토를 확대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 인재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디지털 역량이 뒷받침돼야 신세계 유니버스 안의 다양한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내러티브와 기술 기반이 충분히 어우러져야 한다는 얘기다. 신세계 유니버스에 완성형이란 존재할까. 확장성으로 뻗어나갈 미래가 그려진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미디어 체험전 ‘시간, 하늘에 그리다’. 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미디어 아트와 체험존, 갤러리 형식으로 소개하는 전시회다./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미디어 체험전 ‘시간, 하늘에 그리다’. 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미디어 아트와 체험존, 갤러리 형식으로 소개하는 전시회다./연합뉴스

‘롯데다움’ 보여줄 디지털과 디자인

신세계가 자신만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안 롯데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롯데는 라이벌 신세계를 좇지 않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빅뱅 시대에 롯데는 방향 설정에 공을 들였다. 두가지 핵심축이 나왔다. 디지털과 디자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롯데다. 혁신의 첫 단계는 외부인재 수혈이듯 롯데는 지난 4월 롯데온 대표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영입했다.

이어 9월에는 롯데지주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해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사장 직급의 센터장으로 신동빈 롯데회장이 삼고초려를 한 인물이다. 국내 최고 디자인 전문가인 배 사장은 제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조직문화를 디자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디자인을 통해 창의적인 조직 DNA를 심고 디지털을 통해 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디지털경영센터 첫 개혁지는 롯데 심장부인 잠실이다. 신동빈 롯데회장이 그에게 주문한 첫 과제는 롯데 핵심기업이 모인 잠실 타운을 디자인 측면에서 새로운 감동과 경험지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이 그려지니 굼뜨기로 유명한 롯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신규 브랜드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를 선보이고 새로운 롯데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롯데는 혁신의 일환으로 하반기 경력직원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신사업 중심으로 뽑았다. 그룹 내부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리더십(Fearless Leader)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선 롯데 임직원의 ‘경험’부터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가치자산이 쌓이면 롯데의 생태계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수도 있다.

<김남희 EBN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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