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하늘에 낀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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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27년 이전 대만 침공설 주목… 미중 갈등·2024년 대만 총통 선거 등 변수

“중국은 2025년이면 전면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10월 6일 입법원(국회)이 ‘해·공군 전력 증강 특별 조례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현재 양안(중국과 대만) 정세는 내가 군인이 된 후 40년 이래 가장 엄중한 시기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미 대만을 침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2025년이면 그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면적 침공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해협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추궈정 국방부장의 발언은 중국이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나흘간 대만을 겨냥한 유례없는 무력시위를 펼친 직후 나온 것이다. 중국은 국경절 연휴 나흘 동안 전투기와 폭격기, 대잠기 등 모두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무력시위가 고조된 4일에는 하루 동안 56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9월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중, 대만 통일 시간표 빨라지나

중국은 올해 들어 대만을 향한 공중 무력시위를 대폭 강화했다. 국경절 연휴 이전에도 하루가 멀다고 군용기를 대만 ADIZ에 진입시키며, 대만의 움직임에 따라 항의와 압박성 무력시위 규모를 늘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대만 국방부는 올해 들어 대만 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가 이미 60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숫자는 380대였다. 통일을 향한 중국의 시곗바늘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월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110주년 건국기념일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월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110주년 건국기념일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대만 국방부장의 발언 이전에도 대만해협의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여러차례 나왔다. 중국 양안아카데미는 지난 5월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지수가 -10∼10 범위 중 7.21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인 시간표도 언급했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창설 100주년을 맞는 시점이다. 이 시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시 주석은 내년 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되면 2027년 다시 한 번의 재집권 시기를 맞는다. 지난 4월 퇴임한 데비이슨 전 사령관은 지난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7년이라는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기를 다시 거론하며 이때가 시 주석 집권 재연장의 고비가 되는 시기로 장기집권의 열쇠로써 대만문제가 불씨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대만 통일 시간표에는 외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안관계는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후 악화되기 시작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만문제를 대중 견제 카드로 꺼내들면서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미국은 동맹을 규합해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만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대만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로 여기고, 중국 역시 대만을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 보는 만큼 양국 갈등 속에서 대만은 위태로운 화약고가 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대만 통일 시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공산당 당대회가 있는 내년에도 역내 도발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이 매우 위험한 시기지만 아직 가장 위험한 시기는 아니고 내년이 매우 위태로운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J-16 전투기 /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J-16 전투기 /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다양한 예측과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중국이 대만 통일을 위해 실제 무력 침공을 감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과의 직접적 군사적 충돌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감수해야 하는 등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보존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평화적인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우리는 평화통일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을 견지하면서 양안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통일 완수”, 대만 “현상 유지”

반면 대만은 양안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0일 110주년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누구도 중국이 펼쳐놓은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국방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겠다”면서 “중국이 펼쳐놓은 길은 대만을 위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길과 2300만 대만인의 주권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돼서는 안 된다”며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는 시 주석 연설에 대해서도 “중화민국(대만)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며 “대만의 주류 민의는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민주·자유의 생활 방식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일에 대한 입장 차가 이렇듯 뚜렷하기 때문에 2024년 대만 총통 선거를 양안관계의 또 다른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재집권하느냐 아니면 중국에 유화적인 국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느냐에 따라 양안관계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국민당이 집권했던 2008∼2016년 양안관계는 유화 국면을 맞았고, 당시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시진핑 주석과 첫 회담을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9일 연설에서 “‘대만 독립’ 분열은 조국 통일의 최대 장애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으며, 반드시 인민에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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