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투자, 그린 포트폴리오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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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소연료전지차 판매 세계에서 가장 많아

탄소 배출하는 사업, 지속되기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소라는 친환경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소극적이었던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인 수소 관련 정책을 발표함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까지 앞다퉈 수소 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수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기후변화와 글로벌 에너지 패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거창하게 지구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당장 한국의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올해 8월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2020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당시보다 2.0℃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우선 1.5℃ 상승을 막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함께하자는 합의를 이뤄냈지만 현실적으로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후변화는 다음 세대의 과제로만 치부해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된 것이다. 교토의정서(2005년 발효)에서도, 파리기후협약(2020년 발효)에서도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탄소 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과 수소

사실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도 수소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1973년에는 국제수소에너지협회(IAHE), 1977년에는 미국 에너지부(DOE)를 창설하면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2002년에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프로그램(Freedom CAR)을 시행하기도 했고,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12억달러 규모의 수소에너지 사업계획을 공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수소가 차순위로 밀린 가장 큰 이유는 셰일오일·가스 채굴 기술이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자립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지만, 셰일오일·가스 채굴 기술 상용화와 함께 채굴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 패권국가로서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당연히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은 차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주도권을 갖기 힘든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도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으며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을 통해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선샤인 계획(1974년)을 수립했고, 수소라는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9년 연료전지를 활용한 가정용 열병합발전시스템을 도입했고, 2014년에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원전 발전 위험성이 부각되자 수소연료전지 발전 필요성은 더욱 커졌고, 2014년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과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연이어 발표했다. 한국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지만 한국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당시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세우고 실천해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이 일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도 1988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이 시행되면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시동을 걸었고, 2004년에는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이 출범했다. 2005년에는 연료전지산업 중장기 개발 비전을 발표하면서 연료전지 국산화 기술 개발 및 실용화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결과 오늘날 수소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연료전지 공급량 기준 675MW, 2021년 07월 기준)을 구축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판매량도 세계 1위(1만5000대, 2021년 7월 기준)를 달성했다. 정리하자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팽배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고, 그 가운데 수소는 그동안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상용화가 진행돼왔다고 볼 수 있다.

수소 투자, 그린 포트폴리오 준비해야

기업과 투자자 ‘수소경제’ 주목

기업의 입장에서도 수소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특히 탄소 배출이 기업에 비용으로 전가되기 시작했고, 탄소 배출이 뒤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경우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실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의 개발도 속도를 더하면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시점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 한국도 수소 관련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국내 대기업들 중심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눈여겨볼 점은 국내 대기업들의 수소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이 수소의 생산과 효율적 저장·운송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수소의 활용(Application)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수소의 생산과 저장·운송 필요성이 더욱 대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수소 산업을 주도할 분야는 수소의 생산 및 저장·운송과 관련된 업스트림(Upstream)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화학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은 2025~2030년까지의 중장기적 비즈니스 모델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수소 산업 밸류체인 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술을 보유한 강소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ESG 점수가 높은 산업과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도 점진적으로 ESG 관련 정보를 의무 공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즉 투자에서도 친환경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따라서 수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점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한단계씩 ‘그린 포트폴리오(Green Portfolio)’ 만들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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