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부산국제영화제에 일절 관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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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규모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이 만든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그런 제 밥그릇에 재를 뿌린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시, 자신이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시장 시절인 2014년 부산시는 BIFF에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BIFF가 버티자 감사와 고발이 이어졌고, 영화인들이 보이콧으로 맞섰다. 3년 만에 부산시장을 되찾은 국민의힘은 전신 새누리당의 유산을 이어갈까?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국제영화제에 일절 관여 안 한다”

“영화제와 관련한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취임 다섯달째를 맞는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화제는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달 6일부터 열린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8월 직무수행지지도 조사(7월 25~30일, 8월 28~9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만7000명 대상)에서 광역·특별시장 중 1위를 차지한 박 시장을 최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다섯달, 어땠나.

“정신없이 지났다. 1년은 지나간 것 같다. 시장이라는 업무가 생각보다 일이 많다. 쓰레기문제부터 기업유치까지 다 챙겨야 하는 종합행정이다 보니까 일이 많다. 청와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 같다(웃음). 부산시에 장기표류과제들이 많았는데 빠른 속도로 하나씩 타결을 보고 있다. 특히 기업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 하고 싶은 게 지산학(지역-산업계-학계) 협력체제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 개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부산은 청년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산업구조전환을 위한 포석을 놓아야 한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전환 말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도 그중 하나다. 각 분야에서 해오던 루틴대로만 할 수 없고, 거기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파도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걸 하기 위한 노력을 그동안 해왔다고 보면 된다.”

-2030 월드엑스포가 부산에 엄청난 실익을 주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다. 5년마다 정식으로 하는 무역박람회인 등록엑스포는 부산이 처음 시도하는 거다.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월드컵·올림픽을 함께 개최한 나라가 된다. 엑스포는 대한민국 행사지 부산 행사가 아니다. 엑스포는 월드컵보다 경제적 가치가 2~3배 크다. 부·울·경 등 남부권 입장에서는 엑스포 개최는 수도권 1극주의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엑스포를 계기로 가덕도 신공항을 2029년까지 개항하고, 부·울·경 메가시티 실현도 빨라진다. 새로운 교통수단인 어반루프 등도 광역적으로 새롭게 구상할 수 있다. 부산 북항, 에코델타시티, 제2센텀지구 등 부산의 미래를 생각하는 공간이 엑스포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엑스포를 열려면 국제적 문화관광도시가 돼야 하는데 이에 걸맞은 인프라와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 중국 상하이는 엑스포를 통해 도시를 완전히 변모시켰다.”

-올림픽·월드컵도 요즘은 예전만큼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엑스포는 6개월 동안 열린다. 도시 비전을 산업과 기술에 접목하는 행사다. 각 나라가 자기 돈 들여 국가관을 짓는다. 우리도 2020 두바이엑스포에 수백억원을 들여 한국관을 지었다. 우리는 땅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각국이 최고의 전시장을 만든다. 이를 보러오는 관광객만 4000만~5000만명이다. 2030 월드엑스포는 국가차원에서 유치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범정부 유치위원회가 구성됐는데 5대 그룹 회장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 과거에 적자로 문을 닫았는데 흑자 전환이 가능할까.

“황령산 사업이 늘 문제가 된 것은 환경이다. 스키 돔 사업이 실패했고, 그게 흉물화됐다. 이 문제들을 새롭게 해결하는 방식으로 1조2000억을 투자하자는 거다. 계획된 대로만 투자가 되면 관광명소로 상당히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단체들은 계속 황령산 보존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건 얼마든지 협의해 설득 가능하다고 본다. 황령산의 기본적인 자연환경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황령산의 숲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

부산은 굉장히 아름다운 바다가 있지만 킬러 콘텐츠가 없다. 최근 기장 오시리아에 롯데테마파크가 생겼다. 도심에 그런 관광명소가 몇군데 있어야 한다.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은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거다. 서부산 쪽도 그렇고, 원도심도 그렇고, 킬러 콘텐츠가 될 관광문화 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키우려 한다.”

-북항 개발도 보니 문화관광 얘기가 많더라.

“북항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데 그것도 명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하는 것 중 하나가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는 거다. 부산국제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와 잘 어울릴 거다. 부산이 가진 문화시설·콘텐츠를 함께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비전을 잡고 있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찾아오고 싶은 매력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들어온다. 기업만 오라고 해서는 절대 안 온다.”

-이건희미술관 유치 추진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한국은 수도권 1극주의가 너무 심하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전체도 위태롭다. 지방발전에서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이건희미술관이 서울에 있으면 ‘원 오브 뎀’이다. 하지만 지방은 그런 곳 하나만 유치해도 명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중앙정부가 너무 과소평가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식은 서울 국회의원이라 그런지 몰라도 서울중심주의에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이 보는 데 갖다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건데 정말 턱도 아닌 얘기다.”

사진/부산시 제공

사진/부산시 제공

-이건희미술관은 사실상 서울로 확정된 것 아닌가.

“아직 끝난 사업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대선에 후보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대선이 본격화되고 구체화하면 문화 균형발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국가경영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래서 공모하라고 제안한 거다. 다른 것은 다 공모하면서 이것은 왜 공모를 안 하나. 부산이 안 되더라도 다른 지역이라도 문화 균형발전 차원에서 좋다면 동의해줄 수 있다.”

-그런데 지방끼리도 너무 싸우는 것 아닌가.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지방끼리 경쟁시키는 흐름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방 간에도 경쟁이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 간에도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인식이 훨씬 강하다. 서울이 지방을 싸움시키는데 지방이 놀아나면 안 된다는 거다. 지역 간 힘을 합쳐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를 넘어서는 문제의식이 있다. 영남권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대구·경북에서 더는 머리 싸매고 반대 안 한다. 해라. 하지만 군위공항도 잘하겠다는 거다. 이렇게 서로 도와주는 쪽으로 가자고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문제로 BIFF가 부산시와 마찰을 겪은 뒤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다.

“영화제는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안 된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성향 쪽에 있어야 한다. 영화제 갖고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내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영화의 전당이다. 2000억원 들인 시설이고 굉장히 잘 지어진 건축물이면서 영화 도시 상징물인데 활용도가 굉장히 낮다. 영화의 전당을 영화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OTT에다 메타버스 시대로 가면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전당도 활성화 비전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영화제와 디지털 콘텐츠 마켓, 광고제 등이 융복합적으로 가야 한다. 월드엑스포도 결국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치러질 거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때 영화제는 지금 수준 영화만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같이 혁신해야 한다.”

-재산공개를 보니 보유한 부동산이 많더라.

“공익재단을 만들 거다. 그 땅(기장군 땅)은 기증할 생각이다. 원래부터 미술관 용도로 쓰려고 했다. 처음에는 공익재단은 아니었고 문화재단 형식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예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 공익재단으로 하려고 한다. 선거를 치르다 보니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더라.”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나.

“다른 건 모르겠는데 외국 사람들이 걱정한다더라. 한국 대선 수준이 너무 낮다고. 내가 보궐선거할 때도 많이 느꼈는데 네거티브 선거가 훨씬 심해졌다. 과거와 달리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통제되지 않은 영역들이 생기고, 이게 상업적 폭로주의와 연결되는데 언론이 끌려간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점이고 어떻게 국가경영을 할 것이냐 등 굉장히 굵직한 이슈가 많다. 미중 갈등 하에서의 국가전략,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논쟁이 없다. 부동산문제로 서로 물고 뜯기만 한다. 정치적 악순환이 계속되면 한국사회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문제도 핵심은 균형발전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다.”

-부산시가 시청 앞 노른자위 땅에 행복주택을 짓기로 확정했다.

“장기표류 12개 과제 중 첫 번째 과제였다. 청년과 신혼부부 집은 주로 외곽에 많이 나가 있는데 부산은 역세권 가장 좋은 자리에 집을 지어 이들에게 공급하려 한다. 평수는 작지만 살기는 좋은 주택이다. 전국적으로도 관심이 많다. 그 모델을 보여주려고 한다. 여·야·정이 합의했다. 협치의 성과이다. 주민 반대가 아직 있지만, 설득을 잘해보겠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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