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유권자, ‘정치적 능동층’으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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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표 한표가 소중한 정치인들은 유권자 풀의 변화에 민감하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유권자 구성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은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서울 내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구(서울 영등포을)에서 당선됐다. 이주민 밀집 지역의 상징인 대림동을 품은 곳이다. 20여년간 그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불가분의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는 선거사무실을 대림동에 내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를 기반으로 오래 정치활동을 이어온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시 만안) 역시 다문화가 아닌 ‘상호문화’로 나아가면서 맞닥뜨리는 갈등과 해법을 접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8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담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8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담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마침 두 의원이 속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은 다문화 2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대선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토론회에 앞서 김민석 위원장과 강득구 의원을 지난 8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다문화 배경을 가진 유권자는 당장은 두드러지는 유권자 그룹으로 보기 힘들다고 현실적인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며, 교육을 통해 이들을 ‘정치적 능동층’으로 만들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으로서 다문화 이슈를 피부로 느꼈던 경험이 있나.

김민석 위원장(이하 ‘김민석’) “제 지역구(서울 영등포을)가 서울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고, 지역구 내 대림동도 동 단위로 따졌을 때 가장 많다. 상징적인 다문화 지역이기 때문에 늘 일상으로 (다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 지역에서 20년간 선거를 치르며 다문화와 관련된 이슈 변화의 흐름을 지켜봤다. 우선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거리감과 갈등을 봤다. 두 번째로는 그 거리감을 넘어선 불가분의 상호필요성을 지켜봤다. 대림동의 선주민은 중국 동포가 없으면 이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묘한 갈등과 필요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다문화 인구가 생존에서 상승, 소수에서 다수로 나아가는 변화를 봤다. 신분의 문제와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초기 이슈였다면 이제는 상승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이번에 선거사무실을 대림동에 냈다. 가장 경제적으로 어렵고 다문화율이 높은 이 지역에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강득구 의원(이하 ‘강득구’) “경기도의회에 있을 때 중국 동포와 고려인을 비롯해 다문화 배경을 가진 이들을 접했다. 특히 고려인은 스탈린의 언어 말살 정책 때문에 중국 동포와는 달리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적응이 어렵다. 또 결혼이주여성이 시간이 지나 이혼할 경우 그 2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 이들은 정서적 문제, 언어와 사회적응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성장하곤 한다. 이를 보며 다문화 정책에서 좀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동안 다문화 이슈가 중앙정치에서 과소대표됐다는 의견에 공감하는가.

김민석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에서 다 과소대표됐다. 다문화 인구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거나, 혹은 대표되지는 않기 때문에 과소대표 수준을 넘어 미대표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해 일종의 시민교육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강득구 “명분도 중요하지만 선거는 현실이기 때문에 일단 다문화 인구 중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점이 과소대표된 가장 큰 이유다. 다문화인에 대한 혐오감이 여전한 탓도 있다. 다문화 인구가 거의 저개발국가에서 왔고 먹고살기에 바빠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던 까닭도 있다. 다만 지방선거에서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면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다문화 인구가 총선보다 지방선거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다문화 인구가 주민자치회 같은 곳에 들어가 의견을 개진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정치권에선 다문화 인구의 표를 어느 정도의 무게로 느끼는가.

김민석 “어떤 의미에선 잠재적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냉정한 현실로는 여야 공히 표로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다.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 인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표로서 얼마나 영향이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표로 만드느냐, 더 나아가 어떻게 정치적 능동층으로 만드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나중에 이들의 투표 성향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투표하고, 시민권을 행사하고, 현실정치에 개입해 권익을 요구하도록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에 설 때다. 이를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갑자기 예상 못 한 투표 행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체계적으로 정치 참여를 높여 나가는 것이 공동체 전체에도 더 좋을 것이다. 현재로선 결정적 유권자 집단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하고, 조만간 지역에 따라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

김민석 국회 복지위원장

강득구 “선거라는 틀만 생각하면 아주 냉정하게 보건대 당분간은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길게 보면 이들이 한국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참여할 길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슬슬 다문화 2세대가 청년기에 편입되면서 교육과 일자리 분야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 정책이 아동·청소년에 집중돼 청년이 되면 소외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석 “다문화 관련 부서가 법무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분산돼 있다. 포괄해 다루는 단위가 하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권익문제도 해결이 어렵다.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강득구 “다문화 정책을 조정하는 위원회 같은 통합적인 영역을 둬야 한다. 교육위원회에 속한 의원으로선 두가지 고민이 있다. 첫 번째는 다문화 청소년의 상대적으로 높은 공교육 탈락률을 완화할 방안이고, 두 번째는 중도입국자녀의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지원이다.”

-다문화 인구의 다층적인 고통은 사실 차별의 문제 아닌가.

김민석 “다문화란 명칭과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나 스스로는 ‘상호문화’라는 말을 쓴다. 다문화는 어떤 한 문화를 전제해 상대방 문화를 습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반면 상호문화는 각각 문화가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방향으로 이해하면서 공동체가 발전한다는 인식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핵심은 차별과 혐오를 뛰어넘어 다양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득구 “순혈주의, 단일민족이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실 다문화 인구가 한국에 온 것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다. 노동자도, 결혼이주여성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안에서 가족단위 이민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논의가 됐다. 이처럼 좀더 포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다문화 관련 정책에 따를 반발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김민석 “예를 들어 공공임대 아파트가 생긴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문화들 다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단적으로 한다. 이처럼 선주민의 입장에서 갖는 거부감을 일방적으로 ‘의식이 낮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면, (다문화 문제를) 현실 정치로 연결시키는 섬세함이 떨어져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다문화와 선주민 각각의 이해와 요구를 조화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득구 “경기 안산과 시흥 쪽엔 다문화 인구가 많다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교육, 지역경제와 연계한 좋은 사례가 있다. 다문화를 이중언어 습득의 기회로 연결하는 식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이런 것을 벤치마킹해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다원화되면서 생기는 갈등에 대한 정치의 역할은.

김민석 “정치의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기능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문화를 가진 인구가 증가한다는 건 필연적이다. 발상만 바꾸면 다문화 역량이라는 건 상당한 글로벌 역량으로 전화할 수 있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잘하는 젊은층이 생겨나면 남방정책에 좋은 인적 자원이 된다. 근본적으로 차별이나 혐오는 너무 몰라 생긴다. 그 사람들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부족해 생긴다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강득구 “다문화 인구도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는데 그에 비해 우리 정책은 너무 경직돼 있다. 외국인 정책이 노동자는 일하러 왔으니 일만 하고 결혼이민자는 결혼하러 왔으니 결혼 목적으로만 한국에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하나의 목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교육과 일자리의 문제가 생긴다. 모국의 부모가 고령화될 경우 부양의 문제도 있다. 이처럼 생애주기별로 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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