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우버 같은 회사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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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시대 도전장 낸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국내 중견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은 지난 9월 2일 우주·항공 사업전략 발표회를 열고 인공위성과 드론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지상을 아우르는 영상 데이터 서비스 벨트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국내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인 ‘세종1호’를 발사한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가 9월 2일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우주·항공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한컴그룹 제공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가 9월 2일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우주·항공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한컴그룹 제공

이날 자체 개발한 정찰용 드론 ‘HD-500’도 첫선을 보였다. 위성과 드론으로 사각지대 없이 상시적으로 영상 데이터를 수집·분석·판매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캐나다의 영상카메라 기업인 ‘인피니티 옵틱스’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인공위성용 카메라와 센서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한컴그룹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곳은 한컴그룹이 지난해 9월 인수한 한컴인스페이스이다. 그간 인공위성·드론 영상분석, 위성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한컴그룹과 손잡은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체 위성 발사와 드론 제작, 고성능 관측 카메라·센서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를 지난 8월 31일 전화 인터뷰해 한컴그룹의 우주·항공 사업전략을 들었다.

-관측위성 ‘세종1호’를 소개하면.

“가로 20㎝, 세로 10㎝, 높이 30㎝, 무게 10.8㎏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지상 고도 500㎞에서 초속 약 7㎞로 하루에 12~14번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관측폭 20㎞, 해상도 5m의 관측 카메라를 활용해 7가지 파장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내년 4~6월 사이 세종1호를 발사하고, 하반기에 2호, 그후 반기별로 위성 1기씩 발사해 5개의 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다. 향후 사업 성장에 따라 50기 이상의 군집위성을 운용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위성체를 개발하는 기업을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위성체 제작·영상 판매·영상 처리 분석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맥사 테크놀로지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왜 자체 인공위성을 쏘는가.

“현재 관측위성은 정부 사업에 주로 활용하고 있어 민간이 활용하기엔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다. 영상 구매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원하는 때,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영상 정보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대전을 관측한 후 다시 대전을 관측하려면 3~7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 자체적으로 다수 위성을 확보해 군집형태로 운용하면 재방문주기를 줄여 데이터를 얻는 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고, 관측 영역을 세분화해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우주산업이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시대로 바뀌는 흐름도 있다. 초소형 위성 기술이 발전했고,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위성 발사 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위성과 드론을 함께 쓰는 이유는.

“드론과 인공위성은 상호보완 관계가 강하다. 인공위성은 광범위한 지역을 찍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이고, 재방문주기가 길다. 정지궤도 위성이 있지만 고도가 높아 해상도가 낮다. 1~10m 이내의 고해상도 이미지여야 작물의 작황을 분석하거나 해안과 산림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드론이 보완할 수 있다. 드론은 해상도가 높고 띄우고 싶을 때 띄울 수 있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광범위한 지역을 찍을 수 없다. 한컴인스페이스의 주요 기술은 영상 처리·분석이라 위성이 찍은 영상이든 드론이 찍은 영상이든 큰 차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드론 사업의 방향은.

“우린 차별화 전략으로 특수목적 드론 시장에 주목했다. 군과 소방, 경찰, 송전탑과 철로 검사용 드론 등 특수목적에 최적화된 드론 개발에 집중하고, 관련 기술을 하나씩 국산화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할 생각이다.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드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와 드론 사업자를 연결하는 드론 중계 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다.”

-인피니티 옵틱스가 한컴과 손잡은 이유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영상 분석 인공지능 기술이 결정적이었다. 한명이 수십·수백대의 화면을 보고 침입자나 이상 패턴의 유무를 판독하기란 어렵다. 드론의 경우 무인으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드론 스테이션을 개발했는데 드론이 스스로 충전하고, 자율비행을 할 수 있다. 드론을 마치 비행기처럼 관제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자동차처럼 미래에 수백만대의 드론이 활용된다면 관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하늘에 신호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열렸을 때 이런 스카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공하면 한컴이 우버와 같은 회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인트벤처는 어떤 사업을 하나.

“조인트벤처는 위성과 드론, 지상에서 쓰는 광학열적외선(EO/IR) 카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위성용 센서를 개발한다. 이 분야 국산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광학카메라는 빛이 있어야 보지만 적외선은 열을 감지해 야간에도 감지할 수 있다. 해안 감시에 쓸 경우 안개 낀 날 침입하는 사람을 광학카메라로는 볼 수 없지만 열적외선으론 볼 수 있다. 산에서 조난 당한 사람도, 해수욕장에서 파도에 휩쓸려가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EO/IR를 탑재해 고도 500㎞의 위성 데이터와 지상 150~300m 이내의 드론 데이터, 지상에서의 영상 빅데이터를 다 갖게 된다. 영상 분야에서 올인원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인스페이스를 창업한 계기는.

“인스페이스는 2012년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모여 창업했다. 당시엔 위성체를 개발하는 게 중요했고, 위성체 산출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위성체 발사 목적이 결국 지구관측이라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해 동료 연구원과 과감히 창업했다. 이후 위성 영상 처리·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다, 2017년 드론 영상으로 확장했다. 드론 무인 운영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한컴이 인수하면서 자금이 풍부해졌다. 좋은 인력과 기술을 확보해 우주와 드론, 지상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스타링크 같은 위성통신 분야 진출도 생각하나.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통신이 정말 중요한데 전파 도달거리가 500m 정도인 지상망으로 5G를 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우주로 올라가야 한다. 6G는 위성통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스타링크가 방향을 잘 잡았다. 지금 통신 속도가 초당 100메가비트(Mb)이고, 월 사용료가 100달러 정도이다. 비싼 편이지만 세계 어딜 가든 로밍 없이 통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곧 광범위하게 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방향은 위성통신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워낙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서 일단은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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