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언박싱, 어떤 미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민주당편(2)‘양만큼 질’ 따진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새로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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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학교 활용한 마을공공주택… 사교육 필요 없는 ‘교육복지’ 제공 중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과 자산 양극화로 인한 계층 고착화다. 특히 부동산 양극화는 청년의 미래 불안정과 서민 주거불안의 주원인으로, 주거안정은 서민과 청년의 삶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지난 8월 15일,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매매·매물 안내문이 가득 붙어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8월 15일,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전월세·매매·매물 안내문이 가득 붙어 있다. / 김기남 기자

대선주자들의 공급 공약 현실성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서민의 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그리고 핵심전략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낙연 후보는 청년 반값 아파트 공급과 공공임대 비율 20% 확대, 박용진 후보는 서울 대규모 재개발을 통한 좋은 집 충분공급을 공약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공급 공약을 한 정세균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100만호와 반값·반반주택의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포함한 “280만호 주택공급폭탄”을 통해 집값을 2017년 수준으로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도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해 250만호 주택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게”하며 “투기수요와 공포수요”를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있는 고품질·충분한 면적의 공공주택”으로 기본주택을 정의하고 있다.

충분한 주택공급은 주거안정과 집값안정의 필수조건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은 서민과 중산층의 요구와도 일치한다. 국토연구원이 2020년 7~12월 표본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7.7%로 나타났고, 내 집 보유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거안정”(86.7%)이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 조사에서 월세 가구의 68.6%와 전세 가구의 54.3%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결과에서 한국의 높은 주택보유의식은 주거불안정에 기인하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이 주거안정에 매우 유용한 방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매우 미미하다.

2019년 기준 다가구주택의 구분거처를 반영한 주택 수 2131만호 중 30년 이상을임대하는장기공공임대주택은 92만6000호(4.3%)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거안정과 집값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 공약은 타당하다.

그러나 주택공급부지에 대한 대안이 모호하다. 이낙연 후보의 서울공항 7만호 공급 공약이나 박용진 후보의 김포공항 20만호 공급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세균 후보는 학교와 주거공간 결합을 제안했지만, 교사들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재명 후보는 ‘좋은 위치’라는 원칙은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에서 태릉CC, 과천청사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자체와 주민 이견 등으로 겪는 난항을 감안하면 실제 활용 가능한 부지를 찾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주택공급 확대만으론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 실례로 2008~2018년 사이 주택 489만호가 공급됐지만, 이중 51%인 248만호가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갔고, 이중 83%인 208만호는 주택 보유 상위 10%의 사람들이 사들였다. 2018년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은 700만호로 전체 주택의 35%에 달한다. 아무리 주택공급을 확대해도 민간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이 된다. 따라서 공공성 강화와 시장 공정성 공약은 중요하다.

‘주거와 행복한 삶’이라는 뉴패러다임

정세균 후보 부동산 공약은 시장 공정성보다는 시장친화적 주택공급을 늘려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주장한다. 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집중했고, 시장의 원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급확대는 실패하고 주택 가격을 잡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세제, 금융 등 규제정책” 공약으로는 주택 가격을 잡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부동산을 매개로 한 불공정과 양극화에 대한 진단이나 대안은 부족하다. 정세균 후보의 30만호 공공분양주택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부동산 투기심리 억제와 주거안정 강화에 더 타당한 정책이다.

반면 다른 민주당 후보들은 시장 공정성 강화 정책을 제시했다. 이낙연 후보는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 강화를, 이재명 후보는 조세개혁에 초점을 맞춘 국토보유세를 기본주택과 연결한 하나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토지정의와 경제정의를 목표로 지대개혁을 하고 거기에서 마련된 재원으로 사회배당과 공공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추미애 후보의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조세제도개혁을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은 타당하다. 이낙연 후보 역시 공공성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조세개혁과 같이 근본적인 개혁공약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의 종부세 개혁 과정은 부동산과 주거에 대한 인식을 부의 증식에서 사회정의와 공공성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될 수 있으며, 이재명·추미애 후보가 제안한 본질적인 부동산 세법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부동산백지신탁제, 비필수부동산 소유자의 고위직 임용과 승진 제한, 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 등은 정책 신뢰를 높이는 데 유용하며 즉각 실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공공주택이 사실상 빈자의 게토로 고립됐거나 부자의 투기처가 됐던 ‘주거와 재산증식수단’ 패러다임이었다면, 향후에는 ‘주거와 행복한 삶’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집은 돈 벌기 위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사는 곳(Living)’”이라는 ‘주택 패러다임’ 제시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Living 패러다임’은 “고품질의 안락한 주택”에 초점을 맞춘 생활(Living)은 있으나 행복한 삶(Life)을 제시하진 못한다. 그간의 공공임대주택은 시혜와 비하, 차별과 배제, 고립과 소외의 공간이었다. 그러한 공공임대주택의 위상을 아프게 함축한 단어가 바로 휴먼시아(공공임대주택 브랜드)에 사는 거지의 줄임말인 ‘휴거’라는 주홍글씨이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서 공공임대주택 거주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가구 중 “시설이나 주변여건이 좋아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8.6%, “가구상황에 적합한 주택 규모라서” 만족한다는 답은 3.9%밖에 없었다.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는 위치와 건축물의 질, 규모 등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이 된 오늘,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성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주거를 넘어 ‘좋은 교육과 역량강화 공간, 중산층의 삶이 있는 공간, 마을과 소통하는 허브 공간, 도심 속 문화가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에 ‘구도심 중심에 위치한 국공립초·중·고교와 연계한 마을형 공공임대주택’(이하 마을공공주택)을 제안한다.

8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예비후보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8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예비후보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마을공공주택의 첫 번째 공간혁신은 대도시의 구도심 중심에 위치한 40년 이상된 노후한 국공립초·중·고교 개축 시 학교, 각종 복지행정 시설과 공공임대주택을 결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서울과 대도시의 구도심은 기반 생활서비스와 도시 인프라가 미비해 중산층이 떠나면서 공동화되고, 그 속에 위치한 학교는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구도심은 교육, 문화와 복지의 사각지대로 점점 쇠락하고 있어 도로정비, 생활환경 개선, 안전시설 확충 등만으로는 도시재생이 어렵다. 구도심의 국공립학교 부지를 활용해 일대를 새로운 도심 혁신지구로 전환시켜 학교와 아이들이 돌아와 성장하는 선순환의 복합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통폐합 및 폐교와 이전 재배치를 검토 중인 학교가 10여개가 넘고, 향후 5년간 개축 및 증축, 리모델링 대상 학교가 213개교이며, 이중 93개교는 완전 개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소재 1000여개의 국공립초·중·고교 중 절반인 500개 학교를 마을공공주택으로 개발해 학교당 400세대가 입주한다면, 약 20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고,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를 비슷한 수준으로 고려하면 50만호 이상 공급 가능하다.

‘마을공공주택’이라는 대안

이 방안은 재원에 있어서도 효율적이다. 학교부지는 국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보상비가 들지 않고, 상하수도와 전기, 도로 등 도심의 기존 인프라 활용을 통해 하기 때문에 기반시설 구축비가 낮다. 복합컴플렉스 건설비는 영구임대주택 운영과 입주 기관 운영비를 통해 충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국가재정이 필요하지 않다. 마을공공주택은 주거안정과 구도심 재생, 교육 및 학교 공간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이므로 정부가 일정한 재정을 부담한다. 이미 교육부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정책 추진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향후 5년간 3조2000억원, 전국에 18조5000억원의 재정투입을 결정했다. 여기에 정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자금도 함께 투입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설계-건설-운영을 맡을 공공기관을 새로 설치하거나, 국민연금이나 토지주택공사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 공간혁신은 원스톱 교육-문화-복지-행정서비스에 있다. 마을공공주택의 학교는 0세 아이 돌봄부터 유치원, 초·중·고교, 방과후학교와 돌봄 제공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해 가족이 최장 18년 이상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자녀 가정은 주거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마을공공주택은 저소득층에서부터 중산층과 다양한 직업 종사자까지 학구 내 주민을 우선 입주시킨다. 주택 크기 분류는 자녀수 기준으로 하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

마을공공주택은 학교, 도서관, 급식시설, 보건 및 아이와 노인 돌봄 시설, 주차장, 체육시설, 생활편의시설, 소극장, 각종 창작 공간 등 문화와 복지체계를 갖추고, 주민센터와 지구대, 고용과 창업 지원 서비스 등 각종 행정기관 집적으로 주민 편의를 제고하고, 공통비용 절감과 융합행정으로 새로운 행정혁신 사례를 창출한다. 부지가 넓으면 2~3개의 독립적인 건물을 기능별로 짓고 가까운 곳에 2~3개의 공립학교가 위치한 경우에는 역할 분담형 연계 설계도 가능하다. 주변에 공공도서관, 주민센터, 공공체육시설 등이 운영되는 경우 네트워킹 마을설계를 하고, 마을공공주택으로 통합된 공공시설부지를 활용해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연계정책도 가능하다.

세 번째 공간혁신은 효과적인 구도심 도시재생이다. 마을공공주택은 반경 1㎞ 이내의 주거지역에 필요한 도시 인프라와 생활 기반서비스 허브로, 지역민에게 교육, 복지, 보건, 돌봄과 고용지원 등 공공 행정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지원한다. 마을공공주택 내부에 상업시설을 두지 않음으로써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여러개의 마을공공주택의 협력은 새로운 스마트 도시와 자치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각각의 마을공공주택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한다면, 서울에만 500개 이상의 ‘연트럴파크’와 같은 문화자산이 생긴다. 마을공공주택은 부동산 가격 대신 마을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공공임대 성공 핵심 키는 교육

좋은 교육이 담보된 마을공공주택이어야 서민과 중산층이 살고 싶은 혁신공간이 되고, 청년들이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대를 이어가는 마을이 될 수 있다. 마을공공주택의 좋은 교육을 위해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과정과 돌봄과 방과 후 등을 포함한 교육복지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지원과 예산 투자, 학생 개개인 맞춤형 지원 체제, 지역을 향한 학교의 열린 자세, 그리고 지자체와 교육청 간 행정의 융합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공공주택은 새로운 미래학교 모델을 제시한다. 학교는 고립과 단절의 모습에서 탈피해 지역 연대와 협력의 마을교육공동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는 유·초·중·고교가 통합된 캠퍼스형 모델로 작동한다. 학교장은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의 철학과 비전에 맞는 분을 초빙해 학교자치를 발전시키고, 교사들은 학생과 지역의 필요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교육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하는데, 교원의 힘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학교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각종 체육-보건-의료-복지-안전-문화 활동 서비스가 결합한 형태의 학교지원시스템을 갖춘 학교는 돌봄부터 방과후학교, 책임 교육, 다양한 체험교육과 혁신적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공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거주민 구성과 세대 간 유대, 마을 차원의 소통은 사회적 통합과 시민적 연대(social mix)를 이룸으로써 최고의 시민교육의 장이자 마을교육공동체를 구현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진정한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꿔보자.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최승복 서울특별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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