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 인터뷰 “기후위기로 멸망? 우리는 결국 답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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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곧 파멸에 이를 것이다.’ 기후위기를 다룬 책, 영화, 뉴스 등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다. 수위 높은 경고가 잇따른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파멸·멸망과 같은 극단적 표현에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사진/송윤경 기자

사진/송윤경 기자

“지금은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할 때다.” 기후과학자인 김백민 부경대 교수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이하 <답을 찾을 것이다>)를 썼다. 극지전문가이기도 한 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북반구 중위도권에 종종 찾아온 이상한파가 ‘북극 온난화’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삐딱한 과학자”라고 말하는 그는 책을 통해 ‘기후위기는 참이다’를 외우지 말고 이해하자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공포를 낳는다, 제대로 알아야 합리적 대응을 논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서다.

최근 며칠간 기후변화에 관한 중대한 뉴스가 있었다.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8월 5일)했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8월 9일). 기후변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교수를 지난 8월 16일 인천 송도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소식들에 대한 ‘가이드’를 부탁했다.

-기후위기가 닥쳐온다는 건 이미 상식인데 ‘이해’나 ‘공부’ 노력이 필요할까요.

“최근 한 방송사의 기후변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6도의 멸종>(마크 라이너스·2014년 국내 출간)이란 책을 바탕으로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없어진다, 멸망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이 6도 오르면 사실상 멸망에 이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가량 올랐고, 인류가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2100년까지 약 3도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IPCC에서는 인류가 소극 대응할 경우의 기온 상승 전망 ‘평균치’를 3.5도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3도 상승했을 때에도 무서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문명이 파괴되는 정도까진 아닐 겁니다.”

김 교수가 지난 6월 출간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표지 / 블랙피쉬

김 교수가 지난 6월 출간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표지 / 블랙피쉬

-‘3도냐 6도냐’가 중요한가요.

“3도와 6도는 어마어마한 차이예요. 인류가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갈 만한 기온 상승폭(산업화 이전 대비)이 1.5~2도이니, 3도 오른다고 보면 1~1.5도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6도 오른다’고 해버리면 4도나 줄여야 하는데 희망이 없는 거죠. 1도를 줄이는 것도 엄청난 일이에요. 10의 20승의 줄(J)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우주 밖으로 보내야만 달성 가능합니다.”

-인류 멸망 가능성을 강조하는 논의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합리적인 대응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해 ‘우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인데요, 이제는 기후위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로 넘어왔다고 생각해요. 지금 필요한 논의는 합리적인 대응책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이른바 ‘멸망론’은 기후위기 회의론자에게 악용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극히 일부를 가지고 ‘전부 과장됐다’ 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멸망’ 같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심각합니다.”

-최근 IPCC가 6차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IPCC가 이번 보고서에서 인간이 기후변화 ‘범인’임을 과거보다 더 확실하게 표현했습니다. 질적으로 새로운 발견이 덧붙여지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시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도 더 쉬워졌어요. 100년에 한 번 올 만한 폭염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씩 올 거라고 합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 필요한 쟁점을 잘 다뤘다고 보십니까.

2010년 북극과학기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백민 교수. 김 교수는 극지연구자로, 북반구 중위도권의 이상 한파가 ‘북극 온난화’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 김백민 교수 제공

2010년 북극과학기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백민 교수. 김 교수는 극지연구자로, 북반구 중위도권의 이상 한파가 ‘북극 온난화’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 김백민 교수 제공

“냉정하게 말해 ‘시나리오’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30년 후의 얘길 하면서 10년 후, 20년 후에는 각각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생략했고요, 무엇보다 비용 얘기가 빠져 있어요. 독일은 태양광·풍력 발전의 비중을 대대적으로 높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전기요금 역시 3배가량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됐습니다. 물론 태양광·풍력 발전 단가는 기술발전으로 앞으로 더 저렴해지겠지만, 한국에선 이 새로운 에너지를 전국 곳곳에 공급할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요. 자동차를 돌아다니게 하려면, 차 생산만 할 게 아니라 도로망 확충도 필요하잖아요. 태양광·풍력 대세는 확실하지만, 인프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얼만큼의 비용을 어떻게 감수할 것인지를 논의하면서 ‘에너지 믹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하고요.”

-기후위기 때문에 원전에 의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원전의 위험성은 정량화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도 알 수가 없어요. 탈원전은 ‘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으로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탈원전의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대규모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되, 소형원전(소형모듈원전·SMR) 기술연구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는 기술개발로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여지를 닫아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라는 논쟁적인 책이 올해 출간됐습니다. 이 책 저자도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비판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곧 멸망이 온다’고 단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마이클 셸런버거보다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고요, 원전에 대해선 입장이 완전히 다릅니다. 셸런버거는 자신의 논지에 힘을 싣기 위해 논문을 많이 인용했는데 ‘체리 피킹(원하는 내용만 골라 인용한 것)’에 가까워 보였어요.”

-<답을 찾을 것이다>는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의심해본 이들을 위해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기후위기는 인간이 초래했고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라는 입장을 가진 학자지만, 의심하는 시선을 나쁘게 보지 않아요. 의심이야말로 과학적인 자세입니다. 다만 의심이 들수록 공부를 해보자는 것이죠. 기후위기를 ‘이해’하면 알게 될 겁니다. 우리 사회에 맞는 에너지 전환 방법을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지금 필요한 건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한 멸망론, 종말론보다 구체적인 ‘에너지 대전환’ 논의입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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