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부동산 정책 “공급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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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공주도에 무게… 야당은 규제완화 치중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들이 속속 내년 대선을 겨냥한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아직 ‘경선 버스’가 출발도 하지 않은 야당에 비해 ‘오버페이스’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슈를 선점해 나쁠 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연 주목받는 건 ‘부동산’이다. 현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음은 물론 차기 대선판을 좌우할 이슈가 부동산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규제가 느슨한 탓인지, 공급이 부족한 탓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 올인’을 선언한 이후 ‘공급’만이 유일한 해법이 됐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여당 후보들도 공급대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경우 이달 말 경선이 본격화되면 후보별 부동산 공약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야당 후보들 역시 공급대책 중심의 공약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법론’을 두고 입장 차이가 극명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전망한다. 여당 후보들이 공공임대·분양 등 공공주도의 공급에 무게를 둔다면 야당 후보들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임대사업 장려 등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안을 내놓을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재명의 ‘기본주택’은 통할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7년 대선 때 후보 경선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2017년은 분명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였지만 지금과 같은 폭등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 이 지사가 가장 먼저 거론한 건 ‘국토보유세’의 도입이었다. 토지공개념에 입각해 국토보유세로 연 15조원가량을 걷어 국민에게 월 30만원가량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공약이다.

이번에도 국토보유세 공약은 유효하다. 다만 우선순위에서는 ‘250만가구 공급, 100만 기본주택 공급’이라는 공급대책에 밀렸다. 이 지사의 최우선 부동산 공약도 공급대책이다. 눈여겨볼 점은 ‘기본주택’이다. 이 지사가 이미 경기도에서 도입한 정책이기도 하다. 기본주택은 넓은 의미에서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이다. 현행 공공임대가 주거 약자나 저소득층 등을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면 중산층까지 폭넓게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를 만들자는 게 기본주택의 개념이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기본주택을 보면 신도시 등 도심에 전용 84㎡ 면적의 아파트를 기본주택으로 제공할 경우 월 60여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면 거주가 가능하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4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도심에서 시가 10억 정도 아파트를 전세 얻으려면 7억 정도는 줘야 한다”며 “연간 이자율을 3.0%로 따지면 7억에 대한 연간 기회비용은 2000만원이 넘는다. 월세로 환산하면 대략 170여만원인데, 이에 비하면 기본주택의 월세가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기본주택을 부동산의 한 해법으로 제시한 뒤 정부에도 “공급대책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2·4 공급대책’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2·4대책에 기본주택이 반영될지 당시 관심을 모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신 “질 좋은 중형 임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본주택을 공공임대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데는 엄연히 ‘반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아직 주거 약자층을 위한 공공임대도 부족하다”며 “기본주택 같은 중대형 임대를 도입하면 소형임대 공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 공약은 향후 대선 기간 중 이 같은 반론에 맞서야 한다.

대선후보들 부동산 정책 “공급 앞으로”

기본주택에 이어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도입을 다시 꺼내들었다. 국토보유세 도입 공약의 ‘설계자’로 알려진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깊숙하게 관여한 학자다. 현재 0.17% 수준에 머물고 있는 부동산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취지지만 국토보유세 역시 ‘사유재산침해’, ‘이중과세’ 등 반론이 만만찮다.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국토보유세 도입 자체를 극단적으로는 ‘공산주의’로 이해하는 유권자층도 존재한다.

윤석열은 재건축 규제를 풀까

여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3만가구, 공항 이전에 따른 고도제한 완화 등으로 주변 도심 등에 4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공주도로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하고,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전용단지, 자녀가 있는 무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는 중형 아파트 등을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공항과 인근에 총 7만가구면 중형 신도시 3개에 버금가는 규모다. 서울공항의 입지를 감안하면 공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공항 이전은 이미 주택공급방안으로 과거부터 검토된 방안이기도 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학교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학교 위에 아파트를 지어 일명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있다. 실제로 학교부지의 경우 학생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잠재적인 ‘택지’로 간주된다. 공공택지 조성이 어려운 서울의 경우 특히 그렇다. 개발과정에서 학교를 통폐합하고 해당부지에 집을 짓는 경우도 있고, 학교 운동장 지하에 지역 주민을 위한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도심 내 공공편의시설 공급지로서 주목받는 땅이 바로 학교부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낙연 전 총리의 서울공항 이전은 실현 가능성은 있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라며 “정세균 전 총리의 학교 부지 활용방안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사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동산 공약에 쏠려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로 묶여 있는 재건축 규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규제에 더해 “분양원가 공개까지 하겠다”는 이재명 지사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당시 국민의힘 경선주자들은 너나없이 “규제 철폐”를 외쳤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재건축 규제 철폐를 공약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윤 전 총장이 져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송진식 경제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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