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특판’의 기적 이번엔 무화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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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막 캔 마늘은 생김새가 무화과와 비슷했다. 마늘농사가 너무 잘 돼 밭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며 경북 영천에 사는 외삼촌이 가족 먹을 것만 부쳐줬다. 마른 마늘만 보다가 처음으로 겉에 물기가 촉촉한 마늘을 봤는데, 무화과를 볼 때마다 감탄하던 아름다운 곡선과 겉껍질의 선명한 보랏빛이 마늘에도 선명한 것이 놀라웠다. 폐기 직전 살아나 우리 집에 보내온 마늘이 얼마나 달던지, 썰고 다졌더니 과실처럼 즙이 쭉쭉 흘러나왔다.

농협직원이 지난 7월 26일 화천군 신풍리 화천농협 창고에서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8㎏ 들이 ‘화천산 애호박’ 1200상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화천군 제공

농협직원이 지난 7월 26일 화천군 신풍리 화천농협 창고에서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8㎏ 들이 ‘화천산 애호박’ 1200상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화천군 제공

농사를 망쳐서가 아니고 풍작이 됐으니 작물을 버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두해 전 그 봄에 처음 알았다. 특정 농산물의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가 취하는 정책이 ‘산지 폐기’다. 현지 농협이 최저가로 값을 치르고 농산물은 폐기하는 것이다.

올여름엔 애호박이 풍작이라 농가마다 야단이 난 모양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관측 이래 최장기간의 장마가 덮쳐 산지가 쑥대밭이 됐다며 ‘애호박 하나에 4000원이나 한다’라는 뉴스까지 났다. 올해는 비가 덜 오고 볕이 풍부해 애호박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지난달 노지 애호박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산 애호박의 경매가는 8㎏ 한상자에 3000원까지 떨어졌다. 애호박 8㎏ 한상자의 생산원가가 5000원 정도 되니, 생산자로서는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었다. 지난 2018년 여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화천 농가들은 그해 눈물을 삼키며 잘 키운 애호박을 내다버려야 했다.

다행히 올해는 모두가 이 사태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화천군이 시작한 ‘애호박 팔아주기 운동’ 소식이 알려지자 이틀 만에 무려 1만3677개에 이르는 애호박(109.4t)이 팔렸다. 화천군이 택배비를 전액 지원해 8㎏ 한상자 가격은 ‘택배비 포함 6000원’으로 책정했다. 전국의 소비자들은 재빠르게 호응했다.

원래라면 화천지역 농민들이 일주일 동안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내보내야 했을 물량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이틀 만에 팔려나가고도 화천군에 주문 문의가 폭주하자, 화천군은 일주일간 애호박 228t을 산지 폐기한 것을 끝으로 당분간 추가 폐기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우체국쇼핑은 판로가 막힌 농산물의 판매를 계속 지원해왔다. 2018년 ‘화천 애호박 사태’ 때부터 피해 농가 돕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2019년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의 농산물과 전남 무안의 양파를, 지난해와 올해는 전남 신안과 충남 보령의 마늘 등의 판매를 도왔다.

지난달에도 산지 폐기를 앞둔 화천 애호박 특판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애호박에 이어 8월 4일부터 18일까지는 폭우가 내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전남지역의 무화과를 최저가에 판매한다. 무화과 1㎏ 한상자가 1만1900원이다. 우체국쇼핑몰뿐만 아니라 제휴쇼핑몰인 11번가, 이베이 등 주요 오픈마켓에서도 같은 값에 무화과를 구매할 수 있다. 우체국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전국의 우체국을 방문해 주문해도 되고, 온라인 우체국쇼핑몰 웹사이트를 이용(mall.epost.kr)하거나 우편고객센터(1588-1300)에 전화를 걸어서도 주문할 수 있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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