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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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여름만 되면 공포영화를 찾게 되는 극장가. 이는 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왜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함을 느끼게 될까? 일설에 따르면 사람이 공포영화를 볼 때 긴장하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목이 마르면 물을 찾게 되듯이 더위에 서늘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공포물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는 극장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몸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소설의 인기가 상승하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서점을 찾아 제대로 더위를 잊게 해줄 소설들을 찾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유형별 공포소설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공포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 등의 문호들이 집필한 고딕 소설들이 효시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소설가인 브램 스토커(1847~1912)의 흡혈귀 호러 <드라큘라>는 1987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오늘날까지 고딕·공포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코즈믹 호러(대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대표로 하는 H. P. 러브크래프트(1890~1937)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작가가 공포 환상 문학의 명맥을 이어왔다. 러브크래프트는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공포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작가로, 대표작으로 <광기의 산맥>, <크툴루의 부름> 등이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통틀어 ‘공포소설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븐 킹 역시 작품의 뿌리를 이와 같은 고전들에 두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동양의 민간 전설과 상상 속의 존재인 요괴가 영상매체를 통해 서구권에 알려지면서 중국과 일본의 공포 기담이 전파됐다. 최근에는 이른바 ‘도시 괴담’을 바탕으로 한 공포소설이 일본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도 많은 팬을 형성하게 됐다. 아울러 ‘살아 있는 시체’의 대명사인 좀비 소재의 작품과 심리 서스펜스, 주술과 저주를 그린 이른바 오컬트물이 영상 콘텐츠로 인기를 얻으면서 원작으로 하는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다.

01 온몸을 얼려버리는 악령 이야기
공포소설 하면 역시 귀신 같은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이야기가 가장 많으며, 지금까지도 다양한 버전의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링 1: 바이러스 | 스즈키 코지 지음·김수영 옮김·황금가지·1만2000원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J호러의 시발점이 된 공포소설 <링>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매체를 통해 ‘죽음의 저주’가 전파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원인 모를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서서히 압박해 다가오는 저주의 그림자는 읽고 있는 독자의 주변을 서늘하게 만든다.

▲보기왕이 온다 | 사와무라 이치 지음·이선희 옮김·아르테·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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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출간된 <보기왕이 온다>는 침체돼 있던 J호러의 부활을 알렸다. 진화된 형태의 저주는 현대인의 도덕적 해이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독자에게 경고한다. 당신도 그렇게 살면 저주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오월의 밤 |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조준래 옮김·생각의나무·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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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밤, 아무도 없는 헛간에서 마녀가 깨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청년이 눈과 귀로 느낀 극한의 공포가 그대로 전달됐던 <비이>는 국내에 <마녀의 관>이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작품집 <오월의 밤>에 수록돼 있다. 200년 전 작가의 고전적 소설이지만 지금도 그 공포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

02 사람이 귀신보다 무서운 이야기
매체를 통해 가끔 접하는 끔찍한 사건·사고 중 이른바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는 현실 속에 공포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자신의 이웃이나 가족이 바로 그 사이코패스이고 언제 자신이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악몽 |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박현주 옮김·포레·1만5000원

브램스토커상과 세계환상문학 대상을 수상한 <악몽>은 인간이 삶 속에서 느끼는 불안을 통해 공포 심리의 근원을 탐구한 단편집이다. 부모의 사랑을 어린 동생에게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고 싶어하는 의사의 집착 등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속 욕망이 악으로 물들어가는 심리 변화의 과정에서 현실적 공포를 느끼게 한다.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지음·이선희 옮김·창해·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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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대상 수상작인 <검은 집>은 작가 자신의 보험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되고, 일본과 한국에서 영화화됐다.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은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여자를 만나게 된다.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던 그는 그 여자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독자는 이런 보험금 살인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더욱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 환자 | 재스퍼 드윗 지음·서은원 옮김·시월이일·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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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영화화까지 결정된 소설 <그 환자>는 한 정신병원의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죽거나 미쳐버리는 이야기이다. 그 환자의 저주에 감염된 원인이 최면술 같은 것인지 오컬트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접촉만 해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괴물’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03 불안과 공포, 미스터리한 이야기
사건이 발생하고 명탐정이 등장해 이를 해결하는 추리소설은 끔찍한 사건 자체가 독자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 새로운 사건을 발생시킬 범인의 존재 역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모르그 가의 살인-시공 에드거 앨런 포 전집 1 | 에드거 앨런 포 지음·권진아 옮김·시공사·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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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추리소설이라고 알려진 미국의 문호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은 이른바 ‘밀실살인’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에 의해 한 모녀가 처참하게 살해된다. 명탐정에 의해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독자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

▲아웃사이더 1·2 | 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황금가지·각권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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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의 대부인 스티븐 킹의 최근작 <아웃사이더>는 아동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이 같은 시간대에 먼 곳에서 목격되는 불가사의한 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사건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존재는 그 정체를 알게 될수록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시인장의 살인 |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김은모 옮김·엘릭시르·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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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스터리 소설 대상 4관왕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영화동아리 합숙으로 모인 학생들은 극기 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좀비들의 공격을 받는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숙소에 고립되는데, 설상가상으로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좀비와 연쇄살인마의 존재에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극한의 공포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04 무서우면서도 눈물 나는 이야기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원한 맺힌 귀신은 비극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구문학의 시류 중 하나였던 고딕호러라는 장르 역시 서늘한 분위기와 함께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리틀 스트레인저 | 세라 워터스 지음·엄일녀 옮김·문학동네·1만6800원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한국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가인 세라 워터스가 집필한 <리틀 스트레인저> 역시 ‘하우스호러’ 작품이다. 몰락해가는 한 귀족 가문이 기이한 사건을 겪으며 점점 불행에 빠져가는 과정이 슬프면서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점점 더 커져가는 공허함으로 인간과 유령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힐하우스의 유령 | 셜리 잭슨 지음·김시현 옮김·엘릭시르·1만2800원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영화로도 유명한 스티븐 킹의 걸작 소설 <샤이닝>에 영향을 준 미국의 여성작가 셜리 잭슨이 집필한 3대 ‘하우스호러’ 소설 중 하나인 <힐하우스의 유령>. 이 작품에서는 유령이 출몰하는 집과 관련된 사람들이 겪는 내면의 슬픔이 어둠과 음울함에 잠식된다. 그 과정은 독자에게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마야시로 아사코 지음·김은모 옮김·작가정신·1만3000원

한여름,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소설 12선

감성적 이야기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일본의 소설가 오츠 이치의 또 다른 필명인 마야시로 아사코의 단편집이다. 이 책에서는 남편과 딸의 자살을 목격한 여성이나 학교폭력의 가해자 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등 작가가 들려주는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부조리로 인해 느끼는 두려움이 인간 내면의 공포를 발견하게 한다.

<주자덕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 대표 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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