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책 출판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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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가볍게 기획됐습니다. 코로나19 시국에 마침 휴가철이니 어디 가지 말고 ‘집콕’하면서 대선주자들이 펴낸 책 독서로 더위를 나면 어떠냐 정도의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판이 커졌습니다. 주요 대선주자들만 보여주자고 시작했는데 형평성을 감안해 결국 1차 경선 일정을 통과한 민주당 후보 전원과 주요 야권주자들의 책들도 다루기로 했습니다.

[취재 후]대선주자 책 출판의 사회학

선거철 국회 의원회관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입니다. 행사장 앞에서 책을 판매하는데, 기념회까지 와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그냥 한권만 사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2~3권은 기본이고 10권 넘게 사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몇 번 논란이 된 뒤 카드결제기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책값이 얼마가 걷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딱히 영수증 발행 없이 들고 가는 책 대신 두툼한 흰 봉투를 준비한 종이상자에 넣는 것, 자주 목격한 광경입니다.

정치 관련 취재를 하면서 이렇게 선거철에 의원들이 낸 책들을 주목했습니다. 주변에 권하기도 했습니다. 철이 지나면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고, 가격도 책정되지 않은 비매품 책도 꽤 되는데, 의외로 해당 정치인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정보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정치인 당사자를 인터뷰하면서 책에서 읽은 대목을 언급하면 거꾸로 “어떻게 그 이야기를 다 아십니까?”라고 깜짝 놀라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집안 내력, 어렸을 때 도움을 받은 지인 등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자기 스스로 책에 밝혀놓고 깜빡한 거죠.

물론 선거 시기에 맞춰 낸 함량 미달의 책들도 꽤 됩니다. 새로 책을 내야 하는데 만들 시간이 없어 기존에 나와 있는 본인의 책 표지와 추천사 등만 손을 봐 재포장해 내는 이른바 ‘표지갈이’ 책도 없지 않습니다.

어찌됐든 대선은 다릅니다. 대선에서 그런 식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욕먹기 십상이죠.

대선 시기에 맞춰 자신의 비전과 각오, 앞으로 펼 정책을 책을 통해 총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는데, 출판계에서는 그 출발점이 2012년 대선을 앞둔 <문재인의 운명>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라고 보더군요. 이번 대선에서는 누가 최종승자가 될까요. 책들을 일별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답이 보입니다. 정말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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