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알파고 탄생시킨 영국의 테크시티, 유럽 ‘AI 천국’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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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로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켰던 유니콘 17개 중에서 11개가 AI 기반 스타트업인 나라. 매일 1000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중소기업이 민간부문 고용의 약 60%를 차지하는, 전 세계로부터 아이디어, 자금, 조언이 모여드는 나라. 2010~2017년 1234개의 스타트업 엑시트로 미국에 이어 스타트업 엑시트 세계 2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리포트 마케팅 리치 부분 세계 2위, 글로벌 도시 생태계 평가에서 실리콘밸리, 뉴욕에 이어 세계 3위 도시를 보유한 나라. 미성년자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10파운드(약 1만6000원) 이하의 자본금으로 창업할 수 있고, 창업절차도 간편한 나라. 유럽의 실리콘밸리 영국 이야기다.

영국 런던 테크시티의 전경/픽사베이

영국 런던 테크시티의 전경/픽사베이

엑시트 용이, 창업 간편, 자본금 제한 없애

영국의 스타트업은 금융위기 이후 도심 곳곳이 녹슬고 버려진 창고와 공장이 즐비했던 빈민가 지역을 스타트업 천국 ‘테크시티(Tech City)’로 재구성하면서 시작됐다. 런던의 동쪽 주변부 중 땅값이 싼 쇼디치, 올드 스트리트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이곳이 처음부터 붐볐던 것은 아니다. 2008년 이전만 해도 주변에 정보통신(IT) 기업 20여개가 전부였다. 그러다 금융위기로 금융 서비스가 위축되자, 그 자리를 IT업계가 차지했다. 지금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1300여개 스타트업이 모여 세상의 주목을 받는 곳으로 변했다. 이곳이 벤처캐피털(VC), 크라우딩펀딩, 엔젤투자자 등 스타트업 3박자를 고루 갖추게 되자 예비창업자와 기술자가 모여들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는 계기가 됐다.

런던의 테크시티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영국의 로터리를 지칭하는 ‘라운드어바웃’이 합쳐져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공장지대로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이는 허름한 분위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금융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슬럼화가 진행되자 런던 도심과 불과 10분 거리에 있었지만, 우범지역으로 변했다. 하지만 낙후된 건물에 따른 싼 임대료 덕분에 한푼이 아쉬운 창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영국 정부도 이들을 주목했고,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나서서 테크시티 조성안을 발표했다. 낙후된 공장부지가 IT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내용으로 보면 서울 성수동이나 구로공단과 유사하다.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와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는 대표적인 영국의 스타트업이다.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와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는 대표적인 영국의 스타트업이다.

영국은 달랐다. 재개발을 통해 신축건물을 올리고 상권을 형성시키지 않았다. 기존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기반이 됐다. 출범 당시 100개도 안 되던 입주기업이 최근에는 5000여개가 넘어서면서 스타트업 천국으로 발전하게 됐다. 테크시티 덕분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은 이제 IT 중심의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영화, 미디어, 음악, 금융 등 IT와 연계된 다양한 산업들의 성장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큰 스타트업 도시로 성장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치며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켰던 AI,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영국은 유럽 AI 스타트업의 3분의 1을 가지고 있어 이 분야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3박자 고루 갖춘 스타트업 생태계

영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2010년 설립된 ‘트랜즈퍼와이즈’가 있다. 송금 및 환전이 필요한 이용자들을 서로 매칭해 기존 은행에 지불해야 했던 수수료를 절감시킨 핀테크(P2P)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세계 59개국에서 매월 약 100만명의 고객이 총 10억파운드의 금액을 송금하고 있다. 2003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항공권 가격비교 검색엔진으로,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이스캐너’도 대표적인 영국산 스타트업이다. 지금은 항공권과 숙박, 자동차 렌트 등의 가격비교 사이트로 서비스가 확대됐으며, 30여개 언어, 70개 이상의 통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월 방문자 수가 6000만회를 기록할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실시간 대중교통 내비게이션 맵인 ‘시티 맵퍼(City Mapper)’, 명품의류 온라인 쇼핑몰인 파페치(Farfetch), 개인 간(P2P) 신용대출 플랫폼 펀딩서클(Funding Circle) 등이 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결을 하고 있다./구글코리아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결을 하고 있다./구글코리아

영국의 스타트업은 런던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클러스트를 조성하고 정부·민간이 다양한 창업지원 활동을 한 것으로 집약된다. 대표적인 창업육성 프로그램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미래 50(Future Fifty)’, 영국 내 산재한 16개 산업 클러스트 간의 교류를 통해 성공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테크시티 영국 클러스트 동맹’,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학의 전문가들이 창업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해주는 온라인 교육프로그램 ‘디지털 비즈니스 아카데미’가 있다.

특히 영국은 창업자가 빠른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안정적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터 활동도 활발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만을 특별 지원하는 ‘더 디퍼런스 엔진’,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자금조달과 경영자문을 지원해주는 민관합동 핀테크 육성기관 레벨39(Level 39)도 있다. 또한 해외 각지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기업 본사를 영국에 유치하기 위한 ‘HQ-UK’ 프로그램을 통해 페이스북, 구글, 맥킨지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영국은 정부가 스타트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민간이 개별 원칙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전력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밸리 문화가 런던의 창업생태계에 형성된 것도 긍정적이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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