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는 연구결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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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덥나 했네.” 7월 15일, 인터넷커뮤니티들에 퍼진 사진이다. 본문엔 아무런 설명 없다. 한장의 뉴스 캡처다. SBS 8시 뉴스인데,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는 연구결과’라는 뉴스자막이 나와 있다. 커뮤니티마다 퍼진 제목은 살짝 변형이 있지만 비슷하다. ‘요즘 유독 덥게 느껴지는 이유’(인스티즈), ‘요즘 왜 이렇게 더운가 했네요’(보배드림) 등등. 동일 게시물 수집결과를 보면 유독 루리웹 게시판에서 이 사진이 흥했다. 제목도 상반된다. ‘유게이(루리웹 유머게시판 사용자를 말한다)들이 더위 타는 이유’, ‘유게이들은 더위 덜 타는 이유’ 뒤의 제목을 단 누리꾼은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 외모가 떨어지니 더위를 덜 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7월 15일 ‘왜이렇게 덥나 했네’ 등의 이름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미지(사진 위). 확인 결과, 이 사진은 2013년 4월 25일 SBS 8시 뉴스가 보도한 ‘괴팍한 날씨, 예보도 갈팡질팡’ 보도를 바탕으로 합성한 사진이었다.(사진 아래) 루리웹(왼쪽), SBS뉴스 캡처(오른쪽)

7월 15일 ‘왜이렇게 덥나 했네’ 등의 이름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미지(사진 위). 확인 결과, 이 사진은 2013년 4월 25일 SBS 8시 뉴스가 보도한 ‘괴팍한 날씨, 예보도 갈팡질팡’ 보도를 바탕으로 합성한 사진이었다.(사진 아래) 루리웹(왼쪽), SBS뉴스 캡처(오른쪽)

아무튼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나. 지난 3월 이 코너에서 실체를 추적한 ‘못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 보도사진이다. 그때도 캡처 사진에 등장하는 장면은 이 사진과 유사하게 SBS 8시 뉴스였다. 최종 추적 결과 당시 뉴스 보도화면은 조작으로 판명 났다. 원래 보도는 ‘가스배관 타고 빈집털이 기승’이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는 건 ‘못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를 뒤집어 만든 주장이다. 이 보도의 진실은 무엇일까.

단서는 뉴스보도 사진 속에 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는 연구결과를 전하지만 배경 이미지는 연구결과와 매치되지 않는다. 왼쪽 상단은 도로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고 오른쪽 화면은 벚꽃 배경의 유명 남녀 연예인인데, 화면 속에는 더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없다. 결정적인 단서는 하단의 토막뉴스 자막이다. ‘조용필 19집, 음반 비구매층 지갑 열다’라는 제목의 문화뉴스가 보도된 날짜를 체크해보면 2013년 4월 25일이다. 그리고 검색. 마침내 찾았다.

원본 보도는 ‘괴팍한 날씨, 예보도 갈팡질팡’이라는 제목의 보도다. 연예인들 배경의 벚꽃도 돌이켜보면 단서였다. 봄을 상징하는 사진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못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 만큼 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 밈(meme)도 꽤 오랫동안 흥했다. 이미지 합성의 원본이 되는 보도가 2013년 4월인데, 2014년경부터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더 더위를 탄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 가장 흥했던 것은 역시 초강력 더위가 닥쳤던 지난 2018년이었다. 대부분의 반응은 ‘못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 때와 마찬가지로 ‘비 오는 날에는 소시지빵’, ‘알통 굵기가 정치신념 좌우’ 등의 보도를 떠올리고 있지만, 보도의 적절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그 보도는 진짜였다.

그러나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라든가 ‘못생길수록 추위 더 느껴’는 진짜 보도가 아니라 누리꾼이 보도영상 하단의 자막을 조작해 만든 합성이다. 그래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라는 일반명제를 유추할 수 있는 연구결과도 혹시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잘생기고 예쁜 사람’에 대한 미학적 판단이 계량화돼야 한다. 괜한 수고는 말자.

오늘의 결론이다. SBS 8시 뉴스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덥다는 연구결과’에 대한 보도를 한 적 있을까. 답은 없다. 해당 이미지는 2013년 4월 25일자 ‘괴팍한 날씨, 예보도 갈팡질팡’ 날씨 기사에 자막과 연예인 사진을 합성해 누군가 만든 사진이다. 당신이 덥다고 느끼는 거, 예쁘거나 잘생겨 그런 것 아니다. 날씨가 이 모양이어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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