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디지털 기술은 예술 영역을 확장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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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1977년 한 여인이 별들의 전쟁 중인 우주선에서 홀로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멀고 먼 은하계에서 보낸 그의 메시지는 2021년 현재의 오비완 케노비인 우리에게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 기술의 설계자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어떻게 그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까?

프로젝션 매핑 사례 / An Unlimited Canvas - Acentech

프로젝션 매핑 사례 / An Unlimited Canvas - Acentech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고 있는 이만희 누리봄 연구소장을 국립중앙박물관 미디어 특별전을 본 뒤 만났다. 안개 낀 미로 같은 디지털 아트의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다.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와 있나.

“기술의 완성도 기준으로 가상현실(VR) > 증강현실(AR) > 혼합현실 > 홀로그램 순서로 볼 수 있다. VR은 시야를 가리는 장치(HMD)를 사용함으로써 실감 현실을 볼 수 있지만 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AR은 안경 형태의 장치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일상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홀로그램의 경우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상의 문제가 많다.

[디지털 예술의 세계](4)“디지털 기술은 예술 영역을 확장시킬 것”

-기술은 결국 자본에 종속돼 있다. 디지털 아트도 자본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전시는 추가적인 자본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자본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곧 기술이 보편화함을 의미한다. 기술의 보편화는 이전보다 더 저렴하게 대중적인 문화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1인 방송국(유튜브)처럼 어쩌면 모든 대중이 보편화한 기술을 가지고 1인 예술가가 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또 대중은 선택의 다양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이 꼭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기술의 고도화와 대중화로 더 많은 기술이 예술 분야에 접목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공지능은 이미 미디어아트에 적용되고 있다. 바이오, 나노 기술 등을 작품에 사용하는 작가들도 이미 있다.

-감상자로서 디지털 아트를 대할 때면 고도화된 기술이 압도하는 미디어적 현실에 대해 상대적으로 공허감을 느낄 때가 많다. 또 현실과 작품 사이의 간극도 느끼게 된다.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제작자는 역량과 전문성을 겸비하는 것이 필수이지만 박물관의 기획자나 작가와의 원활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우선한다. 원활한 소통 없이 만들어지는 작품이나 전시로는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꼭 하이테크놀로지가 아닐지라도 대상 콘텐츠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적정 기술로 전시를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갖고 있어야 한다.”

이만희 누리봄 연구소장 / 본인 제공

이만희 누리봄 연구소장 / 본인 제공

-예술이 요구하는 철학적 질문을 기술이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이 예술 영역에 적용되는 범위와 활용되는 수준에는 제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자신이 보유한 기술로 예술적 표현을 원하는 기술자라면 어떠한 제한없이 예술 분야에 기술을 도입하고 융합하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시각적인 기술이 예술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청각 기술의 비중이 높아져 콘텐츠의 완성도와 몰입감을 높이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럴 때 예술이 추구하려는 이념이나 의도를 더 잘 표현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 등 여러 디지털미디어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보면 선택지는 대중에게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은 그 폭이나 의도가 제한되는 경우를 본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을 대하는 대중의 사고 영역까지도 개입하고 제한하게 되리라 보지 않는가.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불가항력적인 과정이다. 결국 기술의 사용과 목적은 활용하는 이들에게 달려 있고, 대중 역시 그들의 예술적 요구를 드러내 보일 때 사고의 영역을 제한하는 기술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본다.”

프로젝션 맵핑 사례 / d'stric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젝션 맵핑 사례 / d'stric 페이스북 페이지

-첨단의 기술을 구현하는 설계자의 입장에서 순수예술은 결국 퇴보할 것이라 보는가.

“전혀 아니다. 기술자의 입장에서 봐도 여전히 순수미술은 자체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예술이 다양화돼 대중의 선택을 받듯이 순수예술을 찾는 대중 역시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다. 결국 대중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예술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지 기술의 발전이 순수예술을 퇴보시키리라 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의미를 두는 작품이 있는가.

“내게 미디어아트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해준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하이브(HYBE)의 ‘아이리스(IRIS)’라는 작품은 기존에 알고 있던 기술적 요소들이 예술작품으로 변화돼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본 거다. 이후 여러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디지털 아트에 관한 호기심을 채워가고 있다.”

[디지털 예술의 세계](4)“디지털 기술은 예술 영역을 확장시킬 것”

‘From so simple a beginning(너무나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에 대해 한 말이다. “그처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화려한 수많은 생명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니.”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예술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우리의 예술은 글을 읽고 있는 이 시간에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의 미로에서 우연히 낯선 무언가를 만나거나, 문득 현관문 앞으로 뜻밖의 선물이 배달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낯설어하지 말며 뒷걸음치지 말자. 그리고 1977년 멀고 먼 은하계에서 보냈는데 이제야 도착한 메시지를 기억하면서 그들을 맞이해보자. 그가 우리에게 보내는 격려의 한마디,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디지털 아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칩니다.

<허지영 아테니빌 아트디렉터 장인선 아트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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