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공세 넘어 윤석열 대세론 오래갈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쥴리’ 등 네거티브 거세져… 정권교체 의지 넘어선 대안 제시도 물음표

“황교안 가발을 떠올려보라.” 7월 1일 기자를 만난 국민의힘 측 인사의 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 후 갑자기 닥친 검증국면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가발이 아닐까) 의심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목격담까지 그럴듯하게 돌았다. 본인에게 직접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 삭발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가발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황교안 대표에게 쏟아지던 네거티브의 효과는 봄눈 녹듯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부인과 관련된 논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일시적인 반등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해 치러졌던 총선에서 황 대표 체제는 참패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출마 선언 후 빨라진 윤석열 행보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 후 윤석열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6월 30일에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한 뒤 국회 정론관으로 옮겨 국회 출입기자들 앞에 섰다. 출마 선언 당일 오전 개설한 개인 페이스북은 폐쇄됐다 다시 올라왔다. 이튿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내려간 이유를 “페친 추가 요청이 갑작스레 많이 들어와 비활성화했다는 페북 측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보를 맡았던 이동훈 전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서도 “자기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고 싶다고 해 서로 양해를 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나온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관련한 시각차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퇴할 때 금품수수 의혹 수사 사실을 알렸나”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날 저녁에는 SBS, KBS 9시 뉴스와 인터뷰하는 등 언론과 접촉도 늘렸다. 6월 30일 국회 정론관 질의에서 윤 전 총장은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고 답했지만, 부인 김건희씨의 등장도 전격적이다. 출마 선언 이튿날 새벽 공개된 신생 탐사전문 인터넷매체인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 이른바 ‘쥴리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어디 호텔의 호스티스였고 거기서 에이스였다는 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것을 안다. (중략)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내가 쥴리였다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나 봤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내가 그런 적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 나는 쥴리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처가와 악연이 있던 사람들에 의해 8~9년 사이버상으로 공격을 받았다”며 “대부분 드러난 문제”라고 밝혔다. SBS와 인터뷰에서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수사를 하겠습니까, 제가 의뢰한다고 지금? 다 보셨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이 현실을”이라고 반문했다. 지난번 ‘윤석열 X파일 전말과 막전막후’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구체적인 예명을 거론하며 부인 관련 의혹이 확대재생산된 것은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의 일로, 그후 근 1년 가까이 윤 전 총장 관련 기사 댓글에서 쥴리는 ‘서동요’처럼 항상 등장하던 이야기였다. 네거티브 대응의 관점에서는 늦은 감이 있다.

앞서 국민의힘 측 인사가 ‘황교안 가발’을 꺼낸 이유는 이것이다. 공개적인 지면에서 거론하기 부적절한 내밀한 사생활 문제를 다루는 만큼 쥴리 논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이 이슈를 이용했던 쪽에 대한 역풍으로 번질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 여권인사가 논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권 측 인사들이 관망하는 이유다.

대권 출마 선언의 컨벤션 효과는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의 컨벤션 효과는 얼마나 나타날까. 기자가 접촉한 여론조사 전문가 중 윤석열 지지율에서 상승효과와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는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 회사는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조사해 결과를 월요일 발표한다. 여야 대표주자(윤석열·이재명)의 출마 선언과 출정식을 보고 지지나 반대의사가 바뀌었냐는 문항을 추가해 물어볼 수 있겠지만….”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그는 6월 29일 윤석열의 출마 선언과 관련해 “아직 주파수를 국민에 못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직전까지 이슈가 X파일과 처가 의혹이었다. 만약 그가 ‘제기된 의혹은 과장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건 이래서 아니고, 나머지는 차근차근 일목요연하게 따로 국민에게 보고 드리겠다’ 이 정도의 톤으로만 정리했어도 대응을 잘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당면사항만 골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면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스스로 기회를 저버린 것이다. 공정이나 상식, 법치와 같은 말만 반복하려면 뭐하러 기자회견을 하나. 더군다나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마타도어라면서 합당한 팩트에 근거해 물어달라며 공을 반대편에 있는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제기된 것은 다 마타도어이니 팩트는 당신이 구분해 이야기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가져오면 자신이 판관 노릇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는 “윤석열은 소통의 기본자세가 아직 안 됐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자신이 검찰총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권력의 핵심은 상명하복과 일사불란한 조직에 있다. 상급자인 자신이 그렇다고 하면 그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믿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면 답이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훗날 평가할 때 X파일 공을 되치기로 넘긴 것이 결정적 패착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의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한 까닭은 이렇다. “대선은 일종의 긍정 싸움이다. 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정권교체 의지를 넘어서는 ‘알파’일 텐데 그 알파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최소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상이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이번 대선에서 핵심적인 캐스팅보트들은 중도층과 2030세대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현재 우리 사회의 중도층과 2030세대가 강하게 원하는 것은 미래비전이다. 박근혜 정부도 체험해봤고, 문재인 정부도 경험해봤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두 정부 모두 과거에 강하게 연결돼 있다. 박정희 시대와 민주화운동이다. 중도층이나 2030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미래비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출마 선언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반면 윤석열 후보를 경향적으로 지지해온 보수진영 인사들은 그의 이날 출마 선언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출마 선언을 두고 윤석열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많이 봤는데 탁 까놓고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기자들이 윤석열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현상으로 본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우선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출마 선언은 원래 내가 왜 출마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이 강조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그렇다. 386 끝물을 경험한 기자들이 보기엔 자유민주주의는 전두환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나 태극기세력의 반공민주주의 정도로밖에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은데, 자유민주주의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386세대는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민주적 통제, 민중민주주의(PD) 같은 이야기를 과거에 했는데 대안으로서 깜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태극기세력의 반공민주주의나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참여민주주의나 알고 보면 똑같은 전체주의적 시각이다.”

그는 출마 선언과 관련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과거 MB대선 준비팀, 반기문 정책팀 등 대선을 경험하면서 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출마선언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아마 머릿속에 전체적인 그림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통 선거를 하면 학자들이 모여 정책을 짜는데 이 사람의 마음에 들진 않을 것이다.” 그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소장의 판단이다. “직접 본인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군 면제를 받았다는 부동시(不同視)의 특징이 마주보고 있으면 얼굴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자세 때문에 실제로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 한다. 눈이 안 돌아가 얼굴을 돌리는 것이다. ‘도리도리’ 논란은 그래서 생겼을 수 있다. 장애로부터 오는 증상이다. 이번 출마 선언에서 제일 의아했던 것은 리허설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자유민주주의 본뜻을 설명하는 것은 좋았는데, 말이 길어지면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 역시 향후 지지율은 보합세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지지율은 확 오르지도 않겠지만 확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본인이 전격 등장해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 전략상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쪽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윤석열, 야권 반문 대표주자로 자리 잡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출마 선언에 이어 국회 방문 등 본격적 공개행보의 컨벤션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물론 상대편 민주당·진보진영에서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고 평가절하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누가 반문 대표성을 가지고 있나’가 핵심화두인 야권진영에서는 먼저 치고 나가는, 일종의 선제공격과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이다.” 출마 선언 후 이어진 기자들의 일문일답, 그후 언론인터뷰 등에서 각종 정책현안에 대해 준비 안 된 듯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비교적 유연하고 차분하게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야권의 ‘반문 대표주자’ 리더십을 각인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적당한 시점에 국민의힘에 입당하겠지만 (윤 전 총장과 주변에 대한) 검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의 현재 지지율의 상당 부분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선다는 이미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본인이 자기 정치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것은 허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치사를 보면 검증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지지율이 궤멸·급락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했던 일”이라며 “그 경우 유승민·오세훈 등 국민의힘 내부인사들의 자강론이 급격히 힘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인 사생활 문제 등 네거티브가 실제 선거판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야권 측 김장수 소장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솔직하게 가는 것이 좋다”라며 “해명할 것이 있으면 신속히 해명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뉴스버스 인터뷰에 관여한 인사는 6월 30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인터뷰는 잠재돼 있던 이슈를 최초로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김씨 주장의 진위판단 등은 이어질 후속보도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