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친문이 이재명 비토?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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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관전 포인트…반이재명 결선투표 성사 여부도 관심

“원팀이 아니잖아요. 딱 까놓고 이야기해서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월 1일 오전 유튜브 생방송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유튜브에 올라온 출마선언 영상의 표지 이미지.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7월 1일 오전 유튜브 생방송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유튜브에 올라온 출마선언 영상의 표지 이미지.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 유튜브 캡처

경선 연기는 없던 일로 결정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구도로 확정된 이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현재 지지율이 높다고 본선, 그러니까 야권주자와 치르는 대선에 가서 지지율이 더 오르는 것 역시 힘들다. 다른 민주당 주자들이 시너지를 내주기도 어렵다.” 민주당 쪽 인사이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게인2007, 현 민주당계 후보로 정동영이 나왔던 2007년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종 결론은 이재명 후보가 되겠지만, 386과 친문그룹은 선거승리보다 대선 이후를 도모할 것이다. 민주당은 개혁완수를 이야기하겠지만 시대에 대한 요청이라기보다 이번 대선에서 세대갈등만 야기하지 않을까.” 대선국면에서 당선과 무관하게 386과 비386의 세대전선이 생겨나리라는 것이다.

친문·386그룹 대선주자 이재명에 비협조?

대선 180일 전까지 후보선출이라는 당헌당규대로 치르기로 하면서 민주당은 급격히 대선경선 모드체제로 넘어갔다. 등록한 후보는 모두 9명. 1차는 이중 6명을 걸러내는 컷오프다. 컷오프가 결정되는 것은 7월 11일. 기사 작성시점(7월 1일)으로 2주도 안 남았다. 촉박한 일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잘려나갈 3명의 주자가 누가 될 것이냐는 것도 거의 확정적이라는 게 당 주변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그런데 변동사항이 생겼다. 이른바 당내 친노의 대표주자로 자임하고 나선 이광재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측이 7월 5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결과에 따라 경선 레이스에 참여하는 주자는 8명으로 줄어든다. 하위 3명의 주자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구명 동아줄이 내려오는 것과 같은 기회가 열린다.

“시기적으로 빨랐다. 후보등록도 끝나기 전에 단일화한다는 것은… 실리나 명분이 약한 이야기다. 지금대로라면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이지 않는 반이재명 연대가 형성될 수는 있지만, 결선투표로 가는 것은 민주당이나 이재명에게 모두 좋지 않다.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한다는 것은 명분도 그렇지만 실리도 약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정세균 지지그룹의 핵심인사’로 알려진 한 학계 인사의 이야기다. 뭔가 포인트가 다른 발언이다. 당시 이 인사는 과거 “정세균의 출마 여부에서 핵심은 지지율 5%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5%를 넘어서는 지지율 확보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일부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 후보가 당선될 때 당내 경쟁주자인 박용진과 동률을 기록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카운트파트너’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정 전 총리의 ‘빅3’로서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소문도 정가에는 돌고 있다.

앞서 신 평론가는 이번 민주당 경선의 성격을 ‘반이재명 전선에서 누가 1위를 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누가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느냐가 우선이다. 6명이 벌이는 본 경선에서 단일화 합종연횡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한 후보가 과반이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치르게 돼 있다. 모두 결선투표에서 1 대 1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반이재명 전선은 뚜렷하지만, 아직 후보의 입을 통해 ‘이재명 불가론’은 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원을 확보해야 하는 각 캠프 입장에서는 다르다. 익명을 부탁한 한 유력캠프 핵심인사의 말이다. “이재명은 도덕성 검증을 못 벗어날 것으로 본다. 이재명 쪽에서는 과거 선거에서 재탕·삼탕된 이슈라고 애써 부인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당장 지난 대선에서 몇마디나 나왔나. 문재인 후보 1등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당시 하위주자였던 최성 고양시장이 공격한 사람도 이재명이 아니라 안희정이었다. 당시 우리 쪽 내부에서 2등을 기록했던 안희정의 경우 한때 22%까지 지지율이 치솟았다. 문 대통령이 27~28%였으니 상당한 세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자신이다”

이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한다. 주변 의원이 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대응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성정, 쌈닭이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의 공약을 뒤져보라. 비전 정치 공약이 있었나. 이슈파이팅만 하는 친구다. 발언과 주장을 통해 인기를 얻은 사람이다.” 원색적인 공격이다. 이 인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과 관련해서도 “옳고 글렀다는 문제를 떠나 재원이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지 않고 어젠다 도구로만 쓰이고 있는 것”이라며 “비판하면 ‘공부나 더하고 오라’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반응하니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로만 증명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재명이 여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 번도 우리 당의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을 넘어선 적 없다. 이 사람으로는 안 된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의중을 반영하는 결과다.” 과연 그럴까.

또 다른 유력후보 캠프 관계자의 반응도 비슷하다. “민주당 경선은 언제나 역동적이었다. 윤석열 X파일에서 보듯 대선은 검증과정과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은 당원들 입장에서는 대선 본선에 이재명 지사가 올라갈 경우 야권 측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이재명 지사의 도덕적 결함을 선거막판에 대거 공격할 것이고, 실제 대응에 취약할 것이기 때문에 이 지사로는 안 된다는 불가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사 불가론’을 펴는 강성친문의 정체성이 지금도 과거와 같냐는 것이다. 조국대전 국면에서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주장했던 사람들을 강성친문이라고 규정한다면 이재명 지사가 여권 1위 주자로 올라서면서 이들이 대거 이 지사 지지입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 초 사면론을 편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이들 그룹 사이에서는 비토정서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실제 ‘강성친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클리앙·딴지 자유게시판과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이재명 지지, 이낙연 비토를 주장하는 흐름이 형성돼 있는 것이 읽힌다. 여기에 친문 색깔이 강한 시사유튜버들 사이에서도 조국국면에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낙연 전 대표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등의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최성해 총장의 과거 발언 목록을 제시하며 “최 총장 발언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반이낙연 캠페인의 수위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낙연 캠프 측 인사는 “지난 1월 사면 발언 후 지지율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한 언론사 조사에서 본선경쟁력은 이낙연이 0.2%포인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 최근 2주 사이에 이낙연TV 구독자가 1만명 이상 늘어나는 등 이낙연의 반등세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세균 캠프 측 인사는 “최근 이재명 쪽에 의원들이 많이 결합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가치나 철학이 아니라 이권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정세균이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안 나가겠지만, 그쪽은 이해타산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변곡점이 오면 3분의 2는 떠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비토? 강성친문은 오히려 지지

“반이재명 단일화로 결선투표에서 1 대 1 구도를 이야기하지만 허상이다. 민주당 역사에서 결선투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경선에서 지역순회를 2~3차례 하면 결판이 난다. 서울에 올라오기도 전에 정리될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2017년 대선 때처럼 대세론이 끝까지 갈 것으로 봤다. 그때는 문재인이고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이재명 지사 지지가 50%를 넘고 있다. 컷오프 이후에는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반면 안일원 리서치뷰 소장은 “양자든 삼자든 반이재명 단일화도 시너지효과가 별로 없겠지만, 예비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역시 상승 여력은 없고 오히려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근거로 단체장으로 치르기에는 현행 선거법이 아주 불리하게 돼 있다는 것을 꼽았다. “단체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단체장에게는 제약이 너무 많다. 경선후보에 등록해도 선거법상으로는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거의 없다. 기자회견이나 언론인터뷰는 허용돼 있지만, 공약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밝히거나 유튜브에 자신의 인생역정·강점을 밝히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반면 국회의원이나 전직 총리는 자신에 관한 한 포지티브한 캠페인을 원 없이 할 수 있다.” 7월 1일 이재명 지사의 출마 선언이 업무시간 전인 오전 7시 30분에 유튜브를 통해 사전녹화로 이뤄진 까닭이 코로나 국면인 탓도 있지만, 자치단체장에게 불리한 현행 선거법에 대한 고려 역시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출마 선언 뒤 여의도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지사는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모두다 팩트”라며 “제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못한 것은 사과드리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사생활 논란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가슴 아픈 질문이다. 어차피 한번은 말해야 하는 일이며 모든 과정을 (다음에)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나올 네거티브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박신용철 더 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이재명 독주체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삭줍기를 통해 후보들이 모여 결선투표까지 만들어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40%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친문이 (경선과정을) 어떻게 핸들링하느냐가 변수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는 이런이런 사람이 (후임자로) 좋을 것 같다’고 메시지로 암시하지 않는 한 이재명 지사가 단독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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