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출신 예비역의 눈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여군 출신 예비역의 눈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군대가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사람이 죽어도 한참을 뭉개는 것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공군 이모 중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지 나흘째인 지난 6월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해군 예비역 출신 여성 김모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군 부사관 임관 후 상급자에게 두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그는 고인이 된 이모 중사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가해자와의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동료들의 2차 가해를 견뎌야만 했다.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군 조직과 상급자에 맞서다 그는 결국 전역을 택했다. 나라를 지킨다는 자긍심을 갖고 군 복무를 시작한 여군들에게 군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 돼버렸다. 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모씨는 이 중사의 영정 앞에 조심스레 국화꽃을 놓은 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