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굳히기냐, 중진들의 역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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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지역·계층 넘어 ‘세대교체’ 바람… 막판 ‘단일화’가 변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이준석 후보 대 중진후보의 이른바 ‘세대대결’ 양상이 됐다. ‘0’선의 이 후보가 ‘5선’의 조경태·주호영, ‘4선’의 나경원·홍문표 후보 등과 맞붙는 형국이다. 국회의원 당선 횟수를 의미하는 ‘선수’ 차이만큼 양 세력 간 인식 차이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로 인해 이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6월 11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주요 판세를 짚어봤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6월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후보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6월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홍문표, 주호영, 조경태, 나경원 후보 / 연합뉴스

‘이준석 돌풍’의 실체는

상황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지난 5월 28~29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후보는 39.8%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나 후보 지지율(17%) 보다 2배 넘게 앞선 수치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0.1%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또 20대(47.3%)뿐만 아니라 60세 이상(41.0%)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전 연령, 전 지역, 전 계층에서 이준석 지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작은 바람 정도로 치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 후보가 국회 경험이 없다는 점 역시 ‘약점’이 아닌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느낀 중도층이 차라리 국민의힘을 변화시키자고 선택한 것”이라며 “이미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민심이 당심을 이끄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이 후보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언급으로 지지층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대세론을 만들었다”며 “이는 편승효과를 일으켜 당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 현상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세대교체라는 판이 깔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인물로 현재 상황은 정치신인이 만든 세대교체 바람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며 “이 후보와 맞붙은 사람들이 나경원, 주호영 등의 익숙한 중진세력이다 보니 상대적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와는 달리 투표장에 가면 ‘경험 없는 당대표가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이끌까’ 걱정하는 당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는 변수가 있다. 국민의힘은 일반 여론조사 30%, 당원 투표 70%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한다. 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여론조사 역시 스스로 지지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지지율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들의 선택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월 28일 결과가 발표된 당대표 예비경선에서도 나타났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에 오르며 ‘돌풍’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실제 당원 투표에서는 득표율 31%를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다. 당시 1위는 득표율 32%를 기록한 나 후보였다. 예비경선은 일반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 50%가 반영됐다.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비중이 70%로 올라간다. 당원들 지지를 모으면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지역 당원이 30% 정도이고, 50대 이상 당원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지지가 어디에 모이느냐에 따라 경선은 예측불허 상황이 될 수 있다.

세대교체 이미지, 변수될까

여론조사만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보니 현안에 대한 후보 간의 입장 차이가 주목받는다.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의 통합 방식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정류장에 선다”며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경선을 치르려면 절대 특정인을 위해 기다리면 안 되고 특정인이 원하는 노선으로 다녀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유력 당권경쟁자인 나 후보와 주 후보는 “우리가 먼저 출발하면 당내에 있는 대선후보만 올라타게 된다”며 야권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먼저 출발하느냐’, ‘기다렸다 출발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유력 후보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있게 누가 당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선점하고 있는 세대교체, 젊음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 소장은 “윤 전 총장의 경우 자신의 정체성과 상충할 수 있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며 “당대표로 세대교체 이미지가 있는 이 후보가 더 선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미지가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 후보의 등장은 대통령선거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이슈”라며 “2030세대는 국민의힘에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있다고 느끼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2030세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당원들은 이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젊다’는 이미지가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당대표 경선에서 윤 전 총장이 부각될수록 선거 판세가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만나면서 주목이 이준석에서 윤석열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 후보에 몰렸던 집중이 조금씩 줄어들면 바람도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부각될수록 당심은 대통령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튀는 행동을 즐겨하는 이 후보가 당대표로 맞지 않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대표 역할이 대선 관리에 맞춰질수록 부각되는 것은 중진의원들이다. 일각에서는 나 후보와 주 후보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박 평론가는 “만약 단일화가 된다면 나 후보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 이후 당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주 후보가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가 된다면 중진들이 밀어주는 나 후보가 막판 역전극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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