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나비효과’ 정치권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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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0선’의 지지율 1위 돌풍… 6·11 전당대회 본선까지 이어질까

그는 다리를 떨고 있었다. 패널로 참여한 방송화면에선 프레임 밖이라 볼 수 없던 버릇이다. 긴장한 것이 아니다. 습관이다. 5월 22일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열린 ‘0선·초선이 당대표 해도 괜찮을까요?’ 토론회에서 아무래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말과 행동이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 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 기자단

행사 말미, 주최 측에서 줌으로 참여한 인터넷 시청자들을 위해 카메라 화면을 보고 한마디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자신을 ‘1등 후보 이준석’이라고 소개했다.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등 해봤다. 여러 번 출마해봤지만 선거 여론조사에서 1등은 처음이다. 이 열망의 진원지는 무엇이며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제가 계속 이야기했던 공정함이나 ‘경쟁주의를 당에 도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많은 분들이 갈수록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학자들은 능력주의를 비판하겠지만, 여의도 정치에서 우리 당은 거꾸로 능력정치가 아니라 무능력정치가 자리 잡았고, 그래서 능력정치에 대한 갈증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 당대표가 되면 적어도 당에 공정한 경쟁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 그는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에 한 번도 당선이 된 적 없다. 이날 행사 주제에서 ‘0선’은 그를 위해 마련된 타이틀이었다.

“이준석 지지 당심, 민심과 다르지 않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하우스를 이끄는 오신환 대표는 행사 뒤 기자에게 “토론에 참여한 3인(이준석·김웅·김은혜) 모두 1차 컷오프 경선 통과를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50:50으로 해 민심 반영비율이 높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른바 ‘당심(黨心)’도 지금의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어렵다는 절박감에 광범위한 공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돌풍. 당대표 컷오프 예비경선 결과발표 하루를 남긴 5월 27일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상황을 이 단어로 요약하는데 반대하는 여론조사·정치 컨설턴트는 없어 보인다. 넓게 보면 정치신인의 약진이지만 좁혀보면 원외 이준석 후보가 돌풍의 진원지에 있다. 돌풍은 6월 11일 있을 전당대회에서의 최종결과 발표까지 지속될까. 대부분 전문가는 50:50의 가능성을 넘어 이준석 당대표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돌풍이 여의도 정치에 불러올 나비효과의 파괴력도 현재는 내다보기 쉽지 않다.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다. 의미 있는 지지율이자 민심의 소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되며 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분출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그가 보기에 때마침 등장한 이준석은 충분한 상품성이 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조사를 50:50으로 하는 1차와 달리 본 경선은 당원여론을 70으로, 일반여론조사를 30으로 하지만 당심이 민심과 크게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물론 조직표는 있겠지만.” 그는 이 변화 흐름의 저변에는 미디어가 이준석을 키워준 효과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눈덩이가 스스로 굴러가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준석에 대한 지지가 올라갈 것이다. 일종의 승수효과인 셈이다. 이준석이 강하다는 것이 또 다른 지지를 불러올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원외의 30대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서 선풍을 일으킨 것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돌풍’은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자신이 워낙 인지도가 높다. 방송 출연을 통해 평상시에 그에 대한 많은 정보를 국민이 가지고 있다. 보지 않았어도 ‘저 친구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봐서 안다’ 정도의 지명성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순발력도 좋다. 그가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말들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인정받았다.” 그가 이번 당대표 선거가 종전과 다른 결과, 즉 원외의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1차 경선 막판에 계파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특정 계파가 조직을 동원해 당선시킬 만한 후보가 없다. 8명 후보자의 면면을 뜯어놓고 보면 친박·친이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당대표 선거에 나간 것이 아니다. 게다가 과거에 공고했던 친박이라는 계파는 거의 와해된 상태다. 간단히 말해, 조직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선거다.” 예컨대 진성당원이 이준석이 박근혜 탄핵을 찬성했다고 비토를 놓는다고 해서 대신 선택할 다른 후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호영도 탄핵에 찬성해 탈당했다 복귀한 인사 아닌가. 그렇다면 나경원은? 탈당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박근혜를 지켰던 인물도 아니다. 이것이 골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자신이 지켜야 할 후보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내년 대선이다. “대선에서 누구를 국민의힘 얼굴로 내세우면 국민의 관심을 끌까. 나경원? 주호영? 글쎄. 하지만 이준석이 되면 당이 변했다는 이미지를 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당심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 이준석의 정치력이나 판단력보다는 그가 주는 이미지가 국민의힘 대선가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호영이나 나경원이 백드롭에 ‘변화하겠다’고 쓴 들 국민이 인식하지 못할 텐데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이 정말 바뀌었구나’라고 보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다.”

5월 22일 국회 앞 정치사회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열린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석 후보(오른쪽)가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5월 22일 국회 앞 정치사회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열린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이준석 후보(오른쪽)가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이준석, 대선·지선 지휘할 수 있을까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생각도 엇비슷하다. “지금의 상황은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흐름을 탄 것이다. 대선을 이기려면 당을 바꿔야 한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보기에 이준석은 적어도 선거는 정말 잘 아는 친구다. 비전토론회에서 그는 ‘내가 (당대표가) 되는 것만큼 국민의힘이 바뀌었다는 증거가 어디 있냐’고 말한다. 핵심을 찌른 표현이다.”

그렇다 치자.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된다면 ‘이준석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이렇게 비유했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이준석의 신진사대부가 훈구파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조광조가 괜히 죽은 것 아니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은 “1차 경선 후 본선에서 이준석이 어필하고 있는 ‘2030 신보수층’과 영남권 골드보수 당원들에게 소구하고 있는 박근혜가 뽑아 올린 젊은이라는 이미지의 충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에 선출된 당대표는 내년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3개월 뒤 지방선거까지 총지휘해야 하는 최고사령관 격의 임무가 주어진다. 10여년을 정치권 바닥을 굴렀다고 하더라도 막상 자기 선거에서 당선 경험이 없는 이준석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냐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실제 나경원·주호영 등 기존 당권파 후보들의 공격포인트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준석 후보가 4·7 재보궐선거를 경유하며 표면화된 젠더갈등, 구체적으로 2030대 남성의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포퓰리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이준석 후보가 최근에 진중권 전 교수와 토론하면서 그 부분이 부각돼 언론 노출된 것은 사실이다.” 장예찬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후보 이준석’의 30%대 지지율이 나올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안티페미니즘 덕분에 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년세대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폭발하는 상황을 좁은 프레임으로 가두고 애써 외면하려는 욕구를 내비치는 것이다. 부동산이든 취업문제든 4·7 재보궐선거를 경험하면서 2030세대들 사이에서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성취감을 처음으로 맛보게 됐다. 나도 30대이지만 2030의 정치참여와 선거를 이야기하면 과거에는 이상한 애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멋지고 쿨한 사람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결국 2030의 정치참여라는 시대적 요구가 이준석을 통해 투영된 것이다.” 그는 ‘당대표 후보 이준석’ 돌풍의 영향으로 향후 대선구도도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든 안 되든 과거의 전형적인 대선 프레임은 김종인이나 윤여준과 같은 왕년의 킹메이커 내지는 사회원로를 찾아 지혜를 구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젊은 사람을 잘 아는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세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 결과는 정치 파트너인 민주당을 포함해 정치권 전반에 긍정적 긴장, 선순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과연 그렇게 될까.

“젠더갈등 이용 포퓰리스트? 합리적 인물”

이강윤 소장은 “이준석은 보수진영 내의 구도를 보면 포퓰리스트라기보다 합리 쪽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과거 10년간 정치권에서 조금씩 커왔는데 최근 진중권이 맞상대해주면서 키워준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권투에서 조지 포먼이 알리와 맞붙으면서 알리급과 비슷해진 것이다. 스파링 파트너가 되면 그 급이 된다. 윤석열 전 총장이 이만큼 크게 된 것도 최소한 장관하고 붙거나 은근히 문재인 대통령과 붙으니 그 급이 된 것 아니냐.” 향후 정치권에 던질 파장과 관련 그는 “(국민의힘 경선결과가) 분명 민주당에도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은 틀림없다”라며 “적어도 순발력에 있어서는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가 이준석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1차 경선 막판, 나경원 후보는 이준석에게 계파문제를 제기했다. 유승민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5월 21일 하우스에서 열린 토론행사 플로어에는 유승민 전 대표가 참석해 토론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바른정당으로 정계 입문했다). 이준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탁구협회장 유승민이 페이스북에 이준석 후보를 언급한 글 캡처를 제시하며 “탁구 영웅 유승민 위원의 응원에 감사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5월 22일 열린 행사에서는 자신의 안티페미니즘 입장을 비판한 진중권 전 교수의 사진을 제시하며 ‘저의 선대위원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군의 순발력이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 원내 경험이 없는 이준석이 당대표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관련 장예찬씨는 “당헌당규상 임기와 상관없이 대선에서 지면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해야 한다”라며 “반대로 대선을 이기면 당대표에게 당연히 권위가 생기기 때문에 이어질 지방선거 공천 등에서 잡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이준석 후보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는 성향이 강해 자신이 서포트해야 할 대선후보 캠프와 마찰을 빚을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정치역량에서 리더십보다는 강한 ‘개성’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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