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허브 도시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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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군기 경기 용인시장, ‘K반도체’ 벨트의 중심지 강조

백군기 경기 용인시장은 매일 오전 5시쯤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확인이다. 취임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시의 주요 현안과 정책부터 크고 작은 행사까지 모든 소식을 SNS를 통해 시민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전 8시면 출근한다. 오후 9시 퇴근 때까지 하는 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현장 점검이다. 가능한 하루 1~2차례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지난 5월 24일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백 시장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용인시

용인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반도체산업의 허브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백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이하 ‘반도체산단’)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경제자족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사업은 지난 3월 최종 승인이 나면서 본궤도에 안착했다. 반도체산단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약 415만㎡(126만평) 규모로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1조7903억원을 투입해 부지를 조성하고,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공장(Fab) 4개를 건설한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 ‘단지외 준용사업 기반시설’ 승인 절차를 처리하고, 올 하반기까지 토지 보상 협의를 마무리한 뒤 내년 초 착공할 계획이다.

백 시장은 “용인은 수원, 화성, 이천, 평택, 안성으로 연결되는 세계적인 ‘K반도체’ 벨트의 중심지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접근 용이성과 고급 인력 수급 등을 꼽았다. 그는 “현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가운데 85%가 넘는 208개 업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용인시를 비롯해 성남시, 화성시, 평택시, 오산시, 안성시에 업체가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업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용인시”라고 강조했다.

경기지역의 경우 삼성전자 기흥(용인시 소재), 화성공장 2곳(10개 라인 4만1000명)과 삼성반도체 평택1공장(1개 라인 4000명) 그리고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2개 라인 1만8000명)가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가동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반도체 평택2공장,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까지 운영에 들어가면 2030년쯤에는 용인시의 반도체산단을 중심축으로 해 19개 라인에 8만4000명의 인력이 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형성된다.

2020년 6월 통삼일반산업단지에서 열린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착공식 / 용인시

2020년 6월 통삼일반산업단지에서 열린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착공식 / 용인시

백 시장은 반도체산단은 용인시의 100년 미래 먹거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반도체 벨트 구축에 따른 경제적 성장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클러스터 3만1000개, 제1·2용인테크노밸리 5000개, 용인플랫폼시티 1만5000개 그리고 나머지 23곳의 일반산업단지 2만5880여개 등 7만6880여개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513조원의 생산과 188조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재정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 반도체산단에서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7000억~8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기존 삼성반도체(기흥공장)에서 거둬들이는 1200억원 등을 포함하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세수입은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백 시장의 계산이다.

백 시장은 이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반도체산단 조성 계획은 2019년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산업단지 특별 물량을 배정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100곳 이상의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하고 4차례의 주민 공람을 거치면서 사업은 계속 수정·보완됐다. 게다가 안성시와 반도체산단 오·폐수 방류 처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지연되기도 했다.

용인시는 반도체산단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었던 안성시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8개월간 23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경기도, 안성시, SK하이닉스, SK건설, 용인일반산업단지㈜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어 같은달 경기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를 거쳐 지난 3월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백 시장은 “지난 2년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모든 고비를 한단계 한단계 잘 넘겨 사업이 무사히 안착했다”며 “행정력을 모아 남은 절차들을 차질없이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유명 기업들 잇따라 둥지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또 다른 성과는 기업 유치다. 용인시는 2019년 11월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인 ‘램리서치 테크놀로지센터’를 시작으로 2020년 6월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서플러스글로벌’까지 국내외 유명 반도체 기업을 10개 이상 유치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이 2019년 3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용인시

백군기 용인시장이 2019년 3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용인시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장비를 역수출하고 있는 ‘씨엔원’도 화성 동탄산업단지에 있는 본사·제조공장·연구소를 기흥구 지곡동으로 이전하고 자회사인 ‘알버트’를 신설할 예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를 생산하는 ‘애플티’는 처인구 모현읍에 제조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공장 신설을 승인받았다.

반도체 장비 강소기업인 ‘디에스이테크’, ‘넥스타테크놀로지’, ‘저스템’도 잇달아 자리를 잡았다. SK하이닉스의 1차 협력사인 디에스이테크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전원공급 장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100억원을 투자해 처인구 남사읍에 생산시설을 건립한다. 반도체 검사·측정·공정 등에 필요한 장비를 제조하는 넥스타테크놀로지는 125억원을 투입해 남사읍에 제조시설을,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장비와 부품을 개발하는 저스템은 190억원을 들여 기흥구 공세동에 제조시설을 구축한다.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 ‘보야’는 남사읍에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도시계획심의를 마치고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에어프로덕츠’는 기흥구 농서동에 있는 공장 설비를 증설하고, 지곡산단에 생산공장을 신설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산업용 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용인시는 이들 기업에 인허가 절차를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와 함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백 시장은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 및 수출 유망 중소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면서 “산업단지가 적기에 조성될 수 있도록 하고, 신규 산업단지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이 같은 호재가 이어진 것은 반도체산단이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된 것도 한몫했다. 반도체산단은 지난 2월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이곳에 입주하는 50여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인프라 및 공동시설 확충, 규제 특례 적용, 해외 전문인력 네트워크 구축 등의 맞춤형 지원과 함께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가치 사슬(value chain)’이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집적화된 단지로, 산업자원부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정하고 있다. 백 시장은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열매가 맺히듯 반도체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소부장 산업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이 반도체산업의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이 2019년 5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용인시

백군기 용인시장이 2019년 5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용인시

백 시장은 반도체 기업들의 집적화를 위한 제2 용인테크노밸리를 처인구 이동읍에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GTX 용인역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용인플랫폼시티에도 첨단 산업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기술 개발 지원과 인력양성 등 다방면의 정책 발굴을 위해 지난해 6~12월 2차례의 연구용역을 진행한 데 이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용인 반도체산업 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산단 조성에 필요한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용인시는 국도 45호선 대체 우회도로(마평~모현), 국도 42호선 대체 우회도로(남동~양지). 국지도 84호선(서리~운간) 등 3개 노선이 정부의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경강선 연장노선에 용인시가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백 시장은 “광주시 삼동역에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를 지나 이동을 거쳐 안성까지 이어지는 경강선 연장선은 반도체산단과 인접 도시를 연결하고 인근 산단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근로자들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 공간 조성 사업도 추진된다. 대규모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쾌적한 환경을 미리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처인구 마평동 종합운동장 부지의 평지형 도심공원을 비롯해 경안천 도시숲, 모현 갈대생태숲, 운학·호동 수변생태벨트를 아우르는 270만㎡ 규모의 용인어울림(林)파크가 조성된다. 백 시장은 “특례시로 출범하는 내년 1월부터는 대규모 재정 투자사업 유치와 함께 자율적 개발도 가능하게 된다”면서 “반도체산단을 비롯해 27곳 산업단지가 모두 조성되면 용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친환경 경제자족도시이자 반도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전국사회부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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