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가 품격이 되는 도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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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1억그루 나무심기와 시민꽃정원 프로젝트 추진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 물도 충분해야 하고 여러가지 상황이 잘 맞아서 진짜 온 힘을 다해서 쫙 피워내는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졸업식이나 이럴 때 축하라면서 꽃을 주는 것은 네가 그동안 여기 도달하기까지 겪은 수고, 고통, 힘듦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요즘 광고에서 인용하는 자신의 글이다.

올해도 춘천의 부귀리 벚꽃길 1.2㎞에는 벚꽃이 활짝펴 장관을 이뤘다. / 춘천시

올해도 춘천의 부귀리 벚꽃길 1.2㎞에는 벚꽃이 활짝펴 장관을 이뤘다. / 춘천시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반이 넘으면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보다는 지금의 생활에서 활력소를 찾지 못한다면 이 사회에 웃음이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 그런 웃음을 찾게 하는 최고의 힐링 요소는 무엇일까. 김영하가 말하는 꽃을 보는 것, 푸르른 새싹을 돋아 싱그럽게 커가는 나무를 통해 활력을 찾는 도시가 있다. 바로 강원도의 도시 춘천이다.

마을길숲·명품가로숲길 조성

민선 7기 들어 춘천시정부는 2050 1억그루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연도별 누적 계획은 2025년 2000만그루를 비롯해 2030년 4000만그루, 2040년 7000만그루, 2050년 1억그루다. 이 계획은 그저 나무를 심겠다는 것이 아니다. 분지 지형인 춘천의 대기를 개선하고, 도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바람길 녹지축 조성, 마을 유래 관련 수목을 심는 마을길숲 조성, 도심에 조성하는 명품가로숲길 조성 등으로 알차게 펼쳐진다. 나무심기에 못지않은 꽃을 통한 시민꽃정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숲 가꾸기를 통해 절망에 빠진 덴마크를 살린 엔리코 달가스의 이야기는 어릴 적 가슴을 부풀게 한 감동 스토리였다. 그의 이상은 150년이 지나 강원도 춘천에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는 시내에서 자동차로 50여분 가야 하는 곳이다. 가는 길에는 오봉산·부용산이 만만치 않은 산세를 자랑한다. 그런데 봄이 되면 수많은 사람이 부귀리를 검색하고 그곳을 찾는다. 바로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부귀리 벚꽃길을 찾기 위해서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은 하루 방문자가 손가락으로 꼽는 지역이었다.

꽃이 진 부귀리 벚꽃길. / 춘천시

꽃이 진 부귀리 벚꽃길. / 춘천시

나무를 통해 미래 만들기

그런데 이곳에 이 땅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나무를 심기로 했다. 그 주역 중에 한명이 이곳에 지금도 거주하는 신수현 대표(57)다. 신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부인이 큰 병을 앓자 좋은 환경을 찾아 귀향했다. 뜻이 맞는 이들이 마을의 100년을 내다보고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여기에는 이재수 춘천시장, 정성헌 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도 있다. 신수현 대표 등은 생태마을을 만드는 동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벚꽃길 조성을 생각했다. “벚꽃길 조성을 말했을 때, 처음에는 이렇게 나무가 많은 데 무슨 나무를 심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2003년부터 마을주민 16가구가 참여해 1.2㎞에 걸쳐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당시 벚꽃길을 통해 들어오는 이들을 바탕으로 체험마을을 만들어 50가구로 늘리자는 계획이었다. 그때 16가구 중 남은 가구는 5가구인데, 전체 가구수는 32가구로 늘었다. 또 주민의 대다수가 50~60대로 상대적으로 젊은 산촌이라고 할 수 있다.” 신 대표의 말이다.

춘천 공지천 일대에 조성된 꽃길. / 춘천시

춘천 공지천 일대에 조성된 꽃길. / 춘천시

나무심기의 효과를 본 부귀리 물안마을 주민들은 2008년에는 계곡에 고로쇠나무 700주를 심었다. 머잖아 고로쇠액을 채취하면 또 다른 수익원도 되고, 단풍철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에게 춘천시의 2050 1억그루 나무심기에 관해 물었다.

“나무는 탄소중립이나 저탄소 등 환경적인 트렌드를 떠나 삶의 질을 높이고, 치유를 통한 힐링 산업 등 관광산업으로 갈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벚나무를 심을 때, 다른 지역도 추진했다가 포기한 곳도 있는데 지금은 후회를 하고, 최근에 관련 일을 하는 것을 봤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벚꽃길로 인해 올해도 1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지역 브랜드도 상승해 온라인을 통한 토종꿀, 산나물, 산양삼 등의 홍보에도 도움이 됐다. 춘천시의 1억그루 나무심기와 어울려 의암호 등 춘천 호숫가 주변 길에 부귀리 같은 명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도 부귀리 지역에 경제림 조성에도 참여했다. 올해 엄나무 8000그루를 심었다. 나무는 두릅 등 소득을 창출해주고, 토종벌을 키울 때는 중요한 밀원수(벌꿀이 꿀을 생산할 수 있는 꽃을 피우는 나무) 역할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산농사는 물론이고 토종꿀, 펜션 운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 친환경으로 인증된 단지인 만큼 신 대표 등이 주관하는 상품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급이 달릴 만큼 인기가 많다. 거기에 춘천시가 운영하는 농산물 가공센터를 이용해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춘천시 농산물가공센터는 협동조합의 방식 농·산촌이 안정되게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우리 물안마을 공동체도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6차산업의 보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 나무심기는 시민의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 중심부인 약사천에 명품 소나무 등으로 만든 약사수변공원은 도심에서도 나무가 힐링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또 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는 ‘담장 허물기’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신수현 물안골농장 대표가 부귀리 벚꽃길 조성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춘천시

신수현 물안골농장 대표가 부귀리 벚꽃길 조성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춘천시

꽃으로 시민 위로하는 춘천시

코로나19 팬데믹은 시민의 일상에서 상당 부분을 앗아갔다. 춘천시의 연초 계획인 ‘걷고 싶은 푸른 도심’ 사업에는 ‘꽃으로 가득한 춘천 조성’ 사업이 있다. 계절꽃 200만본을 생산·식재해 일상에 지친 시민을 위로하는 계획이다.

시민꽃정원 사업은 관이 주도하기보다는 시민과 같이하는 계획이다. 시민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꽃을 심고, 가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시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참여하는 민관 협력체계를 방향으로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난 4월에는 신청을 받아 시내 특화정원 31개소와 생활속정원 86개소를 확정해 꽃묘를 이미 배부했다. 아네모네, 제라늄, 비올라, 금어초 등은 봄에 배부했다. 이 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데, 여름에는 마리골드, 백일홍, 일일초 등을, 가을에는 국화 등을 다양하게 배부한다.

이 사업으로 눈을 맞추기 힘들었던 벽면이나 넓은 폭 보도, 잔여지에 꽃이 차례대로 피어나고 있다.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물론이고 에티오피아 기념관, 구곡폭포 등 관광지도 포함됐다. 또 대형화분이나 걸이용 화분, 소화분을 적정히 활용해 도시에 꽃 면적을 넓힌다. 옥천동에서 일하는 신동주씨는 시청 등지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길거리에 늘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봄이 없어졌다고 할 만큼 계절을 느끼기 어려운데 계절마다 꽃을 보는 것이 반가워졌다”고 말했다.

춘천시 녹지관리담당은 “가가호호 시민꽃정원은 시민이 직접 꽃을 심고 가꾸며 숲속정원도시의 정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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