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저희가 더 들여다보고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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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논란 관련 언론 첫 인터뷰

검색창에 ‘마켓컬리’를 입력했다. 연관 검색어로 ‘블랙리스트’가 뜬다. 마켓컬리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일용직 노동자를 관리했다는 보도(‘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진짜였다’ 주간경향 1418호) 이후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평소 ‘사람과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겠다’던 마켓컬리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컬리는 블랙리스트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5월 12일 김슬아 대표를 서울 강남에 있는 컬리 본사에서 만났다.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박민규 기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박민규 기자

-‘노동’을 주제로 한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특정 이슈에 대해 더 말하거나 덜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하지도 않고요. 노동 이슈는 중요합니다.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저 역시 노동자이고. 모든 분이 일해 먹고사는 노동자이지요. 고객들도 노동을 중요하게 보고 있고요. 저 역시 고민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기회가 되면 제 생각을 외부에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켓컬리 노동에 대한 논란이 있었어요. 불편한 주제 아닌가요.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 나갈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켓컬리에는 노동자도 있고 고객도 있어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 한국의 사업 환경도 생각해야 해요. 이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모두가 해피한 솔루션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솔루션은 가능하죠. 합의된 테두리에서 좋은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컬리는 평소에 사람·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 부당 해고 같은 노동문제가 연이어 터졌어요.

“죄송한 마음입니다. 회사는 고유의 정책과 방향, 철학이 있어요. 그런데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그 안에서 갭은 늘 존재해요. 우리의 노력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불거진 문제들은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개선하는 게 맞을지. 실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죄송합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없으면 컬리 비즈니스도 멈춥니다. 오피스에서 어떤 기획을 하든 간에 현장에서 실행이 안 되면 고객은 상품을 받지 못해요. 굉장히 중요한 파트여서 제 개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문제는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류센터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블랙리스트 기사가 나간 뒤 컬리에서 사내 공지를 했습니다. 공지상으로는 컬리가 이번 이슈를 시스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자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내 공지를 했다는 건 회사가 이 사안을 굉장히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뜻이에요. 컬리는 사내 공지를 자주하는 회사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주말에 전 임직원이 다 볼 수 있는 채널에 공지했습니다. ‘회사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고 해결할 생각이다. 그러니 임직원도 의견을 달라’는 의미죠. 사실 물류센터에서 생기는 문제들. 예를 들어 컨베이어벨트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이런 테크니컬한 이슈는 전문가 집단이 관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 문제는 달라요. 우리가 설계한 정책이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물류센터에 특화된 인사팀도 꾸렸어요. 조직 문제를 원활하게 풀 수 있는 물류총괄도 모셔왔고요. 항상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두고 ‘노동자의 안전과 위생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어요. 정말 안전관리를 위한 리스트 맞나요.

“그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어요. 회사가 애초에 근무평가 현황표(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취지와 현장에서의 실행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본래 근무평가 현황표를 설계한 취지는 노동자의 위생과 안전이었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방역 부분이 추가됐고. 물류센터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원래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 컨설팅도 맡겼고요. 더 신속하게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요. 그럼 컨설팅받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쉽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 우리가 더 관리를 잘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겠지요.”

-블랙리스트든 업무평가 현황표든 이런 리스트는 노동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 않나요. 일용직 분들은 일하다가 부당한 일 겪어도 항의를 못 합니다. 여성 노동자 경우에는 사업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다고 해요.

“사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요.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내부적으로 ‘클린’이라는 채널을 운영해요. 개선안에는 클린 활성화 방안도 담았고요. 회사와 노동자 사이에 의견 차이는 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쟁이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돼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이번에 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 프로세스를 누가 봐도 ‘말이 된다’는 수준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노동자에 대한 업무 평가가 투명하게 이뤄지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습니다. 회사가 ‘당신은 우리와 함께 일하지 못한다’고 통보할 때 어떤 근거로 평가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컬리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 가이드라인이 정말 객관적으로 어딘가에 명시돼 있어서 일용직 분들에게도 공개가 됐느냐. 업무 평가와 징계에 대한 프로세스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많이 미진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업무 평가 기준 그리고 징계를 고지하는 절차까지 손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용직을 줄이고 상용직을 늘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상용직’인가 싶은데요.

“컬리가 ‘상용직이 되세요’라고 권할 때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커리어 패스가 있다는 점. 컬리 물류센터에는 일용직으로 시작해 부센터장까지 올라간 분도 있어요. 오래 근무한 분들은 전환하고 또 전환해 컬리에서 관리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생각이에요. 커리어의 성장은 곧 임금 성장이고. 물류 안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컬리에서 물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 같습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박민규 기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박민규 기자

-신사동 직원(오피스)과 물류센터 직원 간 처우 차이가 크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요. 직책과 직급은 양측 모두 동일하게 운용해요. 물류센터 5년차는 주임이고, 사무직은 대리이고 그런 차이는 없어요. 모두 같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오히려 물류센터에 더 마음이 가요. 플리스 자켓 하나를 맞추더라도 센터는 더 따뜻한 것을 드리고.”

-물류센터 ‘노쇼’를 대비해 일용직 분들을 더 부르고 남는 인원은 돌려보낸 것도 문제가 됐어요. 얼마 전부터 현장에 온 인력은 100% 채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죠. 회사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닌가요.

“약간의 부담은 있지만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크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말씀처럼 부담이 크지 않다면 대처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요. 이 문제는 꽤 오래전에 나왔어요.

“물류센터 인사 총괄 담당자가 컬리에 합류한 시기가 올해 초예요. 그 전에는 채용 절차도 주먹구구식이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류 인사 총괄이 온 뒤에 채용 프로세스가 상당 부분 개선됐어요. 현장 상황도 정리가 됐고요. 그래서 100% 채용이 가능해진 거죠.”

-컬리의 샛별배송이 야간 노동시장을 키운 건 사실입니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잖아요. 그렇다면 컬리는 더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요.

“네.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노동이 지속가능하려면 회사도 노동자에게 보상이나 배려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컬리가 한가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저희 배송 매니저분들은 고정급으로 일하세요. 이분들은 컬리 오기 전에 가락시장이나 식자재 쪽에서 새벽에 운송일하던 분들인데요. 당시 이분들은 수입이 불안정했죠. 일감이 없으면 수입도 없고. 일의 지속가능성이 없으니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죠. 대출도 받지 못했고. 이분들은 고정 수입이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고정 수입을 드리고 우리는 라스트 마일에 대한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자 해서 월급제를 도입한 거죠. 그런데 월급제는 배송 물량이 적을 때에는 리스크가 커요.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노동유연성을 포기한 거니까요. 다행히 물량은 늘었는데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죠. 일이 많아지니까 매니저분들 입장에서는 고정급으로는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인센티브를 도입했죠. 이런 식으로 방법을 찾아가려고 해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나온 야간노동 보고서를 본 적 있나요. 거기에 컬리의 야간노동 부분이 나오는데요. 컬리 배송 매니저분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합니다. 회사가 오배송에 대한 책임을 직원에게 지우고 산재 처리도 기피한다고요.

“그렇다면 저희가 더 들여다보고 개선을 해야겠지요. 다른 건 몰라도 산재는 무조건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다 다친 건데 저희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오배송은… 늘 현장에서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성과가 미진한 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하느냐. 그건 기사님과 저희가 합의해야 하는 부분인 거죠. 관련해 혹시 기사님이 불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야간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커요.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필요한 부분이라면 저희가 수용해야겠지요. 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있어요. 사실 야간노동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컬리가 새벽배송을 하지 않는다 해도 야간노동은 존재할 겁니다. 컬리 배송 매니저분들은 다시 가락시장으로 돌아갈 거예요. 아이들이 점심 급식을 할 수 있는 건 누군가 밤에 식재료를 배송하고 새벽에 학교까지 갖다 놓은 덕분이죠. 또 아침에 누군가 나와 밥을 하기 때문에 급식이 가능한 거예요. 무언가를 법제화할 때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컬리도 컬리 관점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고요.” 

-일부 정치인들이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프로토콜 경제를 거론합니다. 프로토콜 경제는 어떻게 보세요.

“큰 콘셉트는 좋은데 중요한 건 디테일 아닌가요. 생각해보면 플랫폼 노동도 원할 때 일하고 원하지 않을 때 일 안 하고. 이런 밝은 면이 있죠. 반면 나쁜 면도 있어요. 개념이 좋다 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이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멋있는 이름, 명칭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실제로 그게 뭔데’가 더 궁금하죠. 플랫폼 노동이든 프로토콜 경제든 무슨 경제든 사실 기본적으로 노동과 인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배려가 중요해요. 이건 조직 문화고 기업의 철학이에요. 무슨 경제든 간에 거창한 개념에는 들어 있지 않죠. 핵심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컬리 몸값이 더 오르고 나면 매각할 거라고들 합니다. 컬리를 팔 건가요.

“안 팝니다. 제 목표는 여기서 계속 사장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이 업을 너무 좋아해요. 솔직히 말하면 컬리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목표는 여기서 은퇴하는 거예요. 컬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길 거예요. 그럴 때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집에 가면 행복할 것 같아요. ‘컬리가 오늘 잘못했을 수 있어. 그래도 컬리는 그 잘못을 고칠 거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칠 방법을 찾아낼 거야’ 이런 믿음을 줄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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