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발전은 경쟁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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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발전이 미래의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 어려운 이유

이 칼럼은 주간경향 1424호에서 보도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사업에 대한 반박기고입니다. 한국과학의 치열한 논쟁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해당 기고를 싣습니다. 주간경향은 과학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기다립니다.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 한국핵융합에너지 연구원 제공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 한국핵융합에너지 연구원 제공

기후위기로 인해 ‘2050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편승해 국내 핵융합계 인사들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대안으로 핵융합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핵융합발전이야말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는 무궁무진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며 방사성 물질도 중저준위로 소량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핵융합발전은 2050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내 핵융합계조차 핵융합발전의 상용화를 기대하는 시기가 2050년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신문지상을 통해 핵융합발전이 2050 탄소중립의 궁극적 대안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

연소 플라즈마 관련 연구는 난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태양 중심의 온도가 섭씨 1500만℃에 비해 태양 중심처럼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지상에서 핵융합반응을 이루려면 연료 온도를 섭씨 2억℃까지 올려야 한다. 이러한 초고온에서 연료는 완전히 이온화돼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핵융합로는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해 플라스마 열을 유지하고 플라스마 거동을 제어하며, 핵융합반응에 의해 플라스마 내에서 에너지가 생산된다. 핵융합 초기 연구는 불규칙하게 거동하는 플라스마 제어에 초점을 맞추고, 제어문제를 줄이기 위해 핵융합 반응을 제한했는데, 현재 핵융합 첨단연구는 외부 가열없이 플라스마의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하는 ‘연소 플라스마’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불안정한 연소 플라스마의 거동 해석과 통제는 새로운 과학의 영역이고 여전히 난제이다. 2025년 완공예정인 사업비 20조원짜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약 20년간 핵융합 실험을 통해 연소 플라스마의 역학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ITER를 통해 연소 플라스마의 불안정한 거동의 통제에 성공할 때, 비로소 ITER 핵융합발전의 가능성이 증명되는 것이다.

핵융합은 연료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중수소는 원자핵이 둘인 수소 동위원소로, 희귀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지구 표면에 물이 너무 많아 풍부하다. 이에 비해 원자핵이 셋인 수소 동위원소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으로 짧은 방사성 물질로 지구상에서 무시할 만큼 적은 양만 존재하고 생산 비용이 매우 높다. 중수로 원자로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캐나다의 2011년 삼중수소 재고는 약 20㎏이었다. 중수소-삼중수소 이용 전기출력 100만kW(즉 1GW) 핵융합로는 연간 약 120㎏ 삼중수소 연료를 필요로 한다. 초기 연료로 사용할 삼중수소 확보가 핵융합계의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핵융합계에서 주장하듯, 삼중수소를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하게 얻을 수 있음을 보이려면 핵융합로 내 자급을 위해 삼중수소를 생산, 회수, 저장, 공급하는 연료주기 기술의 개발을 ITER 사업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핵융합 상용화 여전히 먼 미래

핵융합 성공을 위한 여러 다른 기술적 과제들은 차치하고 상기에서 설명했듯, ITER 사업을 통해 불안정한 연소 플라스마의 통제와 삼중수소 자급자족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전력생산은 또 다른 과제이다. ITER는 전력생산을 할 수 없다.

ITER 실험로 운영 성과에 기반해 연간 몇시간 만이라도 전력생산을 시도해볼 핵융합 실증로(DEMO)의 운전 개시를 핵융합 연구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은 빨라야 2050년대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거대 연구프로젝트의 연구개발 기간 20~30년을 고려한다면, 아직 건설되지도 않은 데모(DEMO) 실증로가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그에 기반할 실제 핵융합발전 상용로 1호기는 2070~2080년대 중에도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융합 상용화가 여전히 먼 미래이기 때문에 핵융합발전의 경제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핵융합 발전비용이 주로 자본 비용과 매년 발전소 가동 시간에 의해 결정되므로 다른 발전원과의 비교분석은 가능하다. 2018년 핵융합 지지입장의 한 연구논문은 전기출력 1.6GW 전력생산 핵융합로의 건설비용으로 약 9조원, 균등화 발전비용은 kWh당 약 18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건설비용과 균등화 발전비용 측면에서 기존의 어떠한 발전원들, 즉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보다 이미 비싸다. 미래의 핵융합발전이 기존의 타 발전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블랭킷 및 다이버터 등 핵융합로 주요 장비들 교체로 인해 1~2년 운전 후 최소 6~8개월 이상의 유지보수 기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에는 극저온 유지 등 시설 유지 및 보수를 위해 상당량의 전력이 외부로부터 거꾸로 공급돼야 한다.

발전 경제성 때문에 대규모의 발전용량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ITER형 핵융합발전은 미래의 국내 전력망의 계통 안정성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력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맞추기 위해 잦은 출력 감발(출력을 낮춤) 운전이 필요한데, 핵융합발전은 이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관점에서 원자력 발전에 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핵융합발전의 이점은 연료로 사용하는 다량의 삼중수소 자체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라는 사실과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중성자에 의해 방사화되는 구조재료 등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대량 발생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유럽연합의 핵융합발전 개념연구는 전기출력 1.5GW 발전소의 25년 수명기간 동안 7만t 이상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생성될 것으로 추산하고, 해체 시 5만t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이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약 100년간 저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철강재 속에 포함된 니오븀과 몰리브덴이 중성자 피폭으로 장수명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전환된다. 초전도 자석의 구성물질 중 하나이기도 한 니오븀은 중성자 피폭으로 약 2만300년 반감기를 가진 방사성물질인 니오븀-94(Nb-94)로 바뀐다. 그리고 몰리브덴은 중성자 피폭으로 반감기가 3500년인 몰리브덴-93(Mo-93) 방사성물질로 바뀐다.

상기의 지적사항들을 감안할 때, 기술적 난제를 다 극복하고 미래에 핵융합발전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핵융합발전은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에 싸인 핵융합발전의 상용화를 위해 향후 50~60년에 걸쳐 지금처럼 매년 15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속해 지출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융합 관련 지원정책과 연구예산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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