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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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 풀어 생산량 대폭 늘려 빨리 보급해야 바이러스 막을 수 있어

병상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이 길거리에서, 병원 주차장에서 죽어간다.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시신을 화장하느라 화장터의 굴뚝이 녹아내린다. 코로나19로 최악의 보건의료 위기에 직면한 인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4월 28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인도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7만9459명에 달한다. 사흘 전(26일)보다 6만명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2764명에서 3647명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 국기 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놓여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면서 성인 대상 접종 권고를 유지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기 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놓여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면서 성인 대상 접종 권고를 유지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불평등, 팬데믹 장기화시킬 뿐

지난 2월 하루 확진자가 1만명 밑으로 떨어지자 방역에 성공했다는 자만감에서 방역의 고삐를 풀어놓은 것이 참상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종교 모임이 열리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확산세를 키웠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낮은 백신 접종률이 함께 맞물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상황에 빠졌다.

인도는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세계의 백신 공장’이다. 하지만 정작 자국민 접종률은 8%에 그친다. 백신 공급량의 3분의 2가 선진 10개국에만 돌아가는 사이 인도를 비롯한 저소득 국가들은 백신 공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영국은 성인 인구의 25%에 달하는 1320만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고, 3380만명이 한 차례 이상 접종한 상황임에도 “인도에 보낼 백신 물량은 없다”고 밝혔다.

백신을 각국에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등이 설립한 ‘코백스 퍼실리티’ 또한 계획한 물량의 5분의 1도 공급하지 못했다.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 물량을 독점하면서 코백스조차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각국이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국가 간 백신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트립스)’의 일부 규정을 일시 유예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 등 의약품·의료기술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공유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가 트립스 일시 유예를 제안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지지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 115명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트립스 유예안을 지지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고, 영국 노동당 의원 100명도 영국 정부에 유예안을 지지하라는 서한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버니 샌더스 등 상원의원들과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 및 시민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특허권 유예를 지지하라는 서한과 탄원서를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여야 의원 14명이 트립스 일시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백신 접종은 시간 싸움이다.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종이 나오기 전에 확산세를 잡아야 한다. 인도의 경우 전염성이 강해진 여러 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인도 북부 펀자브주에선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 더 강하다고 알려진 영국발 변이(B.1.1.7)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고, 마하라슈트라주에선 ‘이중 변이’(B.1.617)가 우세종이 됐다. 이중 변이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다. 최근에는 여기에 변이가 하나 더 추가된 ‘삼중 변이’까지 발견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정부, 트립스 유예안 검토 중

이 때문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시급히 특허권을 풀어 백신 생산량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일국에서만 백신을 맞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 변이의 문제가 있어서 백신을 독점할 경우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홍조 건양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 인류가 가진 코로나19 대응도구가 무한정 유효하지 않다. 현재 가진 도구를 최대한 빠르게 보급하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새 도구를 만드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국가는 ‘트립스(TRIPS)와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에 따라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수십달러에 달하는 에이즈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값싼 복제약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마련된 제도이다. 하지만 의약품을 생산할 역량이 안 되는 나라는 강제실시를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의약품 생산역량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 강제실시를 통해 의약품을 생산해 수출해줘야 한다. 하지만 특허를 보유한 국가의 무역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실제 활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강제실시가 가능한 정도로 백신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나라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이 강제실시를 하고 싶어도 생산시설이 없어 한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의약품 강제실시에 관한 조항 자체가 매우 복잡해 현재의 트립스 하에선 강제실시로 백신을 수출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면서 “트립스 협정에 따라 강제실시할 때 경제적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태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를 트립스 협정에 따라 강제실시를 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무역 보복에 나선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가 트립스 유예에 합의한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의약품 강제실시를 위한 국내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절차와 시간도 개도국 입장에선 부담인데 특허권 유예로 백신이 대량생산되면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싼값에 백신을 수입할 수 있다.

트립스 유예안이 합의될 경우 한국이 백신 생산기지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허브가 될 수 있을 만큼 생산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핵심은 백신을 누구나 빠르게 접종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고, 이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해법은 (특허권 유예를 통한) 생산량의 절대적 향상밖에 없다”면서 “인도와 한국 등 백신 생산 능력이 있는 국가들은 국제사회가 트립스 유예안만 합의한다면 얼마든지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WTO 트립스 이사회는 남아공 등의 트립스 유예안이 제안된 이후 비공식 회의와 소그룹 회의 등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5월 5일과 6일 진행되는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트립스 유예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특허 면제(웨이버)가 가장 관심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모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포괄하는 웨이버가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2부 제1절(저작권), 제4절(산업디자인), 제5절(특허), 제7절(미공개 정보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웨이버 대상으로 올라왔다.

논의가 심화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견이 큰 상태이다. 백악관은 트립스 유예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입장을 결정하진 않았다. 우리 정부 역시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면제(웨이버)가 백신 생산 증대에 도움이 될지, 기존 트립스 협정에 있는 강제실시 규정의 유연성을 높여 적용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지, 백신 생산과 공급 측면에 장애는 없는지 다양한 요소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현 단계에서 웨이버를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백신 개발에서의 혁신이 중요하다든가 하는 명확한 입장을 정하기보다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요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엘도라도 국제공항에서 4월 27일(현지시간)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이 하역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엘도라도 국제공항에서 4월 27일(현지시간)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19 백신이 하역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팬데믹을 끝내려면 백신의 공평한 보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다만 그 목적 달성에 뭐가 효과적일지 그 방안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백신 생산을 확대하려면 생산기술 이전도 필요한데 웨이버를 통해서 이것이 즉각적으로 가능한지 회원국들이 제약업체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버가 생산확대로 즉각 이어지는 효과가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혜진 연구위원은 “유예를 합의한 이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차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연구 결과물, 공적 활용 고민해야

전문가 사이에선 특허 면제가 백신 개발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백신 특허 정지로 단기간에 생산을 늘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전 세계 80억명 중 70%가 2회 접종을 받으려면 총 100억~120억개의 복용량이 필요하다. 속도와 품질이 필요한데 지적재산권 정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국가가 자격을 갖춘 제조업체를 가질 수 있을까. 백신은 화학물질이 아닌 생물학적 제품이라 생산과정이 더 까다롭고 품질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기업과 생명공학자들이 지적재산권의 사용이 두려워 (백신 연구) 참여를 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공공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공적 활용의 정당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대개의 백신 개발에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코로나19 백신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개발됐다. 기록적으로 빨리 백신이 개발된 것은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20년 3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개발을 위한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지시한 후 1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존슨앤드존슨(10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12억달러), 모더나(41억달러), 노바백스(16억달러), 사노피(21억달러) 등이 거액을 지원받았다.

모더나 등과 함께 가장 먼저 3상 임상시험에 진입했던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개발비의 97%는 영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자선재단 등이 기여한 공적자금이었다. 한국 정부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기업 임상시험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에만 1300억원(백신 687억원·치료제 62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 등에 940억원을 지원했는데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개발에만 219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은 돈방석에 올랐다. 모더나는 올해 공급하기로 한 선구매 물량으로만 184억달러(약 20조원)를 벌어들였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로 150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 대학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비영리 수준에서 백신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팬데믹 종식 이후에는 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공적 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을 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만큼 모더나 등도 미국에 백신의 가격을 낮춰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관련 지적재산권의 공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홍조 교수는 공공 연구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의 가격과 공급, 위탁생산 등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상당히 많은 연구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허가 과정의 단축, 환자 모집 기간의 단축도 지원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비용이다. 엄청난 규모로 공적지원을 하는 만큼 그 결과물을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러시아·중국 백신 쓸 만할까

한국은 총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배가 접종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백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백신 국가주의로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이 ‘예비 백신’ 내지 ‘보험 백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백신 플랫폼에는 RNA 백신, 바이러스벡터 백신, 재조합 백신, 불활화 백신 등이 있다. RNA 백신은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대표적이다. 예방효과가 90%를 넘을 정도로 높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트립스 유예안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백신이다. 송대섭 대한백신학회 연구이사(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연구되기 시작한 시간이 짧고 원천 기술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어 특허를 피해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특허권을 풀어주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 주형에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등이 대표적이다. 재조합 백신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 플랫폼 중 하나이다. 사노피, 노바백스 백신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국립 연구소인 가말레야(Gamaleya)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최근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면역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이후 주목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 등 61개국에서 사용이 승인됐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지난 3월부터 사전검토를 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긴급사용목록 등재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학술지에 공개된 데이터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왔다. 송대섭 교수는 “지난해 8월 임상 2상만 마치고 승인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고 우려가 컸는데 임상 3상을 진행한 후 세계적 저널에 공개한 결과는 상당히 좋다”면서 “아직 일반인에게 광범위하게 적용한 데이터는 없지만 부작용 등 관련 데이터가 모두 공개된다면 러시아 백신이라고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노팜, 시노백, 칸시노 바이오로직스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하지만 러시아처럼 임상 데이터가 완전히 수집·공개되기 전에 백신을 제한적으로 승인해 비판을 받았다. 예방효과도 시노팜 백신의 경우 79%로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와 비교해 약 15%포인트 낮다. 하지만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시노팜은 불활화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항원으로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을 택했다. 칸시노의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이다.

송 교수는 “중국 백신이라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불활화 백신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면서 “파우치 소장이 초창기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를 50~60%로 예언한 것도 이런 고전적 백신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기초과학의 강국이고 바이러스 연구 측면에서도 수준 높은 국가”라면서 “개별 기술에 대해 판단해야지 국가를 이미지화해 러시아나 중국 백신이라 못 믿겠다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 백신은 아직 자료 공개의 투명성 등에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데이터 세트를 보지 못한 상태라 임상 및 제조 데이터의 품질이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WHO의 긴급 사용 허가나 EMA의 승인이 러시아 백신의 품질이 인정받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등 변종에 대한 효과도 검증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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