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때문에 오세훈 찍은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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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들이 직접 밝히는 그들의 속마음

20대 남성 3명이 모였다. 윤여준씨(24·정치학 석사 과정·<쉬바견>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자신을 자유주의 우파라고 소개한다. 한국이 수구세력에서 벗어나 더 많은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누리기를 원한다. IT 엔지니어 이성화씨(28)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15번 신지예 후보에게 투표했다. 기후 변화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보좌진인 김민석씨(25)는 20대 남성 차별론은 실체 없는 허구라고 정의한다. 20대 남성 차별은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20대 여성 집담회에 이어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과 함께 20대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집담회는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서 진행됐다. 진행은 섀도우캐비닛 김경미 대표가 맡았다.

윤여준, 김민석, 이성화씨 (왼쪽부터)

윤여준, 김민석, 이성화씨 (왼쪽부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누구를 찍었나.

여준 오세훈 후보. 차악을 택했다. 국민의힘도 공정성 훼손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부동산, LH, 조국, 윤미향, 검찰개혁까지. 현 정권 실정에 대한 염증이 더 컸다. 선거 과정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보다 네거티브 발언이 적었던 점도 좋았다. 20대 여성 집담회에서 어느 분이 ‘여성이라서 박영선 후보를 뽑았다’고 하던데. 이해가 안 된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지한다는 것인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곡된 ‘한국’ 페미니즘이 만든 결과다. 오늘 페미니즘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민석 박영선 후보를 찍었다. 사실 마음에 안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고. 다만 우려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전에 성소수자 무슬림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이번에는 진정성과 별개로 워딩은 바뀐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건에 대해서도 확실히 사과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2차 가해 발언에 선을 그은 것도 좋았다. 1년 3개월 임기의 시장을 뽑는 선거였다. 시정 안정을 위해서는 민주당 후보가 낫다고 생각했다.

성화 두 양당 후보는 선택지에 없었다. 청년 후보, 그중에서 정책을 봤다. 평소 기후위기 의제에 관심이 많은데 무소속 신지예 후보의 1.5℃ 탄소한계선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 내 표가 꼭 당선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투표로 내 의사를 반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20대 남성 투표 결과를 어떻게 보나.

민석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후보를 찍었다는데 체감이 안 된다. 지나가는 20대 남성 대부분이 오 후보를 찍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72.5%는 출구조사 결과이고. 세대별 투표율은 몇달 뒤에 나온다. 만약 20대 투표율이 낮았다면 그때도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을 찍었다’라고 볼 수 있나.

성화 많이 놀랐다. 72.5%라는 수치를 여러 번 확인했다. 신지예 후보를 뽑은 나는 뭐지. 나는 0.1%에 속해 있나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동년배 남성들과 너무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나 해서 친구들을 떠보고 커뮤니티도 살폈다. 확실히 반민주당 정서가 있었다. 여기에는 반페미니즘 정서도 있고, 누적된 사회계층 문제에 대한 불만도 혼재돼 있다.

여준 주변에 오세훈 지지 여론 완전 체감된다. 내가 우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웃음) 오세훈 후보가 그나마 낫지 않냐는 여론은 있다. 다만 반페미니즘 정서로만 오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주변 여론은 체감할 수 없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대 여성 40.9%가 국민의힘을 찍었다. 20대 여성들도 정부에 화가 났다는 의미다. 물론 20대 남녀는 젠더 이슈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이유만으로 20대가 오 후보에게 표를 준 건 아니다. 20대를 움직인 건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다.

-20대 여성 15.1%가 제3후보를 택했다. 20대 여성 투표는 어떻게 보나.

민석 20대 남성은 다른 후보를 택할 필요가 없었다. 오세훈 후보만으로도 ‘난 문재인 대통령이 싫다’는 뜻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 반면 20대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당사자다. 불평등한 현실을 인지한다. 제3후보를 지지한 15.1%도 그 후보가 너무 좋아 지지한 건 아닐 것이다. 여성의 관심 이슈를 의제로 내세운 후보이기 때문에 찍은 것이다. 반면 20대 남성은 대안 정당이 있었어도 오 후보를 찍었을 것이다. 여성과 달리 직면한 차별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20대로서 받는 불이익은 있지만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b>이성화씨</b> “확실히 반민주당 정서가 있었다. 여기에는 반페미니즘 정서도 있고 누적된 사회계층 문제에 대한 불만도 혼재돼 있다.”

이성화씨 “확실히 반민주당 정서가 있었다. 여기에는 반페미니즘 정서도 있고 누적된 사회계층 문제에 대한 불만도 혼재돼 있다.”

성화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나. 제3후보가 여성들에게 문제의 해답을 제시한 것 같다.

여준 제3후보 15.1%는 여성주의 영향이라고 본다. 제3후보들은 워딩도 정책도 과격하다. 여성의당 정책 중에는 여성에게만 지원금을 준다는 것도 있는데. 남성들이 그걸 보고 표를 줄 수 있겠나. 생물학적 성에 기반을 둔 정책이 태반인데 유럽 젠더정당에서 보면 극대노할 정책이다. 국민통합은커녕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집단으로 보인다.

-20대 남성을 대변할 정치인이 있나.

여준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꼽는다. 소신 있는 개혁파였고. 20대 실용 자유주의 노선에서 설득력 있는 정치인으로 보인다. 요즘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젠더 이슈에만 집중해 이대남의 표심을 해석하려고 하는데, 고도의 정치적 수사를 통한 갈등 조장 행위라고 본다. 20대 남성 지지를 안고 가려는 구상이다. 이런 방식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민석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20대 남성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준석, 하태경 류는 천박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인은 특정 세대와 계층에 어필할 수 있다. 정치인이 지지층을 갖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20대 남성에게 시급한 문제가 알페스와 게임 아이템인가. 아니면 월세와 일자리인가. 중요한 문제를 두고 지엽적인 문제를 부풀려 이슈화한다.

성화 없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 관련해 첨언하자면 이준석은 인터넷 방송 BJ 같다고 생각한다. BJ는 대중 앞에서 여흥을 제공하면 돈을 주지 않나. 비슷하다.

-20대 남성이 보수화됐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여준 동의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일수록 정당 일체감이 옅다. 정책 어젠다에 따라 투표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20대 표심은 정책에 따라 갈릴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 지지는 정당 일체감이 변했다기보다는 단기 어젠다에 따라 변동이 큰 정당 호감도가 달라진 결과다.

<b>김민석씨</b> “한국 사회에서 20대로서 받는 불이익은 있지만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민석씨 “한국 사회에서 20대로서 받는 불이익은 있지만 20대 ‘남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민석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공정에 대한 맹신이 강해졌다고 본다. 그런데 20대가 말하는 공정은 정말 공정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고소득층 자녀가 좋은 대학에 많이 간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좋은 집에서 태어나 일종의 ‘혜택’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간 것인데 오롯이 자신이 노력으로 얻은 결과라고 착각한다. 한국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이제껏 기계적인 ‘기회의 공정’만을 강조했다.

성화 뭉뚱그려 보수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슈별로 봐야 한다. 20대 남성 집단 안에서도 각 이슈에 따라 스탠스가 다양하다. 물론 남성 집단에서 주목하는 이슈가 분명히 있긴 하다. 특히 젠더 이슈에 한해서는 보수화됐다.

-여당에서 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 아이디어가 나왔다. 군가산점 재도입, 지자체 채용 시 군 경력을 인정하자고 한다.

여준 군가산점제, 여성징병에 동의하지만 선거에서 패하자마자 들고나온 민주당은 문제가 있다. 물론 정치를 지대추구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뛰어난 정치가다. 셈이 빠르다는 얘기다. 어쨌든 표 품팔이는 잘하는 거니까. 하지만 동시에 민주당은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계파 정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석 게으른 행태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청년가족부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그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년 전에 했던 말이다. 20대 남성이 화났다니까 어떻게든 싼값에 빨리 처리하고 해결하려고 한다.

성화 게으르다는 데 동의한다. 군 가산점제 언급한 기사는 일부러 클릭 안 한다. 조회수 올려 주기 싫다. 현역병 부족은 1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이제까지 논의 안 하다가 갑자기 군가산점제 나오니 당황스럽다. 문재인 정부에서 군인 월급 올린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논의에 대한 진전이 너무 늦다.

-민주당은 ‘페미 정당’인가.

민석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이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아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이라면 안희정 전 지사 아들이 의원실에서 일할 수 있나. 성 비위 관련 2차 가해에 가담한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당내에 있다. 당 헤게모니도 기득권 남성이 쥐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 다수의 20대 남성 당원 간 의견이 다른데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화 페미니즘 정당도 아니고 또 페미니즘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것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교묘하게 덧씌워진 도구가 아닐까.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페미를 싫어하지만 실제로 20대 남성이 분노하는 이슈는 집값이나 일자리 같은 삶에 와닿는 이슈다. 누군가 페미를 덧씌워 젠더갈등을 키우고 있다. 젠더갈등으로 득을 보는 이들이다.

<b>윤여준씨</b> “젊은 세대일수록 정당 일체감이 옅다. 정책 어젠다에 따라 투표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20대 표심은 정책에 따라 갈릴 것이다.”

윤여준씨 “젊은 세대일수록 정당 일체감이 옅다. 정책 어젠다에 따라 투표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20대 표심은 정책에 따라 갈릴 것이다.”

여준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페미니즘 정당이라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지. 20대 남성이 민주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당규를 바꾸고 후보를 내는 그들의 ‘내로남불’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여준 한국에서 논의되는 페미니즘은 문제가 있다. 지금 젠더갈등은 과격한 남성우월주의와 극렬 여성주의자가 촉발시켰다. 한국 페미니즘은 너무 극단적이다. 유럽에서 페미니즘을 논할 때는 여성만을 논의하지 않고 ‘젠더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 아이, 노인 모두가 아울러야 한다. 한국 페미니즘은 극렬 여성주의, 여성우월주의에 편향돼 있다.

민석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분들이 ‘한국 페미니즘’이라고 후려치는데. 그렇지 않다. 페미니즘 단체 어디가 그렇게 극렬한가. 일부 터프는 온라인 말고는 본 적 없다. 온라인상 소수의 과격한 면을 보고 한국 페미니즘이라고 후려치는 게 온당한가. 페미니즘 관심 없는 사람들이 여성주의 공격할 때 변희수 하사를 끌고 오는 것도 기만적이다.

성화 강남역 사건은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사건에 대한 남녀 반응이 극명하게 달랐다. 대부분 남성은 나를 왜 잠재적 가해자로 보느냐고 화를 냈다.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 강남역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일부 극렬한 형태의 페미니즘 행태는 잘못이다. 그런데 이제껏 극렬한 한국 남성이 저지른 만행에는 왜 침묵했나.

-가상화폐(코인)에 투자를 많이 하는 세대다. 왜 코인을 하나.

성화 20대 코인은 공정 이슈와 세대론과 맞물려 있다. 20대도 부동산처럼 기본 방식으로 자산가치 상승시키고 계층 이동하는 방법을 다 안다. 그런데 시드(종잣돈)가 적다. 적은 시드로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코인이다.

여준 정부가 코인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적금 부어봐야 목돈 안 되고 청약 넣어도 당첨 안 된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왜 내일을 고민하나. 그냥 투기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코인하지 말라고 하는데 당신들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부터 성찰했으면 한다.

민석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어른’ 운운하면서 코인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형적인 관료의 한계다. 이거는 정말 저 ‘꼰대’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일동 웃음). 사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성화 어른이 없다는 데 공감한다. 특히 최근에 어른이 될 만한 사람들이 죄다 추락했다. 어른이 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거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그렇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아예 조롱거리가 됐다. 무너지는 어른들을 보면서 과연 어른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글 반기웅·이하늬 기자 ban@kyunghyang.com 사진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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