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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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그리움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피에로 말베치 외 엮음·임희연 옮김·올드벤·2만5000원

[신간]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外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고 죽어간 이들의 편지를 모았다. 1943년 추축국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 세력은 연합국의 공격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북부지역에 밀고 들어온 나치 독일의 도움으로 괴뢰정부를 수립한다. 이들 북부 괴뢰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나섰다가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게 된 사형수 201명의 마지막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다. 가구공, 대장장이, 회사원, 양모 빗는 사람, 재단사, 건축가, 목수, 창고지기, 경찰, 정비공, 학생, 주부, 상인, 교사 등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 레지스탕스는 마지막 편지라 해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하게 피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힘겹게 적어 내려간 짧고 소박한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녀를 키우고, 직장에 다니고,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평범한 이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파시즘을 몰아내고 사회적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들은 하던 일을 놓고 총을 들었다. 이상을 지닌 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싸웠던 이들은 붙잡혀 고문받은 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때론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책은 그들이 그렇게 역 앞 광장이나 부대 안 사격장에서, 마을의 학교 근처나 다리 밑에서 죽어가기 직전 남긴 마지막 편지를 시대와 지역을 넘어 전달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한 한장의 유서에는 눈감아도 잊히지 않는 이들을 향해 남긴 마지막 언어가 담겼다.

▲고통 없는 사회 | 한병철 지음·이재영 옮김 김영사·1만2800원

[신간]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外

고통을 두고 과도한 두려움을 보이며 고통에 대한 내성도 급속하게 약화되는 사회적 현상을 짚었다. 고통스러운 상태를 회피하려 만성 마취상태에 놓인 사회는 건강한 갈등이나 논쟁도 사라지며 활력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1751년, 안음현 살인사건 | 이상호 지음·푸른역사·1만3900원

[신간]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外

경남 안음현(현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서 1751년 두 기찰군관이 살해된 사건의 수사·재판·처형 과정을 통해 중앙이 아닌 지방, 고관대작이 아닌 민초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구체적 사건을 통해 조선의 형사 시스템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파시스트 되는 법 | 미켈라 무르자 지음·한재호 옮김 사월의책·1만3000원

[신간]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外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파시스트에 빙의시켜 고백록처럼 썼다. 읽다 보면 교묘한 파시즘의 논리에 설복될 정도로 반어적인 풍자를 치밀하게 펼쳐나간다. 파시스트적 태도가 또 한편으로는 위험하다는 점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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