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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교계 “적극 지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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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미얀마 민주화와 국민들 안전 염원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화 항쟁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국민을 향해 국내 종교계도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내고 있다. 종교 간의 차이는 물론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넘어 미얀마 군부가 주도하는 진압과정에서의 폭력과 살상을 멈추도록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내 종교인들의 목소리를 미얀마까지 전달해 아직 미온적인 미얀마 내의 종교 지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요청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 주최로 3월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 기자회견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스님과 신도들이 합장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 주최로 3월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 기자회견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스님과 신도들이 합장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미얀마는 전체인구 가운데 불교를 믿는 인구가 88%에 달할 정도로 불교문화가 생활 속에 뿌리 박힌 나라다. 상좌부 불교의 전통 속에서 초기 불교의 수행법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불자들 역시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 불교계 내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은 것도 그간 이어진 미얀마에 대한 관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시작으로 불교환경연대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1개 불교 시민단체, 이어서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까지 성명을 내고 미얀마 민주화 세력에 연대 및 지지의 뜻을 밝혀왔다. 이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3명은 4월 1일 주한 미얀마대사관에 특별입국 신청을 통해 현지로 입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조계종 사노위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공포의 현장으로 가서 기도하는 것이 종교인의 도리라 생각하면서 불교국가인 미얀마가 더는 부처님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특별입국을 신청한다”고 특별입국 신청취지를 밝혔다.

조계종 스님 3명 특별입국 추진

특별입국을 추진하는 스님은 조계종 사노위 위원장 지몽 스님을 비롯해 혜도 스님, 종수 스님 등 3명으로, 석가모니 생존 당시의 머리카락을 보존한 미얀마의 대표적인 성지인 쉐라곤 파고다에서 군인들의 강경진압을 멈추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계종 사노위는 앞서 지난 3월 12일 국내 거주하는 미얀마 유학생들과 함께 서울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에서부터 종로구의 유엔 인권위원회사무소까지 6㎞를 오체투지로 나아간 바 있다. 지몽 스님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애절하고 간절한 미얀마 시민의 열망이 국제사회와 유엔의 양심을 움직일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오체투지로 거리에 온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 국민을 향한 국내 종교계의 지지는 어느 한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두루 나오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역시 ‘미얀마 민중항쟁은 반드시 승리합니다’라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의 민중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하면서도 순수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피눈물의 극한 현실이 너무나도 아프다”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결과를 무시하는 군부는 군사 반란세력이며 미얀마 민중을 통치할 권한이나 군사행동을 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종교인평화회의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연합기구다.

국내 종교계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한 단체는 천주교 인권위원회다. 천주교 인권위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지 이틀 뒤인 2월 3일 긴급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는 즉각 쿠데타를 종료하라. 2020년 11월 총선결과를 존중하고 민간 정부에게 권력을 즉각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자 국내 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염수정 추기경도 미얀마 국내 유학생들을 만나는 한편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에게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29일에는 국내 천주교인들을 향해서도 “매일 많은 사람이 총격에 희생되고 언론이 통제되고 계엄령 이후 사망자와 부상자들을 확인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하며 미사 전·후 9일 기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얀마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움직임은 개신교계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교계 단체들이 연합해 진행하는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위한 목요기도회’는 목회자와 평신도를 가리지 않고 미얀마를 걱정하는 교인이면 누구나 나와 함께 기도하는 자리다. 4월 1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기도회에서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최준기 신부는 “이웃이 힘들 때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이웃”이라며 “우리는 미얀마 민중의 아픔과 함께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미얀마 종교계는 별다른 움직임 없어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4월 4일 부활절을 앞두고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국내 개신교인들의 관심과 기도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회협은 “부활절을 맞아 교회는 진실과 평화가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만천하에 드러나는 공의와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겠다”며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종교계가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와 모금 등의 방식으로 미얀마 민주화 항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으나 막상 미얀마 현지 종교계에서는 군부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렵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를 비롯해 여러 다른 종교인들이 한명의 시민으로서 저항에 참여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종교 기구나 조직 차원의 대응은 물론 종교 지도자들이 시위를 주도하는 모습은 과거에 비해 찾기 어렵다.

천주교 우리신학연구소가 지난 3월 17일 온라인을 통해 미얀마 현지 활동가의 목소리를 전달한 긴급토론회에서는 일반 시민과 달리 미얀마 종교계가 미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알려졌다. 불교 승려가 약 40만명에 달하지만 2007년 ‘샤프란 혁명’을 스님들이 나서서 주도했던 때와는 달리 이번 사태에선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 탄압 사태와 얽혀 미얀마 불교계의 적극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불교 지도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군부의 폭력을 줄일 여지가 있음에도 미얀마 승려연합회가 쿠데타 발발 한달이 넘은 3월 8일에서야 소극적인 입장 발표만을 했을 뿐이다.

미얀마 천주교 주교회의 역시 교인들에게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공지하는 한편, 교계 지도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어 교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천주교계 지도자 중 만달레이대교구장인 마르코 틴 윈 대주교와 미치나 명예주교 프란시스 다우 탕 주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현지의 사정이 엄중하고 급박하므로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마웅 존 미얀마 평신도 선교교육원장은 토론회에서 “주교회의는 공식적으로 시위 참여를 막았지만, 수녀들이 앞장서 시위대를 보호하고 평신도들도 십자가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나서서 민족민주동맹이 선거를 통해 승리한 것을 인정하고, 유엔은 립서비스가 아닌 미얀마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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