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안 보이고 포퓰리즘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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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전이 한창입니다. 선거 후반에는 으레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지요. 국내 선거판에서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사실 ‘이기고 봐야 하는’ 정당 입장에서 네거티브는 버리기 힘든 카드입니다. 매번 ‘왜 정책 선거를 하지 못하는가’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치권은 네거티브를 포기하지 못하지요. 시민도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합니다.

반기웅 기자

반기웅 기자

그런데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전처럼 형식적으로나마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분야는 부동산 정도인데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의 공약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두 후보 모두 ‘개발과 규제완화’를 내세웁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닮아갑니다. 변별력 없는 부동산 공약과 부동산 네거티브가 지배한 선거판입니다.

시민은 서울시장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정책 전문성’으로 꼽습니다. 1년 3개월 임기 동안 많은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미래 비전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후보들이 쏟아낸 공약 가운데 시민의 마음을 움직인 정책은 당사자의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살아남게 마련입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민주당)가 내건 공약은 ‘무상급식’이었습니다. 반면 오세훈 후보(한나라당)는 사교육·학교폭력·준비물 없는 ‘3무 교육’ 공약으로 맞섰지요. 한 후보는 패했지만 무상급식 공약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후보가 뿌린 무상급식 씨앗은 서울시의회에서 싹을 틔웠고, 과실은 전국 학교로 퍼졌습니다. 오 후보의 3무 공약 역시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복지정책으로 자리 잡았지요. 선거판에서 두 후보가 정책 대결을 벌인 덕분에 한국의 교육복지 수준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어떤가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치르는 갑작스러운 선거임을 감안해도 정책 실종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취재를 하면서 시민분들에게 선거운동 기간에 무엇이 기억에 남느냐 물었더니 ‘도쿄 아파트’와 ‘내곡동 생태탕’을 꼽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네거티브는 극심해지고 각종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두 후보의 금융·현금지원 공약을 두고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근래 보기 힘든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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