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우표 모으기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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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는 시내 어디서나 문화유적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겐 계림, 천마총 같은 곳은 친숙했다. 야외활동 때마다 가야 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기엔 아직 어렸던지 견학은 매번 지루하게 느껴졌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 제공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좀 있다. 그중 하나는 타임캡슐에 관한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각지로 흩어졌다 어느 명절에 모인 우리는 어느 날 미래의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장소였다. 아파트에서 살던 우리에겐 타임캡슐을 묻을 땅이 없었다.

누군가가 반월성에 묻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괜찮을 것 같았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충분히 넓은 땅이 있는 곳이니까. 어느 소나무 밑을 한참 파 편지와 조그만 기념품 따위를 묻었다. 7년 후에 꺼내기로 했다.

5년쯤 지났을 때였던가. 20대 중반에 들어선 우리는 타임캡슐의 안부가 궁금했다. 함께 반월성에 갔는데, 그 소나무가 어느 소나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찍은 사진을 대조해 봐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도굴꾼처럼 보일까봐 걱정하면서도 일단 흙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운데 1명은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파낸 벌건 덩어리들이 흙이 아니고 토기 조각이라고 그가 말했다. 자세히 보니 사실이었다. 구덩이에서 나온 것을 펼쳐놓으니 흙보다 그릇 조각이 많았다. 우리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지? 머리를 맞댄 끝에 우리는 타임캡슐을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돌이켜보니 소중한 기억이다. 당시엔 그 모든 정취가 너무 쓸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덤과 소나무가 있는 휑뎅그렁한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가끔 그립다.

우표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면 유적 우표도 모아볼 만하다. 우정사업본부는 해외로 반출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국내로 돌아온 문화재를 기념하는 우표 75만2000장을 지난 2월 발행했다.

‘신라의 미소’로 잘 알려진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도 기념우표에 담겼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는 목조 건물의 기왓장으로 쓰인 수막새 중 유일하게 손으로 빚은 것이라고 한다. 이 문화재는 일본으로 넘어가 한 소장가의 개인 소유물이 됐는데, 국립박물관 경주분관(현 국립경주박물관) 박일훈 관장이 반환을 간곡히 요청해 9년여를 설득한 끝에 1972년 10월 국립경주박물관에 기증받았다.

‘개천 경천사지 십층석탑’(국보 제86호)은 1907년 일본의 궁내대신 다나카 미스야키가 무단 반출했던 문화재다. 미국인 호버 헐버트와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의 노력으로 환수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명성황후 옥보’는 미국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에서 44년간 아시아 담당 학예관으로 근무한 고 조창수 여사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미국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을 구입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청자 모자원숭이모양 연적’(국보 제270호)은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간송 전형필이 일본에 거주했던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개스비에게 인수한 고려청자 20점 중 하나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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