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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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다

삼일절 다음 날인 3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찾았다. 평일 오전이라 이곳을 찾은 시민은 많지 않았다.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은 전시물 하나하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증언을 눈에 새겼다. 전시관 옆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추모관에 발길이 멈췄다. 박필연, 박옥분, 최순남, 윤금례, 김학순…. 할머니들의 영정 사이사이에 꽂힌 헌화에는 미처 마르지 못한 빗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인 계약에 의한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다. 마치 그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벽면 한켠에는 할머니들의 증언이 담담하게 각인돼 있었다.

“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인데 왜 증거가 없다고 합니까.” 진정한 사과 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추모관 할머니들의 영정은 늘어만 가고 있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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