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달이 뜨길 기다리는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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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9)달이 뜨길 기다리는 작은 섬

천수만의 끝자락에 작은 섬이 있다.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는 섬. 바닷물이 들어차면 길이 물속으로 잠긴다. 간월도는 그래서 유명했다. 밀물과 썰물의 물때를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았다. 섬에는 간월암이라는 자그마한 사찰이 앉았다. 예전에는 이 섬을 피안도라 불렀고, 섬의 절을 피안사라고 했다. 아마도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이 섬을 죽음 너머의 세계로 상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고려 말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하다가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달을 보다’라는 의미의 간월(看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비로운 이 섬은 주위를 둘러싼 풍광이 무척 좋다. 왼쪽으로 충남 홍성의 해안이 보이고, 바로 앞으로는 천수만의 마지막 섬인 죽도가 있다. 섬에서 맞이하는 석양은 입가에서 말을 지울 만큼 아름답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보이는 것처럼 햇살에 녹아 들어간다. 그래서 해질녘이면 숱한 사람이 이 섬에 찾아온다. 붉은 해가 끝도 보이지 않는 저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면 다른 한쪽에서 달이 올라온다. 섬이 기다리던 시간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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