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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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한 페친이 링크한 지도 한컷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월드매퍼(worldmapper.org)에서 인구밀도를 반영해 재작성한 한반도 지도라고 했습니다. 제 눈에 한반도는 배가 한껏 튀어나온 ‘비만형 인간’처럼 보였습니다. 저 정도 배라면 동맥경화에 고혈압, 당뇨까지 성인병 만성질환은 다 달고 살 것 같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수도권입니다. 전체인구의 절반이 삽니다.

[편집실에서]서울 집값 잡는 법

여기에 비수도권 5대 광역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전이 몰려 있는 데가 바로 그곳입니다. 고리원전도 지을 당시는 경남 양산군 장안면이었습니다.

원전은 왜 외딴곳에만 지을까요? 월성원전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1년 피폭량이 고작 ‘바나나 6개 혹시 멸치 1g’이라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지질학적으로 좋은 곳을 택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고리원전 인근은 양산단층이 지나갑니다. 월성원전은 4년 전 규모 5가 넘는 지진을 겪었습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원전이 위험하니까 도시, 특히 서울에 안 짓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는 그럽니다. 지원금을 주니까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되느냐고. 원전 인근 주민들은 말합니다. 그게 좋으면 가져가라고.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자체에 수백억원을 준다고 해도 손든 수도권 지자체, 한곳도 없었습니다.

서울수도권이 원전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이곳에서 만든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도 지자체별 전력 발전량 및 판매량’을 보면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3.92%에 불과합니다. 경북과 전남은 각각 180%에 달합니다. 서울시민은 원전 주변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값싼 전기를 풍족하게 누리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습니다. 경제적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습니다. 서울의 집값이 끝없이 오르는 데는 원전 같은 시설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은 것도 이유가 될 겁니다. 심지어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편집실에서]서울 집값 잡는 법

친원전론자들은 우리나라 사정에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논의는 항상 ‘수도권 밖’입니다. 서울수도권에 원전을 짓고 운영해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 땅에 지을 수 있습니다. 국회 자리는 국유지인데다 한강이 흐르고 있어 원전 입지로 나쁘지 않습니다.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프랑스 노장 원전은 파리에서 95㎞ 떨어진 센강 변에 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는 청정에너지가 맞다고 확신한다면 우리라고 못 지을 리 없겠지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서울시 땅값 잡는 법’이라며 올라와 있습니다. “원전 2개쯤 짓고 방폐장 1개 지으면 확실히 잡히긴 할 듯요. 전력공급도 널널해지고요.” ‘뼈’ 때리는 제안입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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