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는 ‘예열’ 야는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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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명 출사표… 국민의힘 9명 신청 치열한 경선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일제히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거대 양당의 후보만 있는 건 아니다. 진보당은 처음으로 부산시장 후보를 냈다. 후보 등록까지 마쳤던 정의당은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지지 의미로 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지지 의미로 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 4일 현재 4·7 부산시장 보선의 링에 오른 후보는 총 11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박인영·변성완 후보와 국민의힘 박민식·박성훈·박형준·이언주·이진복·전성하 후보, 진보당 노정현 후보, 무소속 정규재 후보 등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경선을 시작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월 26일 예비경선 신청자 9명 중 3명을 컷오프했다. 이어 3~4일 예비경선(당원 투표 20%·일반 시민 여론조사 80%)을 통해 2월 5일 본 경선 진출자 4명을 추린다. 국민의힘은 일 대 일 토론회와 합동 토론회 등을 거친 뒤 3월 2~3일 본 경선(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 3월 4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은 결선 투표 진행 시 3월 11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만약 경선(당원 투표 50%·일반 시민 여론조사 50%)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있다면 민주당은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최종 후보 선정을 3월 초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여 김영춘, 야 박형준 지지율 선두

민주당 경선 대진표는 최근에서야 확정됐다. 김영춘 후보가 1월 12일 출마 선언한 데 이어 박인영 후보는 1월 18일, 변성완 후보가 1월 28일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속속 선거판에 뛰어든 상황과 비교하면 늦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보선이 발생하면서 당의 후보 공천 여부가 뒤늦게 결정된 탓이다.

민주당 지지율 1위는 김영춘 후보다. 김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나머지 두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두 후보는 지지율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선 안정권에 든 김 후보는 본선 승리를 위한 전략을 펼친다. 그는 출마 후 자신의 호(號)를 ‘가덕’으로 짓는 등 가덕도 신공항 이슈 선점에 공들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되면 우호적인 여론을 흡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인영·변성완 후보의 추격을 주목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두 후보가 각각 여성·정치신인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득표를 얻으면 역전의 가능성도 나온다.

50%의 당원 투표가 핵심 변수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정체성이 강한 박 후보에게 당심이 쏠릴 수 있다. 박 후보는 노무현재단 등에서 일해 친노·친문 세력과 인연이 깊다. 박 후보의 남편 이한인씨는 현재 노무현재단 사무차장이다. 여기에 박 후보는 지난 2월 1일 페이스북에 “‘현재의’ 김영춘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고 김 후보를 향한 맹공을 예고했다. 잠잠했던 경선이 달아오르면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

변 후보는 최근 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며 본선행 가능성을 보였다. 부산일보·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1월 31일~2월 1일 실시한 조사(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변 후보가 10%로 두 자릿수 지지율에 올랐다. 변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지 5일 만이다. 출마 직전까지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변 후보의 안정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1일 민주당 ‘국민면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후보도 변 후보였다. 정책 대결이 고조될수록 변 후보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열되는 국민의힘 경선

국민의힘 경선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도마 위에 오른 건 ‘도덕성 검증’이다. 대부분 지지율 1위 박형준 후보를 향한 공세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산하 시민검증특별위원회에 제출된 후보 관련 제보는 익명 10여건, 실명 1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 번져가자 당 공관위가 진화에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시민검증특위 위원장은 지난 2월 2일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시민검증특위가 지금까지 위원회에 제출된 우리 당 후보들에 대한 의혹들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9일 부산 중구 부평시장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9일 부산 중구 부평시장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른 후보들의 맹공에도 박형준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가장 앞선다. 지금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는 1위를 내어준 적 없다. 여야 전체 후보, 국민의힘 후보만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는 모두 선두를 달린다. 박 후보는 후보들의 공격에 무반응 전략으로 일관한다. 괜히 방어에 나섰다가 되레 흑색선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일자리, 청년, 복지 공약 발표만 이어가고 있다.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 시민검증특위의 검증 결과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복 후보는 당 시민검증특위 발표 후 부산시의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후보 검증으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며 “좀 더 철저한 재검증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언주 후보도 페이스북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나중에 낭패를 보게 되면 당에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약 한달간의 경선 과정에서 ‘도덕성 검증’의 뇌관이 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 신인’ 박성훈 후보는 네거티브전에서 뒤로 물러섰다. 거친 설전에 뛰어들면 정치신인으로서 참신함이 퇴색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게다가 친박(친박근혜)계가 박성훈 후보의 지지 대열에 동참하면서 세 규합에 절박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박 후보는 친박계가 아니다. 친박계는 “박형준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했다”며 박성훈 후보에 힘 싣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경력을 부각할 수 있는 경제 공약 발표에 집중한다. 다만 경선 화두에서 동떨어진 탓에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시급한 과제다.

‘가덕도 신공항 논란’이 정리된 부산시장 보선에 ‘한일 해저터널’이 떠올랐다. 지난 2월 1일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꺼내 든 것이 발단이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30년 넘은 오랜 이슈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마다 터져 나온 한일 해저터널 공약이 이번 보선을 앞두고 또 급부상한 것이다. 앞서 가덕도 신공항 공방은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친일 행위’라며 화력을 집중한다. 일본에 이득인 한일 해저터널 공약 자체가 친일이라는 주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저터널로 우리가 얻는 수익이 5라면, 일본이 얻는 수익은 500 이상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김 위원장이 말하는 이적행위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2월 3일 “이명박 정부에서도 경제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낸 해저터널 공약으로 다시 부산시민들에게 희망고문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곧장 역공에 나섰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일 해저터널을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2월 2일 라디오에서 “그분들도 친일DNA가 있고 대륙 발판 진출 교두보를 만들어주려고 한 거냐”며 맞섰다. 김 위원장도 지난 2월 3일 비상대책위 회의 직후 “해저터널과 친일은 관계가 없다”며 “우리 경제력이 일본에 대항해 충분한 여력이 있을 때 일본을 우리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있어요” 소수당 후보들

다만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국민의힘 후보들의 입장이 나뉘면서 논란이 인다. 이언주·박성훈·전성하 후보는 찬성하고 박형준·박민식 후보는 유보, 이진복 후보는 반대 입장이다. 한일 해저터널 공약 관련 당내 이견 조율이 없었던 셈이다. 당내 이견이 남아 있는 만큼 한일 해저터널 논란은 이번 보선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진보당 노정현 후보의 등판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다. 그는 공약을 매주 공개하고 있다. 노 후보는 1월 28일 ‘택배노동자 전담 지원센터 설립’ 등을 공약한 데 이어 2월 3일 여야 후보들에게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공동 공약으로 제안했다. 노 후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내 진보정당 후보 중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기초의원이다. 그는 6~7대 부산시 연제구의원을 거쳤다.

무소속 정규재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목소리 낸 가덕신공항에 공개 반대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 후보는 1월 13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현 정권이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대시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부산 감사원·규제시민회의 설치 ▲건설 관련 인허가 완전 공개 ▲사적 로비 금지 등 부산 행정의 원칙을 공약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주필, 펜앤드마이크 주필 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정의당은 지난 2월 3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 방침을 확정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초 정의당은 민주당과 단일화 없이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치를 계획이었다. 부산시장 보선에는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결과적으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 책임정치의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자, 공당으로서 분골쇄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해정 국제신문 정치부 기자 ca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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