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00시대 버블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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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장세’… 기대와 걱정 교차

증권시장이 불안하다. 지난해 연말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던 코스피가 잠깐 추락했다 이내 3000선을 회복했지만, 지수가 호재를 보여달라고 보채는 아이인지, 의젓하게 박스권을 벗어났는지가 헷갈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장세’에서 ‘삼천피’란 이름을 단 지수는 얼마나 더 상승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도 ‘버블파’와 ‘새 역사파’로 나뉜다. 코스피 3000은 개인투자자의 거침없는 돌격과 기술력이 이끈 실적 개선 전망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이 합쳐진 결과다. 저금리와 경기회복 기대라는 두 기둥이 견고하게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유동성이 증시에 집중됐고, 거기에 기대감이 부풀었기에 ‘필연적 버블’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장 종료 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7일 장 종료 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증시는 드라마틱한 흐름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1457.64까지 급락한다. 이를 기회로 본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는 한달 만에 1900선을 회복한다. 지난해 5월 2000선까지 회복한 코스피는 8월 이후 상승속도가 느려졌지만 11월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 올해 1월 3000선까지 힘껏 뛰어올랐다. 특히 신년 랠리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1월 한달간 개인은 국내 주식을 26조원 사들이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개인이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순매수한 금액인 63조8000억원의 40%를 불과 한달 만에 달성했단 얘기다.

열기가 여기서 끝날까. 실탄은 여전히 충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시 대기 자금은 전년보다 2배도 넘는 68조원에 육박했다. 사상 최대치다. 문제는 실물 경제는 아직 차가운데 증시에선 열풍이 분다는 점이다. 이 간극을 우려한 전문가들의 ‘과열’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빚투(빚내 투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냈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으며 ‘패닉 바잉’을 드러냈다.

“돈으로 올린 증시 파티는 끝난다”

증시 비관론자들은 증시를 이끌어왔던 연료가 ‘자의든 타의든’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돈 자체가 최대 재료이다 보니 하루만 증시가 불안해져도 단기 조정과 급락의 시작이란 해석이 난무한다. 특히 2월은 그 어느 달보다 변화폭이 큰 ‘럭비공 장세’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전히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외국인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를 염두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해 2월 주식시장은 여전히 증시 주변 이슈에 따라 변화폭이 큰 한 달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10% 이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도 했다.

보여준 실적보다 주가가 앞지르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선행)은 약 15배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13.7배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보다 주가가 더욱 빠르게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자산시장의 버블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고 우려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자산 가격의 급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금융안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사건이 예기치 못한 순간 버블 붕괴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터지기 전까지는 버블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서일까. 정부는 지난 2월 3일 공매도 거래 금지를 5월 초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공매도 제도를 완비할 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가 1월 11일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코스피가 1월 11일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미지의 세계 ‘삼천피’에 도달한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호재가 마련된 환경에 서 있다. ▲길어진 저금리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코로나19 기저 효과로 인한 성장률 ▲선거철과 맞물린 상승장에 대한 전망이 작동되는 증시의 열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는 기존 기업이 단순 이익 실현을 넘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재탄생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에서 새로운 기술력과 혁신성을 가진 새로운 기업으로 선수가 교체되는 국면”이라면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제시할 플랫폼 기업 등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2월은 본격적인 3000시대를 가기 위한 전개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의 진통은 적극 투자 비중을 늘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인터넷과 2차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등 전략적으로 구조적인 성장주를 비롯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주 등이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이들 업종은 글로벌 경쟁력이 커지고 구조적인 변화가 추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밸류에이션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코스피 3000시대는 한국경제와 기업의 수익 구조 변화를 내포한다. 기업의 본질적 경영과 경쟁 변화가 이뤄진다. 기술 변화가 글로벌화 및 실적 확대를 수반해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단 얘기다.

“탄탄한 개인 수급에 새 역사 시작”

증권가에서는 3000시대를 축제의 장, 새로운 투자역사를 쓰는 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기대가 많다. 지난달 14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3000시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는 좌담회에서 김신 SK증권 사장은 “경제 주체의 하나인 기업이 규모 면에서나 이익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시장으로 유입되는 머니무브가 한국경제 성장에 큰 시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JP모건 한국 총괄대표도 “지정학적 요인과 기업 지배구조 취약점 등이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디스카운트에 대한 것보다 (투자시장 성숙에 따른)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3000영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업 패러다임 전환이 안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증권가에서는 나온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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