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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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들과 ‘K(케이)’ 하나로 웃고 떠든 적이 있습니다. K팝이면 됐지, 요새는 뭐든 다 K를 가져다 붙인다는 푸념에서 시작했습니다. 공기업에는 ‘KOO’이니 ‘KXX’니 하는 이름 번듯한 신사업이 많다고 했습니다. 각자의 사업명이 어색하기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는데요.

[취재 후]K자영업자

최근에는 ‘K방역’이 힙한 브랜드로 꼽힙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을 잘했고, 이는 국가의 브랜드로 추켜세울 만하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K방역 특별 메시지’(2020년 5월) 카드뉴스를 정부 기관에서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의 모범이 된 K방역’(2020년 9월)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부가 인구 대비 확진자수나 사망자수 기준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방역을 준수하게 이끌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성공적인 방역의 이면에는 시민의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오후 9시까지 영업을 제한당하는 자영업자가 대표적입니다. 이제 영업손실이 1년 가까이 누적됐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방역 협조의 일선에 있는 자영업자를 자랑스럽게 여겨 ‘K자영업자’라고 부를 만도 한데, 그런 네이밍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K방역이라는 상찬이 쏟아지는 사이, 자영업자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지난 1월 초, 경기도 산본의 한 요가원에 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 그대로 분투기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제대로 영업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 실내 체육시설이나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강제로 문을 닫아야 했고, 회원들도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빚으로 임대료·인건비를 막다 은행권 대출도 막혔습니다. 요가원장이 고용한 요가 강사들도 피해를 받습니다.

구체적인 하소연이 나왔습니다. ‘지원금’ 아닌 ‘손실 보전금’을 달라고 했고, 정부 방역에 협조한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면 누가 앞으로 정부 방역에 협조하겠냐고 했습니다.

약한 고리는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고용 충격이 집중돼 근로소득세 감소폭이 정부 예상치보다 못 미쳤다는 기획재정부 분석도 나왔습니다.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의 타격이 큰 반면, 면세점 이상 소득층은 타격을 받지 않아 근로소득세 감소폭이 예상보다 줄지 않았다는 해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질문이 없으신가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K방역 상찬은 딱 여기까지였으면 합니다. K형평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분투하는 자영업자와 자영업자가 고용한 이들에게 전폭적인 보상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 아닐까요.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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