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성공한 교정시설은 달랐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코로나19 확산 막은 교도소와 구치소는 어떻게 대응했나

1월 20일 현재 서울동부구치소 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224명. 한때 동부구치소에서만 연일 세 자릿수 확진이 거듭되며 시민의 불안이 커졌다. 이 시기 유사한 교정시설임에도 코로나19 확진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몇몇 초기감염이 대량 확진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낸 곳도 있었다. 갇힌 실내공간, 좁은 생활환경 등 교정시설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갖은 제약에도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교정시설 대응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2020년 11월 9일 오후 광주교도소 직원들이 교도소 내를 방역 소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11월 9일 오후 광주교도소 직원들이 교도소 내를 방역 소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정시설 방역, 과한 게 낫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을 ‘교도소, 구치소 및 그 지소’로 정한다. 통상적으로 재판결과가 확정돼 형의 집행을 받은 이들이 교도소에, 재판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수용자가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중 비교적 최근 지어진 수원구치소, 인천구치소, 대구구치소 등은 고층으로 된 ‘빌딩형’ 교정시설이다. 저층 건물구조에 비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또한 이에 해당한다.

동부구치소와 비슷한 환경의 인천구치소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사례는 0건. 1월 5~6일 수용자와 직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검사에서 다시 한 번 전원 음성이 확인됐다. 역시 고층빌딩형 교정시설에 해당하는 수원구치소 역시 1월 16일 현재 확진자는 0명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초기대응을 하고 타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확산세를 잡아낸 교정시설도 있다. 경북 김천소년교도소에서는 2020년 2월 29일 1명의 최초 확진자, 3월 2일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후속조치로 연쇄감염을 막았다. 광주교도소의 상황은 더 아슬아슬했다. 2020년 11월 9일 교도소 직원 확진을 시작으로 약 20건의 추가 확진이 발생했다. 이후 방역 조치로 교도소 내, 그리고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

교정시설 관련 코로나19 방역의 일선에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대응이다. 김천소년교도소의 첫 확진은 2020년 2월 28일 “열이 있다”라고 밝힌 한 수용자에서 시작됐다. 해당 수용자는 당일 지역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튿날 오전 3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교도소와 보건소, 지방자치단체(김천시) 담당자와 인력이 모두 나와 방역과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는 확진자가 발생한 호실과 인접호실 등을 포함해 해당 건물 전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모든 수용자의 시설 내 이동이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식당도 폐쇄했다. 수용자들의 식사는 교정직원들이 일일이 개별방으로 날랐다.

자가격리에 제한이 있는 교도소 특성을 고려해 감염위험에 따른 분리수용을 했다. 김천보건소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자 발생에도 인력 부족을 핑계로 늑장 대응을 하고,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수용자 분리를 지체한 동부구치소의 사례와는 대비됐다. 김종한 김천소년교도소 총무과장은 당시 취한 강도 높은 방역대응은 “(같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했다. 김종한 과장은 교도소 측 대응 일선에 관여했다. 선제적 조치를 취해 감염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웃돈 내 사다 쓰고, 만들어 쓰고 ‘0명 확진’ 인천구치소도 비숫하다. 지난해 3월부로 전 직원 및 신입 수용자 관리 절차가 강화됐고, 외부와 관련된 교도소 행사에 제한을 걸었다.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로는 외부인의 수용자 접견, 민원 방문 등을 모두 전화로만 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김건중 인천구치소 총무과 교위는 방역 매뉴얼은 보수적으로 적용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는 구성원은 즉각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법무부에서 내려온 대응지침을 수동적으로만 이행하는 게 아니라 현장상황에 맞게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했다는 의미다.

교정시설에서 과하게 느껴질 만큼의 방역이 필요한 이유는 ‘3밀(밀폐·밀집·밀접)’의 특성 때문이다. 광주 북구보건소 조현아 주무관은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법한 (교도소 내) 소지품 검사, 일상적 접촉 등이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현아 주무관은 광주교도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했다. 그는 “집단시설에서는 밀접접촉자들까지도 확진자에 준해 감염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여명의 인원이 실내에 밀집해 생활하는 교정시설의 방역에서 ‘마스크’가 차지했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구치소는 수용자들이 머무르는 방안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당초 수용자들의 면마스크 착용에 대한 우려를 의식, 전 수용자에게 매일 새 보건용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급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용자 마스크 지급을 미루다 대량감염이 확인된 2020년 11월을 지나서야 마스크 보급량을 늘린 동부구치소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서울동부구치소와 비슷한 고층빌딩 형태인 인천구치소 / 인천구치소 제공

서울동부구치소와 비슷한 고층빌딩 형태인 인천구치소 / 인천구치소 제공

실제 확진사례가 발생했던 김천소년교도소와 광주교도소는 마스크가 더 절실했다.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2월은 대구·경북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마스크 수급이 부족했던 때였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우선 김천시에 마스크 지원을 요청했다. 자체 예산을 동원해 마스크 1만여장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확보했다. 당시 마스크는 장당 3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였지만, 시설 내 밀집특성을 고려할 때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웃돈을 내서라도 마스크를 확보하자는 판단을 내렸다. 2020년 2월 교도소 내 봉제공장을 활용해 수용자들에게 직접 마스크를 제작하도록 한 광주교도소의 사례 역시 교도소 구성원들이 제한된 여건 속에서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보여준다.

빠르게 알리고, 투명하게 협조했다 유관기관들 간의 빠른 의사소통과 업무협조도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주효했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분리하고, 현장 방역 조치와 검사를 하는 데는 교정시설이 위치한 지자체 및 의료기관과 교정시설 사이의 합동작전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최초감염이 확인되자마자 교정본부와 김천시 보건소의 도움을 받았다. 본부에는 공중보건의, 방역물품 등 지원을 요청하면서 기관장들에게 직접 지원요청을 했다.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지 불과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관련 전문가와 담당 인력들이 현장에 모여 수용자 명단을 공유하고 진료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었다. 김주한 김천시 보건소 주무관은 빠른 확진자 분리, 현장 회의, 정보 공유를 김천소년교도소 발 추가확진 방지의 비결로 꼽는다. 김천소년교도소도 전문가가 검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인원은 모두 검사하는 데 동의했다.

광주교도소의 대처도 비슷했다. 광주교도소에서 확진이 발생하자 광주 북구보건소의 방역대응 인력들이 교도소로 향해 감염 위험요소들을 분석하고, CCTV를 돌려보며 밀접접촉자를 찾아냈다. 교도소 현장평가에는 광주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이 함께해 역학조사에 체계성을 더했다. 판별해 낸 밀접접촉자들과 비접촉자들을 분리 수용해 그룹별 전담직원을 배치했다. 보건소와 교도소는 격리관리 이행실태, 검사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했다. 광주교도소와 북구보건소는 수용자 최초 확진이 발생한 당일 전수검사에 착수했다. 서울동부구치소는 법무부와 서울시, 송파구보건소, 수도권 질병대응센터 등이 불협화음을 내며 같은 과정을 수행하는 데 3주가 소요됐다.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교정기관 방역을 담당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한다.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교정시설 내 대량확진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인천구치소 관계자는 “우리 구치소에서도 언제든지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제약 속에서 교정시설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켜내고 지역사회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해 낸 사례들은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데 있어 교도소와 구치소의 코로나19 담당 인력들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와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김종한 김천소년교도소 총무과장은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현장 일선에 있었다. 김종한 총무과장은 “그때는 (토요일) 새벽 3시에 전화를 받고 일어나 김천시랑 연락하고, 마스크를 받아서 직원들이랑 돌리고, 관사 대기하면서 수용자들 격리하고, 더 확진되면 어쩌나,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하자 그런 생각에 집중했다”고 했다.

비교적 수용자 수가 적고 수용 밀도가 낮은 김천소년교도소는 서울동부구치소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적 재난상황에 대한 대응과 성패가 현장인력의 순간판단과 희생에 의해 좌우되는 점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전국 53개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는 수용자는 2019년 기준 일 평균 5만4624명으로 수용정원 4만7990명을 초과했다.

<이규원 자유기고가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