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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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거절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거절을 많이 당해보기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지난주 주간경향은 코호트 격리에 대해 다뤘습니다.

[취재 후]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역

“제가 지금 인터뷰하고 싶을 것 같아요?” 한 환자 보호자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라는 말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는 혹시나 코로나19를 옮길까봐 지난 1년 동안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걸렸습니다.

인터뷰를 끝끝내 고사하던 한 요양병원 의료진은 서면으로 이렇게 전해왔습니다. “불안에 떨면서 고통을 받으셨던 모든 환자 및 보호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사망한 분들 모두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평안히 쉬시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방역당국도 코호트 격리의 부작용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코호트 격리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이들을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작동했습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비장애인에게 이렇게 했다면 가만히 있었을까요? 난리가 났겠죠”라고 말했습니다.

대유행 초반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생존 가능성’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들을 위해 부족한 자원을 절약하라는 내용인데, 사실상 젊은 비장애인 환자를 우선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5월 ‘집중 치료 양보 카드’가 나왔습니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의료 우선순위를 넘겨주자는 내용이 카드에 담겼습니다.

1월 13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은 1.69%이지만 지난해 장애인 코로나19 치명률은 7.5%입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코호트 격리된 전국 요양병원 14곳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확진자 996명에 사망자는 99명입니다. 10% 가까운 치명률입니다. 지난해 4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중 42~57%가 요양시설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격차 앞에서 힘이 빠집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장애인 거주시설 안산 평화의집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확진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이 남은 시설은 ‘또’ 코호트 격리됐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역이 필요합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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