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에게 높은 벽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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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입당 앞두고 있는 이경만 부산시장 후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한국정치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능력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 인맥이나 화제성이 부족하면 기회도 부여받지 못할 뿐이다.

이경만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1월 11일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찬호 기자

이경만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1월 11일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찬호 기자

4월에 예정된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서울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주요 후보 한두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 당은 아직 경선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관심은 이미 유력 후보들 간의 본선 대결에 가 있다. 주요 후보 외에는 누가 왜, 출마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정치권에 새로운 인물은 없냐”라는 탄식은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될 문제다.

그럼에도 의문은 생긴다. 유명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출마했고, 선거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느끼고 있을까. 지난 1월 11일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있는 이경만 부산시장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내 유력 후보인 박형준, 이언주 후보에만 주목이 몰린다.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분들의 장점은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다. 단지 인지도만으로 부산시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다. 능력적으로 뛰어난 분들에게 시장 출마도 권유했지만, 인지도 때문에 나서지 않더라. 이 문제에 도전하고 싶었다.”

-국민의힘 경선 룰은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의힘 문제이기에 앞서 한국정치의 문제다. 새로운 인물에게 높은 벽을 치고 있다. 인지도가 없으면 능력이 뛰어나도 정치에 참여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대외 인지도에 신경 쓰기 어렵다. 반면 일부 정치인들은 튀는 발언을 하며 기억된다. 이들이 지도자가 되다 보니 정치 발전이 어렵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경선 방식으로는 미흡하다.”

-보완할 방법이 있나.

“한국정치의 문제는 세가지다. 첫째는 계파에 충실해야 정치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점. 둘째는 이미지 중심의 전략이 먹힌다는 점. 셋째는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깜깜이 선거부터 깨야 한다. 후보자들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를 지역신문 같은 곳에 공개해야 한다. 또 방송을 통해 각 후보자의 이력, 정책을 발표하게 해야 한다. 이 과정만 거쳐도 누가 지역문제 전문가인지 판단할 수 있다. 깜깜이 선거를 벗어나면 이미지, 계파 정치도 바꿀 수 있다.”

-부산과는 인연이 있나.

“대학 4년을 부산에서 다녔다.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곳도 부산이다.”

-부산에서 ‘동장’을 했나.

“원래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를 지원했다. 내무부는 지방에서 몇년간 경험을 쌓게 했는데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이왕 내려가는 김에 ‘기초 행정’부터 배우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동사무소로 보내달라고 자원했다. 보건소 서무과장부터 동장까지 일선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 행정고시 출신이 동장이 된 것은 내가 최초인 것으로 안다.”

-동장 시절 기억나는 경험이 있나.

“1996년 중순부터 장전2동 동장을 했다. 당시 인터넷 전용망 보급 업자 선정을 했다. 가장 기술이 좋고, 효율적인 업체를 선정하려고 했는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효율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후 관리 같은 서비스를 잘해주는 업자를 선호했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합리성, 효율성만 따졌는데 수혜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업자를 선정했다.”

-부산시 공무원 생활은 어땠나.

“동장 업무를 끝내고 부산시에서 ‘해운대 센텀시티’ 개발 업무를 맡았다. 개발을 총괄하는 담당이 되고 보니 센텀시티에 쌓인 빚만 3800억원 정도였다. 하루 이자만 1억원 정도 나가니 시의회, 언론 등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빚 때문에 파산할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센텀시티를 세계적인 정보 산업단지로 만들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센텀시티 북단은 아파트단지로 분양했고, 남단은 백화점 등의 용지로 분양했다. 이 덕분에 가운데 약 7만평(약 231,404㎡) 정도에는 방송 등의 미디어 관련 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

-당시 선택에 아쉬움은 없나.

“수영구와 센텀시티 사이를 잇는 도로를 놓을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차량 흐름 때문에 결국 도로를 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 공원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또 결과적으로 센텀시티가 정보 산업단지가 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렇게 만들었다면 부산 청년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청와대 행정관도 했나.

“센텀시티 관련해 한참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다른 과로 발령이 났다. 경제관료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지원했다. 제도 개선 과장으로 일하며 중소기업 문제를 담당했다. 당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7가지 방안을 담은 책을 냈다. 이게 화제가 되면서 청와대로 파견을 가게 됐다.”

-관료 경험으로 볼 때 부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문제다. 특히 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 1년은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자영업자 지원공단을 만들어 이들이 사업을 팔고 나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있나.

“첨단산업 유치다. 구체적으로는 김해공항 주변 미개발 땅에 드론 관련 산업을 유치하려고 한다. 드론택시 등은 대표적인 미래산업이다. 정부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40년이면 드론 관련 시장이 70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김해공항 주변 입지가 좋다. 인근 사천에서는 비행기를 만들고 창원에서는 탱크를 만든다. 울산도 승용차와 선박을 만드는 등 김해 주변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업 단지다. 이런 입지조건에 세계 1위인 한국 배터리 기술을 더하면 드론산업 육성은 경쟁력이 있다.”

-김해공항은 폐쇄하나.

“그렇다. 가덕도 신공항으로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 김해공항 일대는 드론산업 육성 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드론이 뜨고 내리고 테스트하는 곳으로 이용될 수 있다. 부산은 2030월드엑스포 유치도 준비하고 있기에 첨단산업 육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드론산업, 공항 이전, 엑스포 유치 등의 계획은 모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부산 |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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