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반지 원정대’ 이번에는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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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좋다. 슈퍼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몸값도 깎으며 뭉치는 게 대세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2021년판 ‘반지 원정대’가 탄생했다.

휴스턴 로키츠의 간판스타인 제임스 하든(32)이 브루클린 네츠의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1월 14일(현지시간) “하든이 브루클린으로 트레이드됐다. 휴스턴과 브루클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하든이 포함된 4각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NBA 공식 홈페이지도 이번 트레이드를 인정했다.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한 제임스 하든(오른쪽) AP연합뉴스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브루클린 네츠로 이적한 제임스 하든(오른쪽) AP연합뉴스

하든을 위한 4각 트레이드

2018년 NBA 최우수선수인 하든은 지난 시즌 평균 34.3점에 7.5어시스트, 6.6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듯한 동작에서 나오는 스텝백 3점슛이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선수다. 최근 3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NBA 최고의 슈팅가드다. 하든은 올스타 경력이 8번, 베스트 5에는 6차례 이름을 올렸다. 브루클린은 하든의 영입으로 기존의 케빈 듀란트(33)와 카이리 어빙(29)과 함께 강력한 ‘삼각 편대’를 형성하게 됐다.

휴스턴은 하든을 포기하는 대신 클리블랜드에서 단테 엑섬을 손에 넣었고, 브루클린과 인디애나에서 각각 로디온스 쿠룩스와 빅터 올라디포를 받았다. 휴스턴은 1라운드 신인 지명권 4장도 손에 넣으면서 리빌딩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반면 브루클린은 휴스턴에 내준 쿠룩스 외에 재럿 앨런과 타우린 프린스를 클리블랜드로 보냈다. 인디애나에는 카리스 르버트를 넘기는 전력 유출을 감수해야 했다.

휴스턴이 자랑하던 슈퍼스타 하든의 브루클린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트레이드였다. 하든은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우승과 인연이 없던 그는 지난 시즌 서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LA 레이커스에 1승 4패로 무너지자 새로운 팀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하든은 자신이 원하는 트레이드 추진을 위해 코트 안팎에서 말썽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개막을 앞두고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NBA 방역 지침 위반으로 벌금 5만달러(약 5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든이 트레이드 전날인 1월 13일 LA 레이커스전에서 한때 30점차로 끌려가는 졸전 끝에 패배한 뒤 “난 이 도시(휴스턴)를 사랑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말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결국 휴스턴은 선수단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음이 떠난 하든을 내보내야 했다.

NBA에선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슈퍼스타들이 한팀에 뭉쳐 우승 반지에 도전하는 일이 종종 나온다. 우승 반지가 절실했던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이 2008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폴 피어스와 함께 정상에 오른 것이 첫 성공 사례다. NBA 현역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도 2010년 친정팀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에서 크리스 보쉬와 드웨인 웨이드와 뭉치면서 첫 우승 반지를 꼈다.

브루클린 반지 원정대의 강점은 역시 막강한 화력이다. 하든뿐만 아니라 듀란트와 어빙 모두 한 경기에 25점 이상을 쓸어담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근 11년간 NBA 득점왕 가운데 7번을 달성한 이들이 한팀에 모였다. 강호들만 모인 서부와 달리 브루클린이 소속된 동부에서 상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오프는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슈퍼스타 셋의 조합은 우승 후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하든과 듀란트가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든의 득점 욕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듀란트가 공격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듀란트는 이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스테픈 커리를 보조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우승 반지를 끼기도 했다.

냉혹한 도박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브루클린의 우승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윌리엄 힐과 비윈, 스포팅벳 등 주요 베팅 사이트들은 이번 시즌 NBA 우승팀 전망 배당률에서 ‘디펜딩 챔피언’ LA 레이커스에 이어 브루클린을 2위로 끌어 올렸다. 간신히 5할 승률(6승 6패)로 동부 7위에 머물고 있는 브루클린의 하든 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빙 이탈은 변수

다만 최고의 선수들이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거꾸로 우승 도전을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초보 사령탑으로 자신의 색깔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스티브 내쉬 감독이 얼마나 브루클린의 전술을 잘 정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브루클린은 이미 어빙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경기를 뛰지 않고 있는 기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빙은 결장한 기간 자신의 친척 생일 파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고, 정치 행사에 등장하는 모습이 기사화됐다. 현지 언론에선 어빙이 이번 시즌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슈퍼스타들만 뭉친 팀이다 보니 얇은 벤치 전력도 고민이다. 스펜서 딘위디의 부상으로 백코트가 약해진 상황에서 르버트와 프린스까지 빠졌으니 전반적인 선수 부족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하든이나 듀란트, 어빙 가운데 부상이라도 나온다면 2021년 반지 원정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NBA 첫 반지 원정대장이었던 찰스 바클리는 1996년 휴스턴에서 하킴 올라주원, 클라이드 드렉슬러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에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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