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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 ‘허점’이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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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 마세요. 집에 머무세요.” 지난 1년 동안 들은 말이다. 하지만 1년 동안 밖으로 나가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었다.

시작은 지난해 2월 19일이었다. 그날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장기 입원해 있던 65세 남성이었다. 대남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폐쇄병동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대남병원에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국내 첫 코호트 격리다.

코호트 격리된 한 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코호트 격리된 한 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의료진과 공무원 등이 긴급 파견됐다. 간호사 A씨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기 어려웠다. 병원 5층 폐쇄병동은 침대가 아닌 온돌방 형태의 병실이었고, 환자들이 얇은 매트리스에 눕거나 앉아 있었다. 그런 환자가 90명이 넘었다. 그는 “침대가 있는 일반 병동이라면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밀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온갖 것들이 뒹굴고 있었다. 일반 쓰레기부터 의료 폐기물, 음식물, 토사물, 배설물까지. 그런 와중에 환자들은 복도와 병실을 돌아다녔고 복도 바닥에 누웠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주워드는 환자도 있었다. 환자들의 옷은 언제 갈아입은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감염이 빠르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다.

얼마 지나 전원과 동시에 5층 폐쇄병동 환자 일부가 2층 일반병동으로 이동됐다. 최악은 면했지만 열악한 상황은 지속됐다. 2층에서 근무했던 오성훈 간호사(널스노트 대표)는 “환자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니 계속 돌아다녔다. 감염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남병원에서는 총 7명이 사망했다.

코호트 격리조치가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신과 폐쇄병동을 비롯해 집단으로 생활하는 요양병원, 요양원,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개월이 지났다. 1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는 왜! 코호트 격리하고 방치하고 사망하게 했는지! 해명과 책임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라고 밝혔다. 환자는 지난해 12월 15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17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10일 후에 숨졌다.

“손 쓰지 못하고 방치한 채 돌아가셔”

글쓴이는 “K방역이 우수하다고 선전하고 있을 때, 누워만 계셨던 어머니는 코로나19에 걸려 방치됐다. 제대로 된 케어 한번, 치료 한번 못 받았다”며 “노인들은 손 한번 쓰지도 못하게 코호트 격리로 방치한 채 그렇게 돌아가시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해주시지요. 장비와 치료약도 전해주지 않은 채 갇혀서 알아서 하라니요”라고 썼다.

코호트 격리 이후,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7명, 비확진자 10명 등 총 17명이 사망했다. 1월 6일 기준 이 병원 관련 확진자는 215명에 이른다. 미소들요양병원만이 아니다.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총 160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고, 이중 39명이 숨졌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도 1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28명이 숨졌다. 모두 코호트 격리된 곳이다.

1월 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55%다. 이 수치는 요양시설 거주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코호트 격리된 전국 요양병원 14곳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996명이고 사망자는 99명이다. 간단하게 계산하면 10%의 치명률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로 숨진 사람 중 35.1%(900명 중 316명)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간사는 “시설의 구조적 취약성은 슬프게도 세계 전역의 거주시설, 그룹홈, 요양시설, 정신병원에서 수많은 실제 사례로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지난해 4월 29일 발간한 보고서는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나라에서 요양시설(Nursing home)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중 42~57%에 이른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정부가 움직였다. 환자 전원이 시작됐고 인력이 투입됐다. 그제야 상황이 조금 진정됐다. 미소들요양병의 한 의사는 “전원이 이뤄진 뒤, 2일 간격의 전수검사 결과에서 확진자는 3명, 1명으로 줄었고 마침내 1월 4일에는 0명이 됐다”며 여유공간이 생겨 한 병실에 비확진 환자 1~2명만 배치가 가능해져서다.

이 같은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애초에 틀린 진단이었다. 감염병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를 하려면 확진자, 접촉자, 비확진자부터 분류돼야 한다. 확진자는 전담병원으로 보내고 접촉자는 1인 1실 격리가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은 대부분 1인 1실을 갖추고 있지 않거나 극히 적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백재중 신천연합병원 병원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은 “코호트는 동일집단을 모아두는 것이다.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가 코호트에 가깝다”며 “최근 요양병원은 확진자, 접촉자, 비확진자가 한곳에 있다. 이렇게 되면 서로 바이러스를 주고받으면서 중증으로 넘어간다. 이는 코호트가 아니다. 코호트라는 이름하에 건물을 봉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1인 1실이 된다 해도 집단생활에서 개인별 건강관리나 위생수칙 준수는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발표한 ‘중증 정신·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식사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75.4%) 기상과 취침 시간은 정해져 있으며(55%) 원할 때 목욕도 할 수 없다(34.8%). 장기 거주하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권혜경 사회복지사는 이미 지난해 2월에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걸 체감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선제적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지면서 권 복지사가 근무하는 장애인거주시설도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거주인 26명에 직원 15명, 총 41명이 시설에 갇혔다. 해당 시설에는 한방에 3~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1인 1실은커녕 밀집도는 더 높아졌다. 직원들은 거주인 생활공간에서 같이 자거나 그마저도 부족해 간호사실 바닥에서 자야 했다. 게다가 직원들은 왔다갔다하며 거주인 여러명을 보조했다. 그는 “당시 감염된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지, 만약 무증상자나 밀접접촉자가 있었다면 지금 요양병원처럼 집단감염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호트라는 이름하에 건물 봉쇄한 것”

그의 우려는 최근 서울 송파구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현실이 됐다. 신아원에서는 2명이 확진된 지 나흘 만에 확진자가 60명으로 불어났고 시설은 코호트 격리됐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1인 1실이 지켜지지 않아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비감염자로 분류됐던 이들 중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전히 한방에 여러명이 생활하고 있고, 집단생활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코호트 격리된 곳들의 또 다른 특징은 ‘추가 돌봄’이 필요한 곳이라는 점이다. 의료진뿐 아니라 돌봄노동을 수행할 추가인력과 이들을 수용할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 대다수 요양병원, 요양원, 정신과 폐쇄병동, 장애인거주시설은 인력도, 공간도 없다. 방역이 아닌 ‘방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재중 병원장은 “방역당국도 문제는 알았지만, 일단 급하니까 묶어두고 ‘요양병원도 병원이니 어떻게든 해보라’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의료인력이 적은 요양병원은 감염병 사태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소들요양병원 의사도 “의료자원이 없는 3차 대유행 시기에 지역 보건당국은 최선을 다했으나 한계가 있었고,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그 당시에는 코호트 격리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지난 1년 내내 지적돼온 공공병상 부족 이야기가 여기서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장애인 거주시설 집단감염 긴급 분산조치 및 코호트 격리 중단 결정 촉구 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장애인 거주시설 집단감염 긴급 분산조치 및 코호트 격리 중단 결정 촉구 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수도권에 병상이 부족하고 여유 병상이 몇개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요양병원 확진자들은 옮겼다면 여유병상은 0개였을 것”이라며 “코호트 격리가 병상 부족을 은폐하는 수단이 됐다”고 비판했다. 코호트 격리된 내부에서 해결한다면, 여유병상 수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25일 중수본은 언론브리핑에서 “그간의 병상확충 노력과 운영 효율화로 이번 주 수도권 대기자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의 1일 이상 병상 대기자를 계속 감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나올 때였다.

며칠 뒤, 요양병원 의료진이라고 밝힌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썼다. “중수본 브리핑은 현실과 괴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요양병원 확진자가 중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요양병원 내에서 치료하라고 합니다. 중환자니까 사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갇힌 환자들에게 의료자원을 배분하지 않겠다, 살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코호트 격리가 병상 부족 은폐 수단”

다른 병원이 요양병원, 요양원, 장애인거주시설 확진자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인력난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 코로나19 확진자보다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이들이 병원으로 옮겨 올 경우, 의료진의 노동강도가 급속도로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간병인 같은 추가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오성훈 간호사는 안동의료원 파견 당시 요양병원 확진자들을 돌봤다. 그는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들어오는 순간 업무강도가 3~4배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대남병원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고 거동이 불편해 간호사는 코로나19 검사와 더불어 각종 질환 검사에 이어 간병인 역할까지 해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1월 3일 정부는 늦게나마 기존의 코호트 격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나올 경우, 비접촉자를 다른 요양병원으로 신속히 전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개선’이라기보다 이제야 정의된 대로의 코호트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환자를 전담으로 받아주는 공공감염전담 요양병원에도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송파구 신아원의 코호트 격리가 논란이 되자 긴급분산조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희 장애여성 공감 공동대표는 “서울시와 협의를 마쳤으나 방대본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단체들은 광화문 역사에 텐트를 설치하고 긴급분산조치를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의 실현이 쉽지만은 않다. 공공감염전담 요양병원이 제대로 되려면 중환자실 수준의 병실과 중환자실 수준으로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역시 코호트 격리된 요양시설과 장애인시설에 긴급 돌봄인력을 지원한다고 밝혔으나 순조롭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확보한 돌봄인력은 이미 모두 현장에 투입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돌봄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 지원 기간을 한차례 늘린 바 있다. 갈 길이 멀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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