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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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GPS 독주 벗어나려 자체 개발… 우린 예비타당성 검토 중

위성항법시스템은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한다. 위성이 신호를 보낸 시각과 그 신호가 수신기에 도달한 시각의 시간차에 전파(빛)의 속도를 곱하면 위성과 수신기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위성이 3개가 있다면 지구상에서 위도, 경도를 알 수 있고, 위성이 4개가 되면 고도까지 알 수 있다. 위성신호는 빌딩이나 산을 통과할 수 없어 위성의 개수가 많을수록 정확도와 안전성이 높아진다.

중국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의 마지막 3단계 위성이 2020년 6월 23일(현지시간) 중국 시창 위성발사기지에서 창정 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 베이더우 항법위성 시스템

중국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의 마지막 3단계 위성이 2020년 6월 23일(현지시간) 중국 시창 위성발사기지에서 창정 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 베이더우 항법위성 시스템

군용인 GPS로는 민간 활용에 한계

위성항법시스템의 대명사는 미국이 운영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이다. 미 국방부가 1960~1970년대 미사일 유도 등 군용을 위해 개발한 이 기술은 1980년대 민간에 개방됐다. 그 이후 GPS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스마트폰 앱에서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의 기반 인프라가 됐다.

GPS를 민간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군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군사·정치적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1999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영토분쟁을 벌일 당시 미국은 인도의 GPS 접근을 거부하거나 서비스 질을 낮췄다. 이 때문에 주요국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의 ‘글로나스’(1995년 완성)나 유럽연합의 ‘갈릴레오’(2025년 완성), 중국의 ‘베이더우’(2020년 완성)는 GPS와 같이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이다. 일본의 QZSS(2023년 완성), 인도의 나빅(2018년·서비스 미개시)은 특정지역을 커버하는 지역 위성항법시스템(RNSS)이다.

중국이 베이더우를 완성했지만, 현재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을 완전히 가동하고 있는 곳은 GPS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인 사업으로 올해 4월 심사가 끝나 사업 추진이 결정되면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35년 완성될 예정이다. 연구개발을 지휘하는 허문범 항공우주연구원 위성항법사업부장에게서 KPS의 의의를 들었다.

-주요국이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는.

“미국의 군사용 인프라인 GPS는 1983년 KAL기 격추사건을 계기로 민간에 개방됐다. 비행기 항법장치가 고장 나 실수로 소련 영공에 들어갔는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위성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면 항로 이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민간 개방을 결정했다. 처음엔 항공운항에만 쓸 줄 알았는데 지금은 휴대폰의 기지국 시각동기(지상국 간의 시간을 레이저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밀하게 동기화하는 기술), 금융상거래의 시각동기에 사용한다. 금융만이 아니라 육상과 항공, 해양 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잘 아는 드론과 자율주행차 등 4차혁명에도 위성항법은 필수적이다.”

-정확한 위치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육상 교통이 지능형 교통체계로 넘어가면서 실시간 위치정보가 중요해졌다. 현재의 차량 센서는 차로를 유지하고, 앞차가 정지하거나 사람이 뛰어들면 정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은 잘 수행하지만, 문제는 내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지금의 GPS는 신호가 널뛰기 때문이다. GPS의 오차는 현재 17~37m 수준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을 할 때 진출로를 앞두고 신호가 튀어 실제 위치보다 왼쪽으로 20m 옮겨지면 갑자기 차를 틀 수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현재보다 더 안전하면서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유럽과 일본, 중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은 센티미터급의 초정밀 위치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KPS가 필요한 이유는.

“자율주행차를 해킹해 통째 납치해 테러에 악용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위성과 주고받는 신호를 암호화하는 사용자 관리 기능이 검토되는데 유료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표준 제정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 표준을 만들면 선도국이 개발한 대로 따라가야 해 기술도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엔 산하 ICG에서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의 표준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로 간의 신호 혼선을 막고 상호 시스템 호환이 가능하도록 품질 기준을 정하자는 건데 결국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후발주자가 이 체제에 들어가려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위성항법에 쓸 주파수 대역도 제한되어 있는데 꽉 차면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다. 지금이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이 없으면 4차혁명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없고 남들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KPS 사업에 드는 예산은.

“글로벌시스템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지역항법에는 위성 7~12기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경우 정지궤도 위성과 경사궤도 위성을 활용해 한반도 중심으로 서비스한다. 예타 중이라 정확한 위성의 개수와 예산을 말하긴 어렵지만 4조원대 내외로 예상된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갈릴레오와 중국의 경우 20년 정도의 개발기간에 10조원 정도의 예산을 들였다. 일본도 2002년 착수해 2023년 완성될 예정이다. 위성항법은 ‘시스템 중의 시스템’으로 불린다. 위성시스템과 지상시스템, 사용자시스템의 체계를 갖추는 데 난이도가 높고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GPS와 상호보완체제로 간다고 들었다.

“GPS와 같은 신호를 발송해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하드웨어(스마트폰) 교체 없이 KPS를 쓸 수 있다. 위성의 숫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GPS만 쓸 때보다 정확하고 안전하다. KPS의 경사궤도 위성은 우리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위성항법으로 위치를 결정하려면 4개 이상의 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도심에선 빌딩 숲에 가려 4개 위성이 안 잡힐 때가 있다. KPS 위성이 더해지면서 도심에서도 안정적으로 위성항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추가 비용 없이 미터급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상점 앞을 지날 때 홍보전단이 내 휴대폰에 뜨는 서비스가 가능한 정도다. 하드웨어를 추가하면 무인자율차에 필요한 센티미터급까지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각국의 경쟁구도를 어떻게 봐야 하나.

“거의 전쟁이다. 이 때문에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미국과 손을 잡는 게 유리하다. 유럽을 비롯한 주변국과 양자간·다자간 협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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