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후보와 제3지대에 대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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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토론 서클에서 활동했습니다. 고1 때였습니다. 서클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흥부와 놀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흥부의 착한 마음이 좋은지, 놀부의 경제적 마인드가 좋은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왔습니다. 흥부의 착한 마음과 놀부의 경제적 마인드를 겸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열띤 토론이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정답을 말해서였을까요. 오랜 침묵 끝에 선배가 나섰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으면 토론 자체가 안 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라.”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호 1번 착한 흥부, 아니면 기호 2번 경제력 있는 놀부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3번은 있지 않거나 기껏해야 정답이 아님을 뻔히 알 수 있는 문항이 나옵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번이거나 2번 중 선택해야 하고, 3번을 선택하게 되면 사표(死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2년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에게는 마찬가지 선택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제3의 후보를 꿈꾸고, 제3지대나 제3의 정당을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제3의 후보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접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외에 정말 적합한 제3의 차기 대권주자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몇몇 후보가 있지만, 이들은 아직 여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화끈하게 사로잡지 못합니다.

보수 야권은 제3지대가 거론됩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명되지만, 보수 야권의 관심은 정작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쏠립니다. 윤석열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제3지대에서 활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만큼 제3지대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제3의 후보와 제3지대는 변화에 대한 희망입니다. 대부분 이런 희망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기존 후보들이 유권자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받아들여 변화하거나,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후보가 정치판에서 선택되도록 하는 정치환경의 변화를 꿈꿀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정치를 전망하면서 “여의도 정치는 공급자의 눈으로 판을 만들지만, 국민은 수요자의 눈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는 한 전문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2021년에는 정말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주길 기대합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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